영성

[나는 예비신자입니다] (34) 연옥 영혼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12-03 수정일 2013-12-03 발행일 2013-12-08 제 2873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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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에서 정화되면 천국에 가나요?”
‘연옥’ 존재하는지 의문
정화시간 대한 것도 궁금증
죽은이 위한 기도 큰 희망
기도와 희생, 사랑 실천으로
연옥영혼 돕고 영적보화 쌓을 터
연도는 연옥에 있는 이를 위해 드리는 기도를 지칭한다. 사진은 2006년 서울 대치동본당에서 마련한 연도제 모습. 1200여 위패 앞에 깨끗한 정장 차림의 신자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분향하고 있다.
지난 예비신자교리 시간에는 각자 ‘유서’를 한 번 써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만약 내일 내가 죽는다면 나는 무슨 말을 남길까 곰곰이 생각해도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보다는 ‘나는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연옥은 정말 있을까?’라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내가 성당에 다니면서 새롭게 배운 것 중 하나가 연옥교리이다. 연옥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지옥과 비슷한 건지, 도대체 어떤 장소인지 매우 궁금했었다.

아주 착하지도 않고, 아주 악하지도 않은 사람은 죽으면 연옥에 가는 것일까? 죄를 지어도 무조건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연옥에서 정화하면 다 천국으로 가는 것일까? 정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성당에 다니면서,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신자들의 모습도 나에겐 매우 마음 깊이 다가왔었다. 평소 이웃들의 장례식을 갈 때도 사실 유가족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갔었는데, 이젠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일이 더 큰 일로 여겨진다. 죽은 사람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큰 희망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 딸아이들은 어려서 그런지 제사 때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께 소원을 빌곤 했다. 이젠 나부터 죽은 이들에게 무엇인가 비는 것은 잘못된 행동인 것을 알기에, 최근 제사를 앞두고는 아이들에게 사람에게 비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천국에 가실 수 있도록 하느님께 기도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랬더니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자기들이 할 일이 주어졌다며, 제사 때 기도를 하고 나서 가족들 앞에서 자랑을 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정말 연옥이 있는지, 기도해서 연옥 영혼이 천국에 간다면 굳이 이 세상에서 죄 짓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등등의 온갖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든 것도 사실이다.

연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장소적인 개념이 아니라고 배웠다. 연옥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속에 죽었지만, 하느님과의 영원한 일치를 누리는데 장애 되는 온갖 흠들을 제거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화과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연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 살아있는 사람들이 기도를 하거나 희생과 사랑을 실천하면, 연옥 영혼이 겪는 고통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믿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서도 통회의 기도와 사랑, 희생 실천 등을 통해 소죄가 정화되는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연옥의 고통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죄에 상응해 주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죽음을 슬퍼한다고 해서 영혼이 가진 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예전 교리시간 중 나는 그리스도인이란 살아있는 이들만 해당하는 것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가톨릭교회 구성원은 지상에 살아있는 신자들뿐 아니라 연옥 영혼들과 천국의 성인 등 모두가 포함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나도 세례를 받으면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열심히 할 것이다. 특히 전대사 조건을 꼭 충족해 더욱 많은 연옥 영혼들에게 양보하고 싶다. 연옥에서 받게 되는 잠벌을 모두 없애준다는 것은 정말 큰 은총의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하늘에 보화를 쌓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