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 (23) 한국을 빛낸 스테인드글라스의 대가 - 김인중 신부(1940~ )

정수경(카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입력일 2013-11-26 수정일 2013-11-26 발행일 2013-12-01 제 2872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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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혼 담긴 작품 제작 유럽서 호평
독일 데릭스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대표인 빌헬름 데릭스는 필자에게 “지난주에 김 신부가 이곳에 머물다 갔었다”고 전해주었다. 한국어 이름까지 발음하기 힘든 독일인들이 성만 지칭했지만 그곳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고 그가 말한 ‘김 신부’가 바로 ‘김인중 신부’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김인중 신부와의 살짝 비껴가는 인연은 15년 전 석사논문 준비를 위해 프랑스 방스에 위치한 앙리 마티스의 로사리오 경당을 방문했을 때도 같았었다. 필자는 그곳에서도 “지난주까지 김 신부가 머물다 갔었다”라는 말을 들었었다.

한국에서 열린 개인전에 찾아뵙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지만 독일과 프랑스에서 김인중 신부의 작품을 대할 때면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반가운 마음과 함께 남다른 감동을 느끼곤 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도미니코회에 입회한 김인중 신부는 유럽에서 동양적 색채의 독특한 회화와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의 에브리(Evry) 성당을 비롯하여 스위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유럽의 주요 성당에 작업을 남긴 바 있다. 그리하여 그는 유럽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납선 기법이 아닌, 무색의 투명 유리에 페인팅을 하고 가마에 소성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큰 붓을 이용한 즉흥적인 붓 터치로 유리에 채색을 하고 때에 따라서는 표면에 요철을 주어 소성을 반복하면서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이렇게 납선에서 자유로워진 김인중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화가의 회화적 표현이 최대한 자유롭게 발휘되어 있다. 특히 동양의 붓글씨체를 연상시키는 그의 필력은 유럽인들에게 매우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가고 있다.
김인중 신부, 삼위일체, 대전 자양동성당, 2008.

한국 전시에서 김인중 신부를 찾았을 때 “왜 우리나라에는 신부님의 작품이 없습니까?”라고 질문하자 딱 한 곳에 있다며 대전 자양동성당을 안내해주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김인중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놓인 대전 자양동성당은 대전 출신인 김인중 신부와 남다른 인연이 있는 곳으로, 조규식 신부의 초대로 작품이 설치될 수 있었다. 김인중 신부는 글라스페인팅 기법을 이용해 삼원색과 흑백, 즉 한국의 전통색인 오방색으로 형상화 한 원형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프랑스에서 직접 제작해 자양동성당에 설치하였다.

작품의 주제는 삼위일체로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은 하느님의 사랑과 조화를 나타낸다. 중앙에 사선 구도로 붉은색을 놓고 그 오른편과 왼편에 각각 푸른색과 노란색을 배치한 이 작품은 색이 뚜렷이 구분된 것처럼 보이지만 가는 붓질로 이루어진 색선들에 의해서 상호 침투하여 하나로 어우러지고 있다. 각 색 면을 가로지르며 불규칙하게 지나가는 흰색과 검정색 선은 동양의 서체에서와 같이 강렬한 에너지를 표출하며 화면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보강대 역할을 하는 격자 프레임을 제외하고 이 작품에서 작가의 자유분방한 붓 터치를 방해는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인중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안티크글라스에 글라스페인팅과 납선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재료, 기법, 설치방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한히 변화 발전하는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의 혼이 담긴 스테인드글라스를 유럽인들에게 전하고 있다.

※참고 사이트 : http://www.kimenjoong.com

정수경(카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