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37) 교회 안의 여성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3-11-26 수정일 2013-11-26 발행일 2013-12-01 제 2872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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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걸음 중인 여성 신자의 위상
교회, 남녀의 동등한 존엄성 가르치지만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현실
현실의 벽에 막혀 안주하는 모습 벗어나
적극적인 참여로 주체적 신앙생활 펼쳐야
20세기 들어, 양성(兩性)평등이 시대적 화두의 하나로 떠오르며,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의식 변화와 함께,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증대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에서 이미 우리는 여성을 위한 정책을 수행하는 국가 부서가 생기고, 국가 수장으로서 여성이 자리하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오늘날, 교회 안에도 각 여성 단체들의 움직임과 함께, 2001년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가 탄생하는 등 양성평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사실상 그러한 변화에 따른 실천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교회는 언제나 남성과 여성이 근본적으로 동등한 인간이며, 모두 존엄한 존재라고 가르쳐 왔다. 하지만 사실상 교회 안에서 여성의 위상과 역할은 극히 제한돼왔고, 변화된 사회 현실 안에서도 교회의 노력은 적극적이지 못했고, 여성 스스로조차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을 지각하고, 구현하려는 관심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성, 교회의 지평인가? 보조자인가?

2012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교회 신자 총수는 536만1369명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여성 신자 수는 314만5982명으로, 전 신자 수의 60%에 가깝다.

이뿐 아니라, 본당 내 구역·반모임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교회의 각종 행사, 교육에 적극 나서는 이도 여성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교회의 사목적 방향과 신앙을 이어나가는데, 가장 활발하게 손과 발이 되는 평신도가 바로 여성이다.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김선실(데레사) 실행위원은 “여성들이 실제로 교회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는 굳이 통계수치를 들지 않아도 미사 시간이나 교회 행사에 한 번만 참석한다면 저절로 실감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교회 내 다양한 모습을 사는 여성들이지만, 현실에서는 남녀역할에 차이를 두는 수직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교회 분위기 안에서 여전히 소극적인 역할에만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교회 내 여성의 역할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며. 중심적인 여성 인력 양성 및 활용에 맞갖은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여성운동에 매진해온 이영자 수녀(그리스도의 성혈 흠숭 수녀회)는 “여성들이 교회생활의 전면에 나서기란 쉽지 않다”며 “가부장적이고, 사제 중심의 본당 모습에만 머물러 있는 교회 현실에서는 교회에 꼭 필요한 여성 인재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현실에 실망해 오히려 교회를 등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회 안에서는 의식의 변화와 양성평등의 가치 실현을 통해 유리 천장을 깨고 역량에 맞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들이 유독 교회에 와서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하게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더욱이, 여성들 스스로도 현실의 벽에 막혀 여성을 소외시키는 교회의 현주소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2012년 교세통계에 따르면 한국천주교회 전체 신자는 536만1369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 신자는 314만5982명으로 6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교회, 여성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교회는 오랫동안 여성에 대해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회는 예로부터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서 창조된 존재로서 존엄하다고 가르쳐 왔지만, 현실에서는 ‘여성 사목’에 관해 무관심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가정공동체’ 22항에서는 “인류를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실 때에 하느님께서는 남자와 여자에게 동등한 인격적 존엄성을 주시고, 인간에게 적합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셨다”고 강조한다. 또한 사도적 서한 ‘여성과 존엄’에서도 창세기 1장 27절을 인용,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고 남성과 여성이 하느님 앞에 구별 없이 평등한 사이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들을 바탕으로 교회는 여성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엄성을 지니고, 남성과 똑같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교회 안에서 주변부에 그치는 여성들의 현실을 비판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꾸준히 부각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3년 서울대교구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중 ‘평신도’ 41항은 “교회 안에서도 여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전례, 기도 생활, 자선 활동 등에 참여하며 신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지만, 여성들이 교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는 참여하는 일이 매우 적다”고 전한다.

1999년 인천교구 대의원회의 최종문서 ‘여성사목’ 8항에서는 “본당 여성 신자의 역할과 지위는 봉사와 자선의 차원에 머물고 있으며 구역·반장과 몇몇 신심단체를 제외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들의 참여율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현실에 맞는 여성사목 위한 교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교회 여성사목 일선의 전문가들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여성을 향한 복음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으로, 실질적인 여성 사목 방안 수립을 통해 여성들이 더욱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안한다.

강영옥(루치아) 가톨릭대, 서강대 강사는 서울대교구와 인천교구 시노드를 기반으로 ▲여성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확립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교회 운영과 사도직 활동에 여성들의 참여를 적극 배려하며 ▲여성 지도자를 발굴, 양성하고 ▲여성이 지닌 특수성인 모성을 살려 교회공동체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하며 ▲여성이 교회와 사회 안에서 여성 문제를 복음에 정신으로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연구하고, 교육하는 여성사목 전담기구의 역할 등에 주목했다.

박은미(헬레나)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총무 또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로서 “교회 안 여성을 대상으로 주체적 신앙생활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성경 읽기 중에도 딱딱한 문서를 읽는 것처럼 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처한 현실에 대한 자기 성찰과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현실을 반영하면서, 여성의 특성을 살린 발전방향을 찾는 것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교수 박정우 신부는 “여성이 현재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봉사, 사회복지 분야 안에서도 다양한 차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 대상이 정말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여성만이 갖춘 능력”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는 지난 6월 연수에서 ‘교회 안에서 여성들을 어떻게 도울지’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여성을 비롯해 가족, 생명과 관련된 주제로 항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강사 인력을 준비하고, 교구 내 지구좌본당 등 거점 본당에 상담실을 마련하며, 중간 세대인 미혼의 여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을 모색하는 등의 건의사항을 주교회의에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아울러,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는 여성 단체 간 연대를 통한 교회 여러 사목 방향 안에서 여성들을 위한 돌봄 방안 찾기에도 관심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교회 안의 여성들이 진정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소명과 역할을 깨닫고 구체적으로 구현해나가기 위한 사목적 관심과 배려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인 여성사목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지난 2001년 6월 14일 명동 가톨릭회관 7층 강당에서 열린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설립 축하미사와 기념행사.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