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나는 예비신자입니다] (31) 마지막까지 하느님과의 끈을 탄탄히 해주는 병자성사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11-12 수정일 2013-11-12 발행일 2013-11-17 제 2870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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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성사 받으면 병이 나을 수 있나요?
호스피스·봉성체 관심가지며
병자성사 참의미 깨닫게 돼
죽음 앞둔 마지막 회개 통해
구원 은총 간구하는 의미 ‘감사’
죽음을 앞둔 이들 곁에서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호스피스 봉사자와 수도자 모습.
지난해부터 호스피스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웃에게 무엇인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동안 약간의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 외엔 정기적으로 활동할 만한 데를 찾지 못했었다. 무료급식소나 고아원 등에서 설거지와 빨래 등도 돕고 싶었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터라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은퇴를 앞두고 있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나에게 호스피스 활동은 도움이 될 듯 했다.

내가 과연 죽어가는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더 이상 살 희망이 없는 이들에게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말이 통할까. 하느님 외에는 그 누구도 위로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앞선다. 별별 고민이 다 머릿속을 스쳤지만 호스피스 교육을 받기로 하고, 이에 앞서 우선 봉성체 차량봉사에 동참할 것을 결심했다. 얼마 전 본당 주보를 통해 봉성체 차량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굳힌 결심이었다.

예비신자교리시간에 병자성사에 대해 배우면서 봉성체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덕분이기도 하다. 매주 성당에 나오던 이들이 병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을 땐 더욱 더 성체를 영하고 싶을 것 같았다.

예비신자교리 과정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내 마음을 더욱 더 하느님께로 가까이 이끈 것은 ‘성사’였다. 그런데 7가지 성사들에 대해 차례로 배우면서, 내가 성사에 대해 어설프게 많은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특히 병자성사에 대해 그러했다.

물론 나는 기도를 한다고 해서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고, 병자성사를 받는다고 해서 죽어가던 사람이 벌떡 일어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병자성사를 받으면 심신이 안정되고 병이 호전된다는 생각은 막연하게나마 했던 것 같다. 또 성경에 나오는 것처럼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하기 위한 성사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나에게 예비신자교리반 봉사자는 병자성사가 기적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주님께 맡겨드려 그를 구원해 주시도록 은총을 간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구원을 위한 기도일 뿐 아니라 믿음을 더욱 탄탄하게 하고 위로해주는 성사라는 것이다.

병자성사는 “병이나 노쇠로 죽을 위험이 엿보이는 신자에게 먼저 영신적인 목적을 위해, 다음으로 육신적인 건강을 위해 베푸는 성사”라고 한다. 따라서 병자성사는 세례성사와는 달리 여러 번 받을 수도 있다. 병자를 위한 것이지 꼭 죽어가는 사람을 위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죽을 위험에 있는 이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어,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가게 하는 성사이고, 하느님께서 그의 죄를 용서하시고 구원해 주시도록 기도하는 성사이기도 하다. 또 이 성사를 통해서는 병자의 영적 건강에 생기를 불어넣어, 그들이 죄를 고백할 수 없는 상황이 되더라도 죄를 사해준다고 한다. 즉 병자가 이미 고해성사를 할 수 없는 상태일지라도 이 성사로써 죄의 사함도 받을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생의 마지막, 하느님 곁에 가는 과정 중에 병자성사의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더욱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세상에서의 삶을 다하기 전에 마지막까지 회개하고 자비를 청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말이다. 신자가 아닌 가족들을 위해, 나도 언젠간 병자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당부를 미리 해둬야겠다.

정리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