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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해 · 창간 86주년 기획 -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 (27) 뉴에이지 운동에 대한 조직신학적 비판 ③ : 우주적 그리스도론에 대한 올바른 신학적 이해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의신학 교수)
입력일 2013-10-15 수정일 2013-10-15 발행일 2013-10-20 제 2866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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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우주적 그리스도론’, 예수와의 연속성 필수

뉴에이지는 그리스도교와 여러 동양 종교들간 연결 강조
‘나자렛 예수, 우주적 그리스도의 발현들 중 하나’ 치부
무차별 전파 때 ‘예수의 유일성’ 메시지 심각한 위협 직면
‘뉴에이지의 우주적 그리스도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 있어 한 가지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은, ‘우주적 그리스도’(Cosmic Christ) 개념 자체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뉴에이지 운동에서 제시하는 우주적 그리스도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리스도인들이 고백하는 ‘신앙의 그리스도’와 ‘우주적 그리스도’ 사이의 개념적 연결성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주적 그리스도론’에 대한 올바른 신학적 이해는 과연 무엇인가?

바오로 서간의 우주적 그리스도론

바오로 서간의 그리스도 찬가들(참조: 필리 2,6-11 콜로 1,15-20 에페 1,3-14)을 통해서 드러나는 우주적 그리스도론에 관한 연구에서는 성서주석학적으로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조직신학(교의신학)적 차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성서적 우주 그리스도론이 당대의 우주론적 차원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향해 제기된 종교적 도전에 응답하면서 형성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결과로 그리스도교 신앙이 고백하는 ‘신앙의 그리스도’ 개념을 이제 전 우주적 차원에로 확대시켰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주적 그리스도론은 반드시 인간 세상 안에 육화된 ‘말씀’(Logos)이신 역사적 예수님과의 필연적 연결성을 토대로 전개되어야만 한다. 우주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만물의 수렴(收斂)과 화해에 대한 진술은, 비인격적인 우주의 힘에 대한 의존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인 하느님의 사랑과 그 보호하심에 대한 의탁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순환하는 우주의 사건들 안에 그저 수동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통해 드러난, 만물을 화해시켜 한데로 모으시는 위대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매우 역동적으로 재해석하게 된 것이다.

교부들의 우주적 그리스도론

바오로 서간의 우주적 그리스도론에 입각하여, 유스티누스와 리옹의 이레네우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의 클레멘스(Clemens) 등 등 2세기의 호교 교부들은 구원론적 차원과 우주론적 차원을 결합시킨 ‘말씀(로고스) 그리스도론’을 전개하였다. 철학자이며 순교자인 유스티누스 교부는 153~155년경 저술된 「제1호교론」에서,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따라 사람이 되신 영원한 말씀이고 하느님의 지혜이며, 또한 창조주의 중재자로서 모든 사람에게 ‘씨를 뿌리는 말씀’이라고 서술한다. 모든 사람은 하느님이 주신 이성을 타고 났기에, 창조를 통해 이 영원한 말씀에 참여하는 한 부분이 되며, 결국 모든 이들 안에서 ‘말씀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그리고 동방 출신의 교부인 리옹의 이레네우스는 ‘인간이 하느님이 되도록 하느님이 인간이 되셨다’는 ‘신화’(神化) 사상의 기본 원리를 통해, 신인합일적(神人合一的) 관점에서의 구원론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는 그리스도 중심의 ‘수렴’ 사상을 통해 우주론적으로 더욱 발전하게 된다. 이레네우스는 창조와 구속의 통합적 전망을 제시하며, 그리스도는 곧 인류 역사의 총괄이요 정점임을 말한다.

샤르댕의 우주적 그리스도론

현대 조직신학적 차원에서 처음으로 ‘우주적 그리스도’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한 사람은 프랑스의 예수회원이며 고생물학자인 떼이야르 드 샤르댕(1881~1955)이다. 그의 여러 저서들에서 드러나는 것은, 우주의 왕좌에 가만히 앉아 있는 정적인 왕으로서가 아니라 우주의 가장 깊은 곳을 관통하며 우주의 진화를 재촉하여 완성으로 이끌어가는 우주적 그리스도에 관한 전망이다. 샤르댕은 우주의 발전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상승적 진보를 강조하면서, 이 모든 자연적 진화 과정이 수렴되는 종말론적 완성으로서의 ‘오메가 포인트’를 그리스도와 연결시킨다. 따라서 육화하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는 우주의 알파요 오메가, 즉 자신에게 회귀하는 우주적 진화의 종착점으로 제시된다. 따라서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로써 전체 ‘인간 현상’의 의미가 믿는 이들에게 충만히 밝혀진다고 보았다. 이처럼 샤르댕이 전개한 우주적 그리스도론은, 우주와 인간의 탄생이 어떻게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는가를 설명하여, 과학적 진화론의 사상을 그리스도중심적 신학의 관점에서 새로이 해석하여 수용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샤르댕은 이처럼 과학과 신앙을 통합하는 낙관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세계관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교회 안팎에서 많은 논쟁을 유발시키며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뉴에이지의 추종자들은 ‘우주적 그리스도’에 관한 그들의 이론과 사상을 합리화시키고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빈번히 샤르댕의 저서들을 인용한다. 즉, 우주의 진동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비인격적 신성함의 실재만을 긍정하는 세계관을 옹호하기 위해서, 샤르댕의 저서들이 뉴에이지 사상가들에 의해 계속 인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샤르댕의 사상은 결정적으로 그리스도 육화 신비의 중심성을 강조한다. 그는 모든 실재가 혼동됨 없이 수렴되는 중심으로서의 그리스도는 보편적이면서도 동시에 인격적 실재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사실, 샤르댕의 진정한 의도는 고전적인 ‘말씀 그리스도론’을 현대 과학 사상이 탐구하는 우주적 차원에서 재조명하려 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바오로 서간에 나오는 우주적 그리스도론을 바탕으로, 샤르댕은 역동적인 현대적 세계관에 맞게 창의적인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우주적 보편성에 관한 사상을 제시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뉴에이지 운동은 상대주의적, 혼합주의적 입장에 서서 그리스도교와 여러 동양 종교들 간의 연결을 강조한다. 사진은 뉴에이지 사상을 나타내는 그림.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

역사의 예수님과 신앙의 그리스도 사이의 필연적 연속성과 상호 일치성이라는 그리스도론적 공리(公理)는 우주적 그리스도론의 차원에서 특히 더 강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진정한 ‘우주적 그리스도론’이란 ‘신앙의 그리스도’를 전 우주적 차원에서 재조명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작업은 반드시 역사적 예수님과의 연속성이라는 굳건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를 통해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뉴에이지 운동은 상대주의적, 혼합주의적 입장에 서서 그리스도교와 여러 동양 종교들 간의 연결을 강조한다. 그래서 나자렛 예수님을 단지 우주적 그리스도의 여러 역사적 발현들 중 하나로만 보는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뉴에이지의 혼합주의적 시도는, 그리스도 신앙이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과 위협을 구성한다. 만일 나자렛 예수님의 그리스도적 자각과 성장이 동양 종교들의 영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신약 성경에 나타난 예수님의 신적 본성은 심각한 의문에 처하게 되고, 그리스도교는 동양 종교들에 의존적이고 종속된 위치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뉴에이지에 따르면, 모든 종교들은 그리스도의 ‘우주적 정신’(Universal Spirit) 아래 함께 모여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 역시 여타의 종교들과 더불어 물병자리 시대의 전체적(holistic) 전망이 제공하는 전체성(totality)의 한 조각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처럼, 모든 것은 하나이며 그 하나는 바로 우주에 충만한 신적 본성이라는 것이 뉴에이지 이론의 핵심이다. 비인격적 실재로서 우주적 의식의 탁월한 표현인 이 신적 본성만이 오직 하나의 참된 실재를 구성한다고 함으로써, 뉴에이지 사상은 그 범재신론(panentheism)적 일원론을 분명히 드러낸다.

이렇듯 하나의 세계를 주창하는 뉴에이지는 기존의 모든 종교들을 하나의 우주적 정신에로 수렴하는 완전하고 새로운 종교임을 자처한다. 따라서 새로운 세계 공동체에의 소속감은 뉴에이지의 특징적 정서이다. 뉴에이지 계열의 많은 그룹들은 모든 종교들의 기원적 동일성을 제시하며 그 무차별적 화해를 주장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맥락에서, 우주적 정신에 기초한 공동 가치의 추구와 보편적 믿음의 성립을 추구한다. 뉴에이지 역시 보편적 형제애와 평화 추구, 그리고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노력 등에 대해 말하지만, 뉴에이지의 이러한 현상적 인도주의 저변에는 하나의 세계를 향한 그 특유의 전망이 깔려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상대주의와 혼합주의에 기초한 뉴에이지의 전체적 전망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표방하며 무차별적으로 전파될 때, 그리스도교 신앙이 선포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에 관한 복음적 메시지는 심각한 도전과 위협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주요 참고문헌 : 박준양, 「뉴에이지(New Age)의 ‘우주적 그리스도’(Cosmic Christ) 개념과 전망에 대한 비판적 고찰-교의신학적 관점에서」, 「가톨릭신학」 12(2008/여름), 한국가톨릭신학학회, 47~51쪽의 내용을 발췌하여 수정, 보완함.

박준양 신부는 1992년 사제로 서품,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전공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신학과 사상학회 편집위원장 및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 FABC 신학위원회 전문신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의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