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나는 예비신자입니다] (26) 성물은 많이 가질수록 좋은가?

정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3-10-08 수정일 2013-10-08 발행일 2013-10-13 제 286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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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묵주는 몇 개가 필요한가요?”
묵주·십자가 등 수많은 성물들
넘치도록 많아 보여 부담감도
‘물질’ 앞서 바른 의미 잘 살필 터 
예비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묵주 등 수많은 성물에 관심을 갖지만, 그 의미를 자세히 몰라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 들어서 다양한 성물에 눈길이 많이 간다. 학창시절에는 묵주반지 끼는 것을 동경하기도 했던 터라, 나도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면 성물을 마음대로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도 해왔다. 그러한 가운데 각 성물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생각하진 못했다.

그런데 성당에 다닐수록 성물을 소유하는데 있어서 여러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최근 한 성지의 성물방에 들렀을 때는 씁쓸한 기분마저 느끼게 됐다.

당시 미사를 마치고 우르르 성물방으로 몰려 들어간 신자들은 너도나도 똑같은 성물을 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팔찌 형태의 묵주를 껴보고는 옷과 어울린다느니, 색상이 어떠하다느니 ‘성물’이라는 단어와는 별 관계없는 말들도 주고받았다. 특히 묵주를 몇 개씩이나 갖고 있으면서도 여기저기서 묵주를 사 모으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의문이 든다. 대체 묵주라는 것이 평소 몇 개씩이나 필요한 것인가?

얼마 전엔 시간적 여유가 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성당 성물방에 들렀었다. 다양한 예술작품을 한눈에 보는 듯해 잠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십자가와 성모상 정도 외에는 성물을 아직 별로 보지 못한 내 눈에는, 어디에 쓰는지 알지 못하는 성물들의 종류가 넘치도록 많아 보였다. 동시에 부담도 느껴졌다.

‘신자가 되면 저 성물들을 다 사서 집에 갖춰 놓아야 하나?’

신자가 되면 이런저런 의무들이 많아진다는 생각에 성물을 어떻게 소유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성물이 신자로서의 상징이 되는 것인가? 저 비싼 십자가와 성모상, 촛대 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가?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던 차에 이웃집 할머니로부터 기적의 패라고 하는 것을 선물 받았다. 구역장님으로부터 내가 성당에 다닌다는 말을 듣고 벼르다 주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몸에 지니고 다니면 성모님께서 나의 기도를 다 들어주신다고 설명해 주셨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기적의 패를 목에 걸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꼭 부적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기적의 패가 소원을 들어주는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무슨 미신 같은 이야기인가 싶었다. 온갖 성상들을 세워놓고 비는 것이 원시종교 등에서 비는 행위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런 생각을 갖고 주위를 돌아보니, 비록 성당을 오간 시간이 짧긴 하지만 신자들 중에서는 성물에 집착하는 이들이 많은 듯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전례 때나 기도를 할 때에 사용하는 각종 도구, 성물들도 너무 많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일엔 본당 신부님께 각종 성물을 내밀며 축복을 청하는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신부님께서는 성물을 축복하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지, 그 성물 자체에 신통한 힘을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다.

예를 들어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는 것도, 성모님께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착각해 비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을 공경하며 전구를 청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나 스스로가 각종 성물들을 귀하게 생각한다는 이유로 물질을 공경한 것은 아닐까 되돌아본다. 각 성물들 안에는 어떤 힘이 내재된 것이 아니며, 그 성물들은 우리가 공경하고 흠숭하는 대상을 가시적으로 표현해주는 상징물인데 말이다.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