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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공동기획 - 신앙의 해, 신앙의 재발견] (33) ‘성경공부’ 안 하는 원인과 대안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3-10-01 수정일 2013-10-01 발행일 2013-10-06 제 286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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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일치시켜 ‘인생을 걸고’ 말씀을 읽으라
‘의무’로 여기는 성경 읽기 부담으로 느낄 수 있어
공부 생각서 탈피, 생활이 성경 안으로 들어가야
성경공부 전문 기관·인력 확충 시급한 고려 필요
성경, 하느님 계시 통로·미사 전례 출발점

성경은 하느님이 계시한 바를 하느님의 영감을 받은 기록자가 작성한 책들의 모음이다. 계시종교인 가톨릭교회 신자들이 성경을 읽고 익히는 것은 하느님의 계시가 전해지는 통로가 바로 성경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구성돼 있는 미사 역시 성경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므로 신앙생활의 핵심인 미사를 충실하고도 감동적으로 드리기 위한 노력의 출발 역시 성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가톨릭교회 많은 신자들은 미사나 소공동체 등의 모임에서 「매일미사」의 독서와 복음을 읽는 것 외에는 별도의 성경공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성경공부의 당위성에는 의문이 있을 수 없음에도 신자들이 성경공부를 가까이 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이며 대안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알아 볼 필요가 크다.

신자들 성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신자들이 성경공부를 하기 어려워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성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고 봐야 한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사목부가 교구 본당 청년 1500명을 대상으로 2010년 8월~2011년 8월 1년 동안 성경 교육 전반에 대해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성경공부 경험이 없는 이유로 ‘시간 없음’이 47.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성경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16.4%였다.

시간이 없다는 응답은 성경공부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뜻으로 성경공부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것과 실질상 동일 범주의 답변으로 분석된다. 서울대교구 성서사목부 담당 이석균 신부는 “과거 관념과 신념,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시대가 가고 물질과 돈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신자들도 영적 소망보다는 물적 갈망에 휩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 뒤를 이어 ‘성경공부 프로그램 부재’가 15.4%, ‘소개 홍보 부족’이 15.1%를 차지해 신자들이 교구에서 공식 인정되고 있는 성경공부 프로그램에 대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서울대교구에서 시행 중인 성경공부 프로그램은 ‘여정’(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시청각 통신성서교육원’(성바오로딸수도회), ‘성서못자리’(서울대교구 성서사목부) 등 모두 7개다. 이들 프로그램들의 개발과 시행은 성경교육의 양적 성장을 가져왔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신자들이 프로그램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은 프로그램 홍보의 필요성을 말해 준다.

이석균 신부는 신자들이 성경공부를 하기 어려운 다른 이유로 성경공부를 ‘의무’로 인식해 미사 참례와 성사 생활 등 기본적인 의무 지키기에도 벅차하는 신자들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 신부는 가톨릭교회에 성경 전공 사제나 적극성을 지닌 성경 봉사자가 부족하다 보니 신자들에게 성경공부에 대한 자연스런 계기나 동기를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며 성경공부 전문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성경공부 삼매경에 빠진 신자들. 교회 내에 다양한 성경공부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홍보 부족과 성경공부를 의무로 받아들여 부담을 느끼는 문제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가장 강력한 ‘힐링’의 도구 ‘성경’

이 신부는 본당 주임신부의 사목방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신자들은 성무활동과 행정업무에 바쁜 주임신부에게 직접적인 성경공부를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주임신부가 바뀌면서 기존 본당서 시행되던 성경공부 프로그램이 무산돼 혼란을 겪기도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성서사목부 2011년 설문조사에서 성경공부에 가장 적합한 장소로 무려 83% 신자가 ‘본당’을 택했다는 것은 주임신부 교체와 관계없이 본당에서 장기적·체계적인 성경공부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이 신부는 물질문명이 팽배한 현 시대가 오히려 신자들이 성경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할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힐링(치유)’ 트렌드가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으로 성경은 가장 강력한 힐링의 도구이자 구원의 대서사시라는 것이 이 신부의 주장이다. 이 신부는 성경공부 활성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누수되는 인적·물적 낭비를 줄일 ‘성경 전문 연수원’ 건립과 대중적 전문 강의를 실행할 조직적 ‘강사단’ 양성을 제시했다.

삶·성경 일치가 가장 좋은 공부 방법

‘성경공부’라는 용어부터 재정립해야 신자들의 삶에 성경말씀이 녹아 들어갈 수 있다는 새로운 견해도 있다.

17년간 「생활성경」을 집필해 지난해 출간한 김세진 신부(서울 논현2동본당 주임)는 “성경은 지식을 쌓는 공부의 대상이 아니므로 ‘성경고백’이라는 용어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성경을 큰 흐름 속에서 단순하게 이해하고 ‘인생을 걸고’ 성경을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인생을 건다는 말은 자신을 성경 속의 한 인물처럼 ‘의식화’함으로써 자기 인생을 하느님께 포개지게 하는 것으로 인생을 걸고 성경을 읽어야만 성경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성경이 한 편의 이야기처럼 쉽게 읽혀진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성경필사 클럽 ‘햇빛샘의 기도’를 운영하는 유병일 신부(서울대교구 영신수련 담당)도 “성경필사는 단순히 성경을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온몸으로 성경을 필사하는 것처럼 생활이 성경 안으로 조율돼 들어가야 한다”고 말해 삶과 성경의 일치가 성경공부의 목표이자 방법임을 밝혔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