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 (16) 독일의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Glasmalerei Museum Linnich)

정수경(카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입력일 2013-08-06 수정일 2013-08-06 발행일 2013-08-11 제 2857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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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스테인드글라스 역사 한눈에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 스테인드글라스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박물관이 있다는 것은 이 분야의 연구자인 필자의 큰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 스테인드글라스 탐방하면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지역의 리닉(Linnich)이란 곳에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떠한 곳일까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한 달음에 달려갔었다.

쾰른(Koln)에서 출발해 듀렌(Duren) 역에서 한 시간에 한 번뿐인 지방간선 기차로 갈아타고 도착한 리닉은 아주 작은 도시였다. 역에서 15분여를 걸어가니 작은 건물들 사이로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Glasmalerei Museum)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마주하게 되는 박물관 전면 유리창에는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답게 독일 현대 스테인드글라스의 거장인 루드비그 샤프라스(Ludwig Schaffrath)의 대형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 박물관 실내로 아름다운 색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박물관 건물은 본래 물레방앗간이었던 곳을 1990년대에 현대식 건물로 개조하여 만든 것이다. 그래서 박물관 밑으로는 여전히 루르(Ruhr) 강의 지류로 형성된 연못의 물이 흐르고 있다. 1997년 새롭게 문을 연 건물은 2000년 NRW(Nordrhein-Westfalen) 재단의 기금으로 현재 박물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스테인드글라스뿐만 아니라 유리를 이용한 설치, 오브제 작품에 이르기까지 2000여점의 유리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리닉의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에서는 빅토리아시기부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까지 스테인드글라스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리닉에 소재한 오이트만 박사의 아틀리에(Atelier Dr. H. Oidtmann)에서 기증한 작품들과 프리츠 가이게스(Fritz Geiges), 요한 토른 프리커(Johan Thorn Prikker), 마리아 카츠그라우(Maria Katzgrau), 에리히 펠트(Erich Feld), 한스 뤼넨보르크(Hans Lunenborg)와 같은 작가들의 기증 작품들은 박물관의 독자적인 컬렉션을 구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

총 4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에는 상설전과 특별전으로 나누어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전시장에는 전체적으로 넓게 만들어진 창들로 유입되는 자연광을 이용하여 스테인드글라스 본래의 색과 빛의 효과를 잘 경험할 수 있게 되어 있었고 무거운 작품들도 잘 지탱할 수 있는 장치들을 설치하여 작품 전시에 어려움이 없도록 되어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전시를 기획해본 필자로서는 이러한 전시공간이 무척이나 부럽게 느껴졌다.

필자가 방문했던 당시에는 운이 좋게도 독일 현대스테인드글라스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던 게오르그 마이스터만(Georg Meistermann)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어 전시 관람의 기쁨이 한층 더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매년 2차례의 특별전과 다양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는 리닉의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에는 방문객들이 유리와 유리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워크숍도 마련되어 있어 보는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스테인드글라스를 실제로 체험하고 알아가는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다소 후미진 곳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한 분야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이루어진 리닉의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에서 독일인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참고 사이트 : www.glasmalerei-museum.de)

2011년 10월 22일부터 2012년 1월 29일까지 게오르그 마이스터만의 회고전이 열렸던 독일 리닉의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

정수경(카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