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현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 (13) 독일 도르트문트 성모 마리아 교회 스테인드글라스(1971)

정수경(카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입력일 2013-06-18 수정일 2013-06-18 발행일 2013-06-23 제 2851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생명력있는 드로잉, 작가 손맛 작품미 강조
마치 창의 부분 부분에 균열이 잡힌 듯 보이고 일정한 간격으로 그려진 수직선들 위로 종횡무진하며 오가는 자유로운 선들이 눈길을 끄는 독일 도르트문트 성모 마리아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요하네스 슈라이터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1971년에 완성된 이 작품은 전쟁으로 파손된 총 34개의 창을 새롭게 제작 설치하면서 탄생됐다.

슈라이터가 스테인드글라스의 건축적 가능성에 대해 보다 깊은 차원의 해석을 시도하던 시기에 완성된 도르트문트 성모 마리아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따뜻한 갈색, 보라색, 회색의 색유리 면을 부분적으로 배치하면서 밀도 있게 그려진 수직의 납선들과 그 사이를 누비는 자유로운 선들로 화면이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인 스테인드글라스에서는 주로 납선이 서로 다른 색의 유리들을 구획 짓거나 테두리 역할을 한 것과는 달리 슈라이터의 납선은 손으로 직접 그린 것처럼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다. 즉 슈라이터에게 있어 납선은 단지 재단된 색유리들을 연결하고 지탱하는 프레임의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드로잉을 유리 위에 재현한 듯 독립된 선으로서 존재한다. 이렇게 유리 위를 떠다니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납선 드로잉은 그 자체로서 생명력을 갖고 작가의 손맛을 살리며 작품의 표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 독일 도르트문트 성모 마리아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요하네스 슈라이터 작, 1971.
다채로운 선묘와는 대조적으로 슈라이터의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그리고 배경색으로는 주로 흰색 불투명의 오팔센트 유리(opalescent glass)를 사용하고 있다. 독일에서 슈라이터를 직접 만나 그간 궁금했던 질문들을 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그의 작품 대부분이 불투명 유리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슈라이터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해 유입되는 컬러 빛을 건축 공간 본래의 구조를 깨트릴 수 있는 요소로 보아 불투명 유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컬러 빛을 실내로 유입하는 것이 아닌 건축 공간 내의 빛을 가장 적절한 상태로 조절해주는 역할을 보다 강조한다. 슈라이터는 오팔센트 글라스를 통해 유입되는 부드러운 빛이 초월적이고 명상적인 공간을 연출하는데 적합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의 창을 통해 성당을 방문한 이들이 현세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영적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르트문트 성모 마리아 교회에는 흰색이 메인컬러로 사용되었다. 슈라이터는 흰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흰색은 신의 순수성과 초월성을 상징하는 매우 기쁜 색이다. 흰색에는 스펙트럼의 모든 색이 담겨있다” 슈라이터는 중세 시토수도회의 단순하고 절제된 그리자유(grisaille) 창과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색의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고 최고의 순수성을 내포한 색인 흰색을 자신의 작품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신의 빛을 상징하는 부드러운 흰색 배경에 파손된 듯한 이미지는 독일에 의해 발발한 전쟁의 비극과 상처를 잊지 않도록 하고, 도르트문트 성모 마리아 교회 역시 이 전쟁으로 희생되었던 곳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정수경(카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