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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주일 특집] 다양한 통계로 바라보는 디지털 세계와 교회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3-05-07 수정일 2013-05-07 발행일 2013-05-12 제 284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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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디지털 세계에서 복음 전파 이뤄야
인터넷에서 ‘교회 소식 인식한 적 없다’ 53%
가톨릭 콘텐츠의 체계적인 개발·확산 절실
“실제로 신자들은 디지털 세계에도 기쁜 소식을 알리지 않으면, 이 삶의 공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많은 이들이 이 기쁜 소식을 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2013년 홍보주일 담화 중에서)

디지털 세계.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디지털 세계를 새로운 아고라(agora)라고 칭할 만큼 이 세계의 위력은 대단하다. 더불어 그는 이 안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관계가 ‘신앙의 다른 차원의 문’을 열 수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의 조류에 응답하는 제삼천년기 교회의 새로운 문을 열기 위해, 디지털 세계에 대한 다양한 통계로 교회가 준비해야 할 앞날을 미뤄본다.

■ 젊은이들이 날마다 경험하는 곳

디지털 세계는 계속해서 놀라운 속도로 팽창해나간다. 이 세계가 팽창하는 근원에는 젊은이들이 있다.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 의장 클라우디오 마리아 첼리 대주교가 올 4월 발표한 ‘디지털 시대, 교회가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는 이러한 내용들이 잘 나타나있다.

‘세대(출생년도)별 SNS 가입자 비율’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페이스북(Facebook)을 볼 때, 가입자 비율은 ▲새천년 세대(출생 기준 1982년 이후)가 82%로 가장 높다. 이어 ▲공의회 이후 세대(1961~1981년) 68% ▲공의회 세대(1943~1960년) 51% ▲공의회 이전 세대(1943년 이전) 37%순이다. 트위터(Twitter)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낸다.

‘세대별로 우선 이용하는 뉴스 열람 경로’를 보아도 ▲새천년 세대가 TV 54%, 인터넷 37%, 주변인의 말 5%, 라디오 3%, 인쇄매체 2%를 참고하지만 ▲공의회 이전 세대는 TV 61%, 인쇄매체 27%, 라디오 6%, 인터넷 6%로 인터넷 대신 TV와 인쇄매체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사대상으로 20여 년의 세대가 한 세대로 묶여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세대를 세분화할 때 결과는 더욱 큰 차이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신앙의 다른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쥔 디지털 세계를 주도하고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대부분은 젊은이들이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홍보주일 담화를 통해 “디지털 환경은 순전히 가상세계나 병행세계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날마다 경험하는 곳”이라고 했다. 젊은이들이 이끌어가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한 교회의 진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원교구 홍보전산실장 한정욱 신부는 “교회도 발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고, 교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알고자 하는 정보에 대한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말씀은 시대가 변한다해도 바뀌는 것이 아니지만 시대와 대상에 따른 재조명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신앙의 다른 차원의 문을 열기 위하여

교회는 디지털의 흐름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구현하고 있을까.

가톨릭이 디지털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지만, 여타의 콘텐츠와 비교하면 디지털 세계 안에서 구현되는 가톨릭 콘텐츠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20개 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SNS를 이용하면서 주로 많이 찾아보는 주제’는 음악과 영상이 단연 1위이며, 이어 소속집단의 관심사, 스포츠, 정치 순이었고 종교(신앙)는 가장 낮은 빈도로 꼽혔다.

‘인터넷에서 가톨릭교회 관련 내용을 얼마나 볼 수 있었습니까’하는 질문에는 ▲인터넷에서 교회의 존재를 딱히 인식한 적 없다 53% ▲약간, 어느 정도 16% ▲조금 12% ▲그다지 잘 보이지 않는다 11% ▲아주 많이 8%로 가톨릭의 내용을 담은 콘텐츠의 개발과 확산이 더욱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딕토 16세는 2008년부터 홍보주일 담화(제42차)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현대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피할 수 없는 문제들을 제기하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을 더이상 미룰 수 없음을 밝혀왔다.

실제로 2011년 기준 주1회 이상 인터넷 접속자 수는 전세계적으로 약 24억 명에 달한다. 이 같은 전세계 인터넷 인구를 가톨릭 신자 비율로 환산하면 약 4억 4000만 명에 해당하며, 엄청난 수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디지털 세계 안에서 기쁜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조인영 신부(예수회 부관구장 겸 홍보국장)는 “디지털 세계라고 하면 특별하고 거창한 것을 생각하지만 디지털은 이미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며 “디지털 세계 안 복음 선포는 개척과 개발이 아닌, 이미 일상이 된 영역을 통해 기쁜 소식을 전하는 통로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인구를 가톨릭 신자 비율로 환산하면 4억 4000만 명
〈세대(출생년도)별로 우선 이용하는 뉴스 열람 경로〉
〈세대(출생년도)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입자 비율(%)〉

◆ 교황 선출로 비춰본 디지털 세계의 영향

의견 교류 활발·정보 전달 속도 빨라

디지털 세계의 흐름은 바티칸은 물론 교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번 교황 프란치스코의 선출은 디지털 세계 안에서 사람들의 소통이 교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계기였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선출과 달리 교황 프란치스코 선출에 앞서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 것이다.

우선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들의 투표인 콘클라베부터 인터넷을 포함한 SNS에서는 차기 교황에 대한 의견들이 활발하게 교류됐다.

특히 시스티나 성당 굴뚝 연기의 색깔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 자신이 지지하는 추기경에게 투표하는 사이트들도 등장했으며, 때문에 외신 가운데는 콘클라베가 ‘소셜(social) 콘클라베’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견들도 제기됐다. 교황이 선출됐다는 의미로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가 피어오를 때도 트위터를 비롯한 SNS가 소식을 전달하는데 있어 더욱 빨랐다는 주장이다.

뉴욕데일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선출에 성 베드로광장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2005년 군중들의 모습과,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장에 모습을 드러낼 때 일제히 타블렛 PC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군중들의 모습을 비교하기도 했다.

홍보주일 담화에서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바티칸은 급변하는 SNS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바티칸 라디오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교황에 관한 다양한 소식을 쏟아내고 있으며,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교황의 친근한 모습을 그린 만화를 게재하기도 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지난해 트위터 활동을 시작(@Pontifex), 불과 2주 만에 200만 명의 팔로어를 기록하는 등 SNS의 저력을 보여준 바 있으며, 교황 프란치스코 또한 착좌 전부터 페이스북 페이지(Papa Francesco)가 빠르게 개설돼 현재 약 7만 명의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친근한 교황의 모습을 그린 만화. 바티칸 라디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