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민의 날 특집 - 지금은 이주민·다문화 시대] ‘우리 안의 우리’로 이주민 받아들이는 노력 필요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3-04-23 수정일 2013-04-23 발행일 2013-04-28 제 2843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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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잠재적 범죄자 등으로 여기는 부정적 인식 존재
사회적 편견 해결·바람직한 성장 위해 인식 전환·교육 시급
전체 인구의 2.5%가 이주민인 한국사회가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민 인식 전환과 그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평택 엠마우스에서 명절을 보내고 있는 네팔인들의 모습.
1여년 전 경기도에서는 귀가 중인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참혹하게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나 범인이 조선족 이주노동자로 밝혀지자 인터넷상에서는 인종차별적 발언과 비난의 여론이 쏟아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또한 반다문화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주민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다문화’라는 말이 더이상 낯설지 않은 한국사회이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 인식 수준은 아직 개선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주민’은 이주노동자, 결혼이주민과 그 가족, 유학생, 새터민, 망명자 등을 포함한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2년 12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등록 외국인만 93만여 명에 이르고 단기 체류 외국인은 32만여 명, 거소신고 외국인은 19만여 명 등 총 144만 명 이상이다. 등록 외국인들 중 58%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그 외에는 경남·인천·충남·경북·부산 등 전국 각 지역에 주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적인 현상으로만 볼 때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에 대한 인식 수준은 아직도 여전히 ‘우리’가 아닌 ‘그들’이다.

한 관련 학자는 2003년 한국종합사회조사 등 전국 차원에서 조사한 이주민들에 대한 각종 보고서를 예로 들면서 “이주민들이라 하면 범죄자나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거나 우리나라에서 번 돈을 자국으로 송금하므로 우리나라 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는 사람들로 여기고 있고, 또 정부가 쓸데없이 이주민에게 재정을 낭비한다는 인식도 많다”고 지적했다.

나라별로는 후진국·중진국보다는 선진국을 더 선호하고 새터민보다는 외국인 사업가나 유학생 전문 기술 인력을 더 선호하는 모습도 뚜렷하다고 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의 저변에는 다양한 배경이 깔려있다. 지나친 민족의식과 순혈주의, 인종차별주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무시, 외국인 관련 사고를 다루는 대중매체의 보도 행태 등이 얽혀있다는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이주민에 대한 편견은 문화적 갈등과 함께 여러 가지 사회 문제로 발전될 소지가 분명하다. 이미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집단 따돌림과 정체성 혼란, 저소득층 남성이 대부분인 다문화가정의 경제적 이유로 인한 가정 불화, 3D 업종에 종사하면서도 여러 불이익을 당하는 외국인 근로자 문제 등이 비근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 안에서 한국사회가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적 편견의 해결을 위한 국민 인식 전환, 그리고 그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다. 그것이 다문화주의의 실천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것이다.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국인들에게 다문화사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함이 드러났다. 지난 2008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800여 명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인에 대한 다문화 교육 필요성’에 대해 55.8%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8.4%만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는 답은 35.8%였다.

교회 안으로 눈을 돌려보면,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와 각 교구 이주사목 관련 부서에서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권익 보호 및 신앙생활 지원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아직 일선 본당에까지 다문화가족들이나 이주민을 위한 사목 움직임이 활발하게 퍼져 나가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교회 내 한 전문가는 “신자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자리, 곧 구역반 소공동체와 본당에서도 다문화가족을 위한 실제적인 활동들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적으로 각 교구 본당에서 다문화와 관련된 교육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며 이주노동자·결혼 이주민·새터민 등 이주민들이 삶의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본당 구역반장 대상 교육이 가정 먼저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교회 내 모든 구성원, 즉 신자·수도자·성직자 대상의 교육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21세기 다문화사회는 ‘차별’, ‘편견’은 물론이고 ‘배려’, ‘혜택’의 가치를 넘어 ‘상호 소통’과 ‘공존’의 가치를 요청받고 있다. 이주민과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존중하며 그들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다.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하느님 백성이 이민 문제 해결에 헌신적으로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평신도들에게 사회의 모든 분야에 협력함으로써(평신도 교령, 10항) 이민들에게 ‘이웃’이 되어 주도록 촉구한 바 있다.(사목헌장 27항)

가톨릭 신자들에게 있어 다문화사회와 다문화가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그에 따른 교육과 홍보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 이민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교황 비오 12세가 1952년에 발표한 교황령 ‘이민 성가정’(Exsul Familia)은 이민들과 관련된 사목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지평을 새롭게 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60여 년이 흐르는 동안 교회는 여러 문헌을 통해 이민자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 그 주요 내용들을 살펴본다.

▒ 이민하는 성가정(Exsul Familia)

이민 사목에 대한 새로운 전기를 불러 일으켰을 뿐 아니라 더욱 체계적인 관점을 제공하는 계기가 된 문헌이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나자렛 성가정을 언급하는 가운데, ‘이민’에 대한 교회의 염려를 드러내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법적인 관점에서 이민들을 도울 규범들을 제시했다.

이민들을 위해 예외적으로 언어나 민족을 기준으로 하는 속인 본당, 즉 민족 본당 설립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 특별하다.

▒ 이민 사목에 관하여(De Pastorali Migratorum Cura)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는 1969년 자의교서 ‘이민 사목’을 발표한 후 교황청 주교성성이 준비한 ‘이민 사목에 관하여’ 훈령을 인준했다.

나라와 국경간 이민이 더욱 활발해진 당시 상황에서 훈령은 이민 사목에 대한 더욱 적합해진 규범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지역 교구장들에 대한 속인 본당 설립에 대한 권고를 볼 수 있으며 또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의 모국어와 정신 유산이 보존될 권리가 재확인되는 입장 등을 살필 수 있다.

▒ 교회와 유동 인구(Chiesa e Mobilita Umano)

1978년 교황청 이주사목위원회가 주교회의에 보내는 회람이다. 유동인 현상에 대한 고찰과 함께 이민 사목 뿐만 아니라 해양사도직, 항공사도직, 유랑민 사목, 관광사도직, 도로 사도직 등에 대해 지침을 내리고 있다.

▒ 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Erga Migrantes Caretas Christi)

2004년 교황청 이주사목평의회가 발표한 훈령.

교황 바오로 6세의 자의교서 ‘이민 사목’ 및 교황청 주교성의 훈령 ‘이민사목에 관하여 ’ 반포 35주년을 기념해서 발표된 것으로 현 세기에 맞춰 이민 사목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목적을 담았다.

이민들에 대한 환대가 가톨릭 이민들 뿐만 아니라 동방 예법 가톨릭 이민들, 다른 교회와 교회 공동체에서 온 이민들, 일반적으로 다른 종교의 이민들, 그리고 무슬림 이민들에게 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 특별하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