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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특집] 한국교회 최초의 시각장애인준본당 설립 후 2년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3-04-09 수정일 2013-04-09 발행일 2013-04-14 제 284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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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사제 영적 돌봄 통해 신앙성숙 이뤄요”
주일 교중미사 200여 명 신자 참례
자체 성당 건축 어려워 관심 절실
한국교회 최초의 시각장애인본당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주임 고형석 신부)은 시각장애인들의 안식처다. 도움 없이는 장거리 이동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들은 서울을 비롯한 의정부, 일산, 성남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서울 개포동에 위치한 이곳으로 모인다.

특히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봉헌되는 교중미사에는 족히 200명이 넘는 신자들이 찾아올 정도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본당’에서 느끼는 안식은 먼 거리마저도 무색하게 만든다.

이렇게 신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준본당으로 승격된 이후다. 같은 해 연말, 세례식 때는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회장 이준행)가 1979년 설립된 이래 최다 인원인 20명이 세례를 받았다. 신심단체 활동에도 열심이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던 레지오와 빈첸시오, 반모임은 물론 최근에는 청년성서모임도 새롭게 개설됐다.

무엇보다 준본당 승격 후 가장 큰 변화는 전담 사제가 이들과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약 30년 동안 전담 사제를 요청해온 결과다. 매주 다른 사제들을 초청해 미사를 봉헌하던 이전과는 달리 안정적인 영적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자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웃음꽃이 핀다.

서울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 이준행(사도요한, 이하 선교회) 회장은 “준본당이 되면서 봉성체와 교적관리 등 선교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전담해주시는 고형석 신부님께서 우리와 함께 해주시니 본당과 선교회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느낀다”고 전했다.

하지만 본당이 가지고 있는 시름도 크다. 현재 본당은 인근 지역의 한 시설 지하 강당을 성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1990년 대 말부터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했지만, 공간을 빌려 쓰는 처지라 제대로 된 제대나 감실도 마련하지 못했다. 더구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그곳 시설마저도 사용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본당은 자체적인 성당을 마련하고자 ‘성당 건립위원회’를 발족하고 나섰다. 지난해에는 서울 개포동성당에서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본당 에파타 합창단과 플라마(불꽃을 뜻하는 라틴어) 밴드가 ‘사랑결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이렇듯 신자들의 염원을 한 곳으로 모았지만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은 신자들의 헌금과 교무금, 건축 기금만으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성당 건축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 고형석 주임신부는 “시각장애인 성당 건축도 절실하지만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많은 장애인들에게 교회와 신자들이 관심 갖길 바란다”며 “어떠한 장애를 가진 분들이라도 특수한 성당이 아닌 자신의 관할 지역 본당에서 신앙생활이 가능한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207301-04-056841 국민은행(예금주 천주교유지재단 시각장애인성당)

영성체 후 자리로 돌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을 봉사자들이 안내하고 있다.
서울 개포동 인근의 한 시설 지하 강당에서 주일미사를 봉헌하는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 신자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