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나는 평신도다] 가톨릭다례문화원 정금화 원장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2-12-11 수정일 2012-12-11 발행일 2012-12-16 제 2824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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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례문화의 ‘배려’ 정신 전하고 싶어”
배려는 주님 사랑과 닮아
성체조배·소공동체 모임도
차 통한 묵상·나눔 추천
정금화 원장
“제가 가진 몫은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가톨릭다례문화원 정금화(젤마나) 원장은 우리나라 전통의 다례문화가 신앙생활 안에서 꽃 피울 수 있도록 씨 뿌리는 역할을 맡고자 한다고 밝혔다. 차를 준비하고, 마시고, 찻잔을 닦아 정리하기까지 그 안에 든 상대를 향한 ‘배려’의 예절이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닮아있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 의미를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다.

“우리 예절에 기본은 ‘배려’입니다. 그 ‘배려’가 다례문화에도 담겨있지요. 차 한 잔에는 상대를 생각하는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습니다. 내가 아닌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은 주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사랑’의 모습과 일치하지요. 다례문화에 녹아있는 ‘배려’의 정신을 우리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전달하고자 합니다.”

정 원장은 실제 신앙생활에서부터 다례문화를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차를 우려내는 단계는 나를 비워내고 내 안에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고, 차를 마시는 것은 주님께 차를 대접하는 것은 물론, 내 안에 주님과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차를 마신 후에 묵상은 내 안에 가득 찬 주님을 향해 기도하는 것, 다음 단계인 설거지는 자신과 함께하시는 주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홀로 하는 성체조배나 소공동체 기도모임 등에 차를 통한 묵상과 나눔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 원장이 처음 차(茶) 공부를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의 일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학생의 아내로 미국에 거주했던 정 원장은 일본의 다도를 접한 외국인들이 “한국에도 이런 차 문화가 있느냐”고 물어왔을 때,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이후 정 원장은 당시의 부끄러움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례문화 습득에 매진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정식으로 공부도 하고, 각종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쌓아갔다. 미국에 다시 돌아갔을 때에는 유치원, 학교 등을 방문해 우리의 다례문화를 알리는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정 원장의 활동을 지켜봐온 교구 가정사목연구소장 송영오 신부는 가톨릭교육문화원에 둥지를 틀고 가톨릭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다례문화원을 열 것을 권유했다. 지난해 차를 즐기는 이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가톨릭다례문화원은 올해 3월부터 교육을 시작, 2년간의 과정 중 1년 과정(입문과정)을 끝마쳤다. 앞으로 2년 과정 수료자들은 각 본당에 파견돼 가톨릭 다례문화를 전파하는 일꾼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차를 마시면서 묵상하는 시간은 나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을 채워 나가는 과정으로 신앙생활에 큰 기쁨이 됩니다. 이러한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고자 더욱 기쁘게 씨를 뿌리려 합니다. 우리 수강생들이 내가 게으름을 피울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해주니 저도 더 열심히 뛰어야지요.”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