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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오 신부의 사랑의 둥지 행복의 열쇠 (65) 가정 중심의 사목

송영오 신부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2-11-13 수정일 2012-11-13 발행일 2012-11-18 제 282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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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어느 날 문득, 어린이 미사를 드리며 별로 내키지 않는 얼굴로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발견하면서 40여 년을 한결같이 똑같은 노래를 부르는 이런 미사가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70년대 초 한국천주교회에서 주일학교가 시작되면서 어린이 미사와 학생 미사는 당시에 아이들에게 좋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여름성경학교와 수련회는 어린 시절 잊지 못할 추억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여름이 되면 수련회에 따라가고 싶어서 여기저기 성당을 기웃거리는 친구들도 있었고 성당은 어린 시절 많은 정보를 주는 삶의 중심에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대에 주일도 없이 일해야 했던 우리 부모들에게 자녀교육은 그저 학교에 보내는 게 전부였고 성당에 보내면 신앙교육은 저절로 이뤄진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때부터 어린이들과 학생들을 위한 청소년 미사가 생겨났고, 청년 미사가 만들어졌다. 학창 시절 성가대에 들어가 노래와 율동을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가정 기능과 교육이 분리되었다. 교육은 입시 위주로 학교와 학원에 맡겨졌고, 가정은 여가와 안식을 누리는 곳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70년대 대가족제도는 핵가족으로 변화됐고, 우리 삶은 기능 중심으로 변화됐고 모든 부분이 물질주의와 개인주의 사조에 물들어 가면서 우리 가정의 모습을 바꿔 놓았다.

성당은 이제 더 이상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형성해 주는 문화의 장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과거 성당이 맡았던 기능은 청소년센터나 수련관에서 대신하게 되었고, 성당 중심으로 문화생활을 하던 엄마들도 다양한 욕구 충족과 자기실현을 위해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일이면, 가족들은 각자 시간대에 맞는 필요한 미사(어린이, 학생, 청년, 교중, 새벽)에 참례를 했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함께 움직이는 가족 중심으로 변화되어 모두가 함께 미사에 참례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아직도 과거 주일학교 운영 체제와 계층 간을 나눠 놓는 미사를 계속하고 있다. 여름휴가를 겨냥하는 가족 단위 사회프로그램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데도 교회는 아직도 과거 방식을 답습하며 재미없는 수련회와 여름성경학교를 계속한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주말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로 주일미사 참례자가 줄어 성당은 썰렁해지고 시험기간이 되면 학원 수업 때문에 학생 미사에 아이들을 찾아볼 수가 없고 고등학생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어린 생명이 태어나도 유아세례에는 관심도 없고 첫영성체를 시켜야 하는데도 부모의 냉담으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부하겠다는 이유를 앞세워 주일미사를 빠지는 아이들에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방심하여 수많은 자녀들이 신앙이 무엇인지 깨닫지를 못하며 종교를 그저 일종의 취미생활이나 특별활동으로 여기게 만들고 있다.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현세적인 가치에 정신들이 없다. 이겨야 한다는 경쟁의식 속에 진실과 정의, 사랑과 평화는 발 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이젠 교회가 참된 가치관을 세우고 가족중심의 사목으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으로 전환되도록 노력해야 하며 지식보다 더 중요한 인성을 길러 내는 최초의 학교인 가정에서 자녀들을 키워내는 참교사요, 참스승으로서의 역할이 부모에게 있음을 자각하여야 한다. 과거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을 세상에 빼앗기고 적당히 타협하는 한심한 삶 속에서 어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송영오 신부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