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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미술인을 찾아서] 공예가 고정민씨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2-11-13 수정일 2012-11-13 발행일 2012-11-18 제 282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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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신자들 성경·묵주 외 성물 사치로 생각
성물의 가치 느끼도록 제작하는 것이 목표
공예가 고정민씨는 “사람들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성물을 제작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말했다.
도자기의 변신은 무죄다. 공예가 고정민(루도비코ㆍ35ㆍ서울 대치2동본당)씨는 그 변화를 빚어내는 사람이다.

오랜 시간 작업을 해오면서 가마를 여는 순간만큼은 매번 떨리고 설렌다는 고씨다. 그도 그럴 것이, 디자인은 작가의 몫이지만 가마에서 구워지는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작품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작업실 ‘루도크래프트’를 찾아간 당일에도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가마 속의 작품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씨의 주된 작업은 ‘성물’ 제작이다.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종교를 갖게 됐고 또 영향을 받게 됐다. 학부 시절부터 ‘십자가의 길’을 주제로 작업을 했던 그는 대학원 논문 주제 역시 「‘십자가의 길’을 주제로 한 도벽 연구」로 정했을 만큼 성물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그에게 지금의 활동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는 공부도 열심히 했다. 이콘연구소에서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민화, 동양화, 서양화 등 여러 가지 회화 장르를 오랫동안 공부해 왔다. 매달 전시장과 공연장을 찾으며 예술계의 동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앉아 있으면 아이디어가 저절로 나오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뭐든 배우고 보고 느끼고 있어요. 배움을 더디게 하면 이 길을 가기가 어려워요.”

다양한 경험과 젊은이의 열정이 합쳐져 그는 새로운 형태의 성물들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2~3년 동안 디자인한 성물이 20~30개가 될 정도다. 그중에서도 도자 이콘은 그의 전매특허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도자기 위에 이콘을 그린 것이다. 엄격한 규칙에 따라 그려야하는 이콘은 변형시킬 수 없기 때문에 대신 판형에 변화를 줬다. 도자틀도 외국의 성당 외벽과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유롭게 표현했다.

3년 전부터는 도자 이콘 전시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소속 수사와 분도출판사 서원에 성물을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목과 유리를 접목한 십자가를 선보이고 있다. 고씨가 이렇게 매번 새로운 성물을 개발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많은 신자들이 성경과 묵주 외의 성물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사치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일이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성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