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중문화 속 성(性) (21) 교회는 왜 ‘깨달음의 성교육’을 준비해야 하나?

이광호(베네딕토·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운영위원)
입력일 2012-11-06 수정일 2012-11-06 발행일 2012-11-11 제 2819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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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문화 침투와 성소 급감 시대
대중문화로 쾌락적 성 가치 지닌 세대
거시적 문화변동 간과한 성교육 대부분
우리나라 10대들의 성관계 시작 평균 나이 13.6세, 미성년자 출산 건수 3,300건은 무엇을 의미할까? 중학생 때부터 통상적 연애 안에 성관계가 대체로 포함되어 있음을 뜻한다.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성년의 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청춘 남녀가 모텔에 몰려가는 날이다. 모텔에 빈방이 없는 날이 있다면, 산부인과에 임신 확인하러 젊은 여성이 몰려오는 날도 있을까? 당연히 있다. 대자연의 법칙을 누가 벗어날 수 있나?

왜 이렇게 되었을까? 대중문화와 포르노를 통해 쾌락일변도의 왜곡된 성적 가치관을 내면화한 세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화상품을 누리면서 쾌락과만 결합하여 있는 성을 배운다는 의식조차 없이 배웠고, 그 결과 성관계라는 문턱을 너무도 쉽게 넘는다. 그들의 무의식에는 ‘섹스가 게임’으로 각인되어 있다.

청소년의 임신과 낙태의 폭증은 거시적 문화변동의 결과이다. 이 거시적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면 미시적인 대응만 하기 쉬운데, 그 대표적인 예가 ‘피임교육’과 ‘순결교육’이다.

‘이제 쾌락적 성은 대세다. 막을 수 없으니 현실을 인정하고 청소년에게도 콘돔과 피임약을 주자’와 ‘성은 아름다운 것이고, 생명이니 순결을 지켜야 한다’. 이 둘은 정반대의 접근이지만, 성 의식이 왜곡되는 심층의 본질은 간과하고, 표층에만 집중하는 대증요법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보건의료계와 여성계에서는 피임을, 개신교계에서는 대체로 순결을 교육하는데, 가톨릭 교회는 성교육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왜 그랬을까? 교회가 성에 대해서 너무 신중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르노가 확산되고 기획사가 자극적인 문화상품을 생산해내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바로 가톨릭교회다. 쾌락주의적 문화가 청소년들에게 침투되면서 성소 급감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유럽교회가 공연히 노령화된 것이 아니다. 지금 추세라면 우리는 같은 길을 더 빠른 속도로 갈 수 있다. 송아지를 다 잃고 있는데도 사태 파악도 매우 늦다.

성소를 지키려면 교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성적자극이 넘쳐나는 대중문화’, ‘과도하게 소비되는 포르노’, ‘통상적 연애 안에 포함되는 성관계’, ‘그 결과 이어지는 임신과 낙태’가 ‘죽음의 문화’라 불리는 하나의 실체임을 자각시켜 주는 ‘식별력 교육’과 이 넷 중에 어느 것 하나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게 하는 ‘예방교육’에 힘을 써야 한다. 큰 그림을 보여주고 깨닫게 해주면, 진리가 청소년들을 끌어당길 것이다.

“그분께서 네 앞에 물과 불을 놓으셨으니 손을 뻗어 원하는 대로 선택하여라. 사람 앞에는 생명과 죽음이 있으니 어느 것이나 바라는 대로 받으리라.”(집회서 15:16-17)

〈블로그 ‘사랑과 생명의 인문학’ http://blog.daum.net/prolifecorpus>

이광호(베네딕토·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