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7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

입력일 2012-10-23 수정일 2012-10-23 발행일 2004-05-30 제 2400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 수상자 구자명씨 소감

"뜻밖의 선물 과분한 선물 아버지 영전에 바칩니다"

구자명씨
아주 어렸을 적에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산타클로스에게 좋은 점수를 따려고 뭔가 자랑스럽거나 착한 일을 한 두 가지쯤 해보려 용을 쓰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늘 성공적이진 않아서, 어느 해인가는 선행이나 공은커녕 오히려 평소만도 못한 자기 평가에 내심 체념하는 마음으로 성탄 전야를 맞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깨어나 머리맡에서 그 어느 성탄 때보다 멋진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 그건 참 묘한 것이었습니다. 일단 환호를 지르며 기뻐하긴 했지만, 잠시 뒤 찾아든 생각은 「이제 어떡하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선물에 값하는 생활을 하려면 앞으로 착한 짓을 무지무지 많이 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럴 자신도 없었거니와, 그렇게까지 착한 어린이가 되는 것이 별로 재미없는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과문(寡聞)한 탓에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던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제가 수상하게 되었다고 연락 받았을 때의 첫 느낌은 아마 그 옛날 어린 시절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게으른데다 재능도 평범해 과작을 특기 삼다가, 지난 가을 등단 6년 만에 겨우 첫 소설집을 내고 이후 반년 넘게 작품활동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하고 있는 제게 이 명예로운 상이 수여되는 까닭을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벌지 않은 뜻밖의 선물을 놓고 「이제 어떡하지?」 하는 그 옛날의 난감함을 또 다시 느낍니다. 하지만 그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의 과분한 선물을 받고 나름대로 조금은 더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듯이, 앞으로 제 문학적 삶도 그렇게 좀 더 가열되고 성실한 것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을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다짐해 봅니다.

지난 주 하느님 나라로 회향하신 제 아버지 구상 시인은 언젠가 위급한 중태의 병석에서 마치 유언처럼 『세상에는 시가 필요하죠』하고 절규하셨습니다. 아버지께 이 특별한 상의 영예와 기쁨을 바치며 「세상에 필요한」 문학을 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용길 신부 인사

"많은 사람 동감할 수 있는 작품활동 해줘 감사"

이용길 신부
「나는 왜 소설을 쓰는가? 이 짧은 생애 중에라도 가능한 한 여러 형태의 삶을 체험하고 싶고, 또 그 체험들을 통해 몇 가지 엿보고 싶은 생의 비밀이 있는 내가 그 맞춤한 수단, 소설을 가졌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 말씀은 오늘 수상하시는 작가 구자명님의 말씀입니다. 무엇보다도 가톨릭 신자로서 세상에 몸담으면서 가장 정확한 신앙 용어를 구사해주시고, 또 많은 사람들이 동감할 수 있는 작품을 써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어느 문인은 「말은 자기 자신을 담는 집과 같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성사론」에서는 말은 곧 자기 자신을 뜻합니다. 말을 통해서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씀들이 우리 자신을 바로잡게 하고 정말 올곧게 살 수 있는 가르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자리입니다. 이 상을 위해 여러 가지로 애써 주신 모든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후원사 우리은행 민형욱 부행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큰 활약"

민형욱 부행장
한국가톨릭문학상이 어느덧 일곱 번째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 동안 역대 수상자들께서는 가톨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 활동을 통해 그리스도의 숭고한 사랑을 세상에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수상자 구자명님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작품으로 그 동안 문단에서 많은 활약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구자명님은 오늘의 가톨릭문학상이 있기까지 큰 가르침을 주신 고(故) 구상 선생님의 고명딸로서, 이 자리는 더욱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구상 선생님은 구도자의 자세로 초월과 영원의 세계를 탐구해 오신 「성자 시인」으로, 비단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가슴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톨릭 문학의 발전을 주도해 나가는 가톨릭문학상이 더욱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가톨릭문학상 운영위원장인 가톨릭신문사 이용길 사장 신부가 수상자인 구자명씨에게 시상하고 있다.
시상식후 마련된 축하연에서 수상자와 운영위원 등이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 김남조 시인 축사

"우리 문학의 한 맥 이룰 것"

구자명씨는 나이는 많지 않지만, 그 가족사적으로 보더라도 많은 문학적 양분을 가지고 자란 사람입니다.

문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량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문학 속에 용해됐을 때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사람들끼리 선물을 나눌 수 있으며, 후세에 또한 하나의 정성으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구자명씨의 글은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영혼, 물꼬를 새로 트고자 하는 삶에 대한 정성, 그리고 아버지 구상 선생을 잃은 헛헛한 자리를 메워주기에 충분합니다.

구자명씨가 번역한 「내 영혼의 빛」이라는 책을 받았을 때도 참으로 문체가 품격 있고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맛깔스러운 정신적 미각,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는 정신 지향성에 대해 나이와 연배에 상관없이 존경심을 갖게 됐습니다. 구자명씨는 앞으로 우리 문학의 한 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합니다.

■ 윤후명 소설가 축사

"내용·미학 어우러진 소설"

구자명씨가 등단한 「작가세계」를 통해 저와는 인연을 맺었습니다.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번역을 많이 했다고 해서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러나 구자명씨의 매우 성취도 높은 소설을 접하면서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내용과 미학이 함께 어우러진 소설, 이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그것을 보고 저는 「우리가 이런 소설가를 찾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상 선생님의 문학 세계 또한 내용과 미학이 어우러진 세계였습니다. 구자명씨도 그 세계를 이어받되, 앞으로는 「구자명씨의 아버지가 구상 시인이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활동해 주기를 바랍니다.

저는 구자명씨의 소설에서 세심하면서도 큰 세계를 봤습니다. 거듭 축하드리며 건강과 함께 건필을 빕니다.

■ 조광호 신부 축사

"문학 업적에 대한 평가"

우선 독자로서 축하를 드리고, 같은 신앙과 믿음을 가진 사람으로서, 또 이 시대에 인문학을 하는 동지로서 맘껏 축하를 드리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의 상실을 깊이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서 또한 인간성의 극심한 도전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황당한 환상과 엽기적인 글쓰기가 문학 스스로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구자명님의 소설에 주어지는 수상의 뜻은 바로 이러한 시대에 인간성 회복을 위한 작가의 노력, 그리고 문학적인 형식과 업적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의 염원이 담긴 이 상은 특별히 1등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높고 더 넓고 더 깊은 곳을 향해서 문을 열고자 하는 사람, 혹은 물꼬를 트고자 안간힘을 쓰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 위해 주어지는 것입니다.

■ 손병두 한국평협회장 축사

"문학통해 복음화 구현하길"

문학 작품을 통해 생명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해온 작가들을 발굴해 시상하고 있는 가톨릭문학상은 사람들의 영혼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에, 복음화의 한 수단으로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톨릭문학상이 창간 77주년을 맞이한 가톨릭신문의 역사와 권위에 빛나는 우리나라 대표적 문학상으로 거듭 발전하고, 이를 통해 인간구원의 메시지가 종교를 넘어 사회 속으로 파급돼 가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문학 작품들을 통해 그리스도를 알기 전부터 그리스도의 사랑과 문화를 마음속으로부터 접하고 싹을 틔워온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심혈을 기울인 한 편의 문학작품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신문과 우리은행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이 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권위가 더해지고, 문학을 통해 이 사회에 복음화의 빛이 더 밝게 비추어 지길 기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