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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오 신부의 사랑의 둥지 행복의 열쇠 (61) 송영오 신부의 가정이야기 ⑩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거룩한 사랑?

송영오 신부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
입력일 2012-10-16 수정일 2012-10-16 발행일 2012-10-21 제 281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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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늘 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죽으면 슬퍼해주는 곳, 바로 우리의 가정입니다.

혼인이란 남녀의 결합을 하느님께서 맺어주시는 거룩한 사랑으로 남녀 두 사람이 부모를 떠나(창세 1,26-28) 하느님의 축복 안에서 둘이 한 몸을 이루는 부부가 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신앙의 어른이 되는 견진성사를 받아야 하고 화해의 성사인 고해성사로 합당하게 준비되어야 한다고 교회법(제104조 3항)에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가톨릭 혼인의 40% 이상이 견진성사도 받지 못하고 내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너무나 급한 결혼의 모습들이다. 중·고등부 시절 공부한다는 이유로 성당을 다니지 않던 냉담 자녀에게 그나마 혼인교육이라도 시켜보자고 하지만 그들은 별반 의욕이 없고 귀찮아하며 신앙에는 관심조차 없으며 부모 또한 아무런 책임의식이 없다.

지난 2월부터 수원교구에서는 혼인성사 전 견진성사를 받지 못한 자녀를 위해 특별 견진교육을 시작했는데 웬걸? 감사하기는커녕 별난 신부, 괴상한 신부, 억척스러운 신부로 치부하며 왜 귀찮게 만드느냐고 전화통은 불나고 직원들은 소리치는 부모들의 원성으로 하루종일 시끄럽고 우울하다. 혼인성사를 합당하게 준비해 주어야 하는 특별한 견진성사라고는 하지만 고작 토요일에 두 번, 총 6시간 정도 교리를 가르치는데 이건 어른이 되는 성숙한 견진교육이 아니라 오랜시간 냉담으로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마치 처음 가톨릭교회에 입문하는 예비자들처럼 성호경을 시작으로 고해성사와 십계명을 가르치며 칠성사를 요약하는 정도이니 이 얼마나 가슴 아픈 현실인가? 가톨릭교회의 특징과 한국천주교의 전래에 대하여 리포트를 내어주고 고해성사표를 나누어 주며 오랜만에 성사를 볼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지만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건 견진 준비가 아니라 냉담자들을 회두시키는 일종의 통과 의례가 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그래도 혼인을 준비시키면서 이렇게 특별 견진교육으로라도 교회로 돌아오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은혜로운 시간이라고 믿지만 갈수록 젊은이들의 이혼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혼인성사라는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거룩한 사랑을 그들은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걸까?

혼인은 분명히 부모를 떠나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인데 혼인강좌 신청조차도 부모가 대신하는 현실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부모들을 먼저 교육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결혼을 해야 하는 청년들을 먼저 교육해야 하는 것이지……종잡을 수가 없다. 한 달에 한 번씩 견진성사가 집전되는 날, 축하하러 오신 부모님들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많은 부모들이 교회에서 봉사하는 일꾼들이라는 것이다. 사목회 임원이고 교구에서 활동하시는 이름 있는 봉사자들의 가정에서 자녀들은 냉담하고, 결혼은 성당이 아닌 호텔을 찾고 있으니……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오호애재(嗚呼哀哉)라!

대학입시 설명회장은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자녀들 혼인에는 그저 잘사는지 못사는지 경제적 문제만 살피고 예단만 챙기는데 눈은 멀어 사람을 못 보고 사기결혼에 상처들만 가득하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는 혼인이 갈수록 의미가 퇴색하고 백년해로(百年偕老)가 아니라 이혼이라는 상황까지 고려하여 결혼 전에 아들 앞으로 집 명의를 준비하는 부모의 치밀함에 감탄할 뿐이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풀 수 없음이 아니라 하느님조차도 필요조건으로 내세우는 인간들의 장난에 혼인은 갈수록 태산이다.

“부모들이여! 제발 정신 차리시고, 자녀들이어! 제발 스스로 행동하시라.”

송영오 신부 (수원교구 가정사목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