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교육 현장을 찾아] 18 논산 대건고

전대섭 기자
입력일 2012-09-07 수정일 2012-09-07 발행일 1995-12-17 제 1983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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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화」등 3단계 개혁 “진행중”
「능력별 이동수업」통해 학습효과 증대
심성교육프로그램 개발…인격성숙 도와
『지난5월 교육개혁안이 발표 될때 저희 학교로선 매우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방향이나 그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들은 이미 저희 학교가 시행해 오고 있는 교육방침들이었으니까요.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이러한 노력들이 바람직한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긴 했습니다』.

논산 대건고등학교 강석준(미카엘) 교장신부의 말이다. 강신부의 말처럼 논산 대건고등학교는 교육개혁안 발표 이후「교육개혁 연구 위원회」를 새로 발족시킨 것 말고는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이 위원회도 어떻게 보면 이미 추진중인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그 효과들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불과하다.

「인간교육과 학력신장」을 목표로 대건고가 수립한 교육개혁의 방향은 너무 방대하고 미래지향적이어서『실현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것은 1단계 교단개혁에 이어 2단계 학교의 도서관화, 그리고 3단계인 멀티미디어 시스템 구축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그것이 단지「꿈」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이 간다. 올 한해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잘된 것」임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내용은 어떤 것일까. 우선 학력신장을 위해 금년 신학기부터 실시하고 있는 영어 수학능력별 이동수업이 눈에 띈다.

「우열반」과는 명백히 다른 의미다. 우수 중간 기초 등 3등급으로 나뉘어 각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학급을 찾아가도록한다. 성적이 감안되지만 본인의사가 결정권을 가진다. 그만큼 자율적인 학습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획일화되어 있고 일률적인 주입식 교육이 전부인 현 교육상황에서 능력별 수업은 그동안 하나의「이상」쯤으로 인식돼 온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강신부의 주장은 다르다. 「관건은 학교가 얼마만큼 교육에 투자할 의지를 갖고 있느냐, 그리고 교사들이 얼마나 여기에 뜻을 함께 하느냐 하는 겁니다」.

강신부는 능력별 수업 실시를 앞두고 6개월 동안 교사들과 이 문제에 대해 숙의했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동조가 중요했고, 교안준비 등 그들의 어려움이 가장 클 것이기 때문이다.

능력별 수업이후 주목할만한 사실이 발견됐다. 모의 고사 결과 고입시에서 도내 ㄱ교 학생에 비해 10점이 뒤졌던 학생이 불과 한학기 사이에 그 점수를 따라잡은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도 교육청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강신부는 말했다.

대건고는 내년부터「랭귀지스쿨(language school)」을 운영할 계획으로 현재 교사(校舍)신축이 한창이다. 이곳은 입소(入所)테스트를 거친 학생들이 일정기간 생활하며 집중적으로 회화교육을 받는 곳이다. 「영어일기 쓰기」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도입될 예정. 창의력 신장을 위한「열린교육」도 대건고의 특징. 교사는 사회및 자연현상에 관한 주제를 던져주고 참고자료를 제공해주면 학생들이 직접 그 자료를 찾아서 주제에 접근해 가야 한다. 결과를 리포트로 제출하고 토론을 벌인다. 1학년은 학반별로, 2학년은 전공별로 팀을 구성한다. 정보화시대에 열린 사고와 창의력을 갖춘 인간으로 성숙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대입 논술고사에 대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학교의 도서관화」는 여기서 그 힘을 발휘한다. 언제 어디서든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찾아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인간교육 측면에서 기울이는 노력들도 다양하다. 철학 종교시간 특강을 통해 보편적이고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데 주력하고, 심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어머니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고 있다.

미사와 예비자 교리반 등 가톨릭계 학교로서의 활동들은 여타 학교와 비슷하다.

『교실 분위기부터 바꾸자는 것이 교단개혁의 참뜻입니다. 지금의 교육을 흔히 MBC교육이라고 하지요. 즉 입(mouth)과 책(book), 분필(chalk)로만 이루어지는 주입식 교육을 말합니다. 저희 학교는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전 교실에 스크린과 OㆍHㆍP기를 구비해 놓았습니다. 허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교육효과를 최대한 높이자는 목적에서죠』.

시작은 반이라고 했다. 산고끝에 올해 참 교육의 첫발을 디딘 대건고의 앞날은 그래서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는게 교육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전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