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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육 현장을 찾아] 17 전주 성심여고

신정식 기자
입력일 2012-09-07 수정일 2012-09-07 발행일 1995-12-10 제 1982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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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에 최다합격자 배출
박해 현장에 신앙 꽃피운 「명문사학」
「솔선수범」교육된 담긴 「교원시조」 “이채”
입학시 신자 비율 6%... 졸업땐 20%
전주 성심여고(교장=송재진, 종교감=김병엽 신부)의 교사(校舍)는 「순교성지 1번지」를 자부하는 전동성당과 좁은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소곳이 서있다.

한때는 쪽문을 통해 성당을 드나들 수 있었으니 성당터가 곧 학교터나 마찬가지였던 때도 있었다.

윤지충과 권상연의 순교로 한국교회 첫 치명터로 불려지는 풍남문밖에 전동성당이 세워져 호남지역 신앙의 못자리가 됐음이 역사의 아이러니요 하느님의 섭리로 받아들여지듯 이 「피의 땅」에 가톨릭 이념을 바탕으로 한 사학(私學)이 설립돼 지역 최고의 명문으로 자라 고 있음은 예삿일이 아닐듯 하다.

『졸업생 기별 모임에 초청받아 가보면 80%~90%가 신자입니다. 물론 대부분 졸업후 영세한 제자들이지요. 수녀원에 행사가 있어 참석해보면 수녀님들이 우루루 몰려와 반갑다고 인사를 해요. 모두 성심학교 출신이지요.』송재진 교장의 경험담이다. 특별한 종교 교육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교육의 효과를 통해 박해의 현장에 신장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성심여고는 짧지 않은 역사(내년이면 설립 50주년이다)속에서 면면히 이어져오는 전통, 신앙을 바탕으로 한 교직원들의 인화와 성실, 무엇보다 젊은 교사의 패기와 원로 교사와 관록이 어우러져 진학지도의 절정을 보이고 있다.

94학년도 대학진학 상황을 보면 지역 최고의 명문대인 전북대에 도내 남녀고등학교를 통틀어 제일 많은 수인 1백86명을 합격시켰다. 그리고 인문계 수석까지 차지해 지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밖에도 각 대학 의과대에 16명을 합격시켜 타학교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는 등 명실공히 지역 최고의 명문사학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다같은 교육여건에서 성심여고가 이렇듯 좋은 입시결과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측은 인화와 협조, 자기 책임을 다하는 성실함을 바탕으로 하는 자율성을 꼽고 있다. 신뢰와 존경이 가득하면서 경직되지 않은 교무실 분위기, 근엄한 교사이기 보다는 자상한 부모님이거나 친근한 오빠ㆍ언니 같은 선생님, 학생들 스스로 필요에 의해 조직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교과외에 지식과 교양을 쌓아오고 있는 전통이 서로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오늘의 명문 성심학교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성심여고의 특성중 하나는 명문화된 「교원신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을 사랑한는 교사-사랑은 교사의 생명이다」「학생을 위하여 연구하는 교사- 연구는 교사의 영양이다」「학생에게 봉사하는 교사-봉사는 교사의 사명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솔선수범하는 교육관이 담겨있고 그 가르침에 대한 자세와 책임감을 강하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입학당시 신자율이 6~7%이던 것이 졸업때면 20%에 육박한다는 성심여고의 종교교육은 다양하다. 특히 기존 신자 재교육을 위해 도입하고 있는 방식은 독특하다. 단순한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 봉사반, 영어성서반 등 10여개의 소공동체 활동을 통해 스스로 신앙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전교생이 참가하는 부활달걀 꾸미기는 시상과 전시회도 갖고 은퇴신부, 정년퇴임교사, 군부대, 고아원, 양로원 등에 전달해 작은 기쁨을 선물하기도 한다.

성심여고의 배드민턴부는 전국 최강을 자랑한다. 83년 창설 이후 전국체전 등 전국규모 대회에서 우승 12회, 준우승 15회, 3위 21회를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맹활약중인 장혜옥양을 비롯, 8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하고 있다.

1946년 해방직후 혼란과 가난에 허덕이던 시절 뒤쳐진 여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교회는 중등교육기관으로 성심여학교를 설립했다. 52년 고등학교로 출범한 성심여고는 금년 2월 9일 41회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1만 5천여명의 동문을 자랑한다. 진ㆍ 선ㆍ 미(교훈)를 갖춘 여성교육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성심여고는 요즘 내년 설립 50주년을 맞아 새롭게 태어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신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