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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 34 생명윤리와 윤리원칙 12

소병욱 신부ㆍ대구 효성가톨릭대교수
입력일 2012-09-07 수정일 2012-09-07 발행일 1995-12-10 제 1982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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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인격은 전체에 의존하는 존재
7. 인간존엄성 (human dignity) 보장의 원칙

보건, 의료를 비롯한 모든 영역의 윤리적 결정은 무엇보다 먼저 인간존엄성의 보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보장은 막연한 이론적 보장이 아니라 각 개별 인격의 타고난 필요성, 문화적 요청까지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세계공동체, 국가공동체 및 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필요성과 요청을 충족시키는 보장이어야 한다.

특히 이 원칙은 노인, 가난한이, 중환자, 버림받은 이들, 여성, 어린이 등에 철저히 적용되어야 한다.

8. 공동선 (common good) 과 보조성 (subsidiary) 의 원칙

공동선은 각 공동체 구성원들의 총체적 발전과 인격완성을 위해 추구 되어야 할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정당한 법, 경제, 문화, 도덕, 종교 등은 모두 공동선의 구성요소이다. 생명 및 의료윤리상의 모든 결정, 그 중에서도 공공의 결정은 특히 한 공동체 그 전체와 사회의 참된 공동선을 염두에 둔 결정들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국가의 낙태 관련 입법은 개인과 가정의 표면적 유익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 인간성 전체의 참된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 가정의 유익을 전혀 도외시하는 전체주의적, 국가주의적 결정들은 피해야 한다. 따라서 공동선의 원칙이 중시됨과 동시에 보조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보조성의 원칙이란 모든 고차원의 사회 단위는 그 보다 하위의 단위들이 스스로는 성취할 수 없는 일을 보조하고 그들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만 개입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하급 단체와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필요시 베푸는 보조는 생명 및 의료윤리의 차원에서도 적용되어야 하는것이다. 예를 들면 국가의 인구정책은 가정과 개인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강제적, 회유적 가족계획 정책이어서는 안된다.

9. 전체성 (totality and integrity) 의 원칙

공동체내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모든 개별인격은 자신의 본성적인 육체적, 심리적 기능을 발전시키고 보호, 보존해야 한다. 그러므로 낮은 차원의 기능들은 전체인격의 더 나은 기능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코 희생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인간 의 됨됨이(human personhood) 를 규정하는 기본적 능력들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의 경우가 아니라면 결코 희생되어서는 안된다(예: 불임수술).

이는 공동선 및 보조성의 원칙과 상통하는 원칙이다. 개인과 공동체는 전체를 위한 상호 의존성을 가지고 있어서 함께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개별인격은 인위적이 아닌 자연적인 단위로서 전체에 의존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반면에 공동체는 개별인격들이 인위적으로 구성한 단체로서 개인들을 위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개인이 전체를 위해서 있다고 보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나 집단주의(collectivism)는 거부된다. 사회는 각 개별인격이 자신을 발전시키고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고 전체를 위해서 개별인격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 개별인격이 지속적으로 전체 공동체에 해악을 끼칠 경우 그의 인격적 존엄성이 기본적으로 보호되면서 그를 격리 시키는 경우는 위와는 다른 문제이다). 이 전체성 원칙은 한 인격 내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인간의 건강은 어느 조직이나 장기만의 건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건강은 인간으로서의 전체적 능력의 문제이다.

어떤 부분적 기능은 인격전체의 선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될 때 그 손상이 가능하다(그 결과 다른 모든 기능들이 더욱 원활히 작용할 때).

부차적 기능들은 더욱 기본적인 기능들을 위하여서는 언제라도 희생될 수 있다(예: 손가락 하나를 제거하여 전체 손이 원활한 작용을 할 때).

인간적 품위(인격성 그 자체)를 중대하게 손상시키는 정신적, 심리적, 육체적 희생(예: 생식능력, 사고력, 감정적 능력 등)은 목숨을 구하기 위한 중대한 목적이 아니면 손상될 수 없다.

소병욱 신부ㆍ대구 효성가톨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