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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미술인을 찾아서] 현대미술가 박홍필씨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2-09-04 수정일 2012-09-04 발행일 2012-09-09 제 281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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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작업
미술이 사람들 삶 속에 스며있길 희망
“관객들이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줄기를 찾는다면 그것이 바로 작업의 주제”라고 박씨는 말한다.
“미술이 삶 속에 스며있기를 원한다”는 현대미술가 박홍필씨.

미술은 공간이나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이다. 이 때문에 우리네 일상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 혹은 생활하는 공간 모두가 미술의 재료이고 주제가 된다. 현대미술가 박홍필(체칠리아)씨가 바라는 미술도 바로 이런 것이다.

“미술이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레 스며있기를 원해요. 그래서 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작업합니다. 밀라노 유학 당시 버려진 헛간에서 작업한 적이 있는데, 다섯 사람도 못 들어가는 낮고 좁은 공간에서의 전시가 다른 전시들에 비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미술원 브레라 유학 시절, 박씨는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운동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작업을 유심히 관찰했고 졸업 논문으로는 아르테 포베라 운동에 참여했던 작가 야니스 쿠넬리스(Jannis Kounellis)의 작품을 연구할 정도로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르테 포베라 운동은 박씨의 미술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르테 포베라 운동은 1960~70년 대 이탈리아 작가들의 미술운동으로, 일상적인 소재를 이용해 구체적인 삶의 문맥에서 예술을 바라보게 했다. 즉,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장소도 미술품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의 운동이었다.

아르테 포베라 운동을 기반으로 박씨는 미술에 대한 탐구와 자신만의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재료와 공간에 관심을 가졌고 그 다음은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 흥미를 느끼며 작업했다. 최근에는 단순한 재료와 행위들이 반복돼 만들어지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제 작업들은 주제를 통해서 분류하기가 어려워요. 굳이 주제를 말해야한다면 ‘관객들에게 내어주는 여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줄기가 관객들에게 느껴진다면 그것이 주제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조소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박씨는 올 11월 박사 청구전을 앞두고 있다. 아르테 포베라 운동 작가들의 순수한 갈망이 우리의 삶 안에서 이뤄지길 바란다는 그는 “제 작업이 관객들에게 동시대의 흥미 있고 의미 있는 미술 작업 중 하나로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