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주말 명순례지 특선] 11 남양 성모 성지와 갓등이 (왕림)성당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2-09-03 수정일 2012-09-03 발행일 1995-01-22 제 193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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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끊임없이 묵주기도 울려 퍼져
한국서 유일한 성모순례성서
성지전체를 묵주형태로 조성
1888년 건립「갓등이성당」…수원가대 옆에 위치
가톨릭신문과 함께 떠나는 가족 성지순례
이번 주에는 경기도 수원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초대교회 교우촌이자 처형지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 유일의 성모성지인 남양성지와 한수 이남 최초의 본당으로 1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갓등이(왕림)본당을 자선 길에 함께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두곳 모두 경기도 화성군에 위치하고 있지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약간은 순례코스가 번잡스럽기는 한다. 왜냐하면 수원역을 기점으로 할 때 한곳을 둘러보고 다시 수원으로 나와 재차 다른 길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요시간은 수원역 가까이 있는 터미널에서 각각 15분에서 25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그리 먼길은 아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면 모세가 홍해를 건널때 바닷길이 열렸듯이 매일 썰물때면 육지까지 바다가 열려 길이 생기는 제부도의 신비스런 광경을 함께 감상할 수도 있어 더욱 좋다.

경기도 화성군 남양면 남양리에 위치한 남양 성모성지는 서울에서 1시간 30분, 수원에서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서해안의 군사적 요충지인 남양지역은 중국과의 연락이 용이하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많은 교인들이 찾아들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백학, 활초 등 많은 교우촌이 인근에 형성돼있었다. 옹기를 구워 팔던 백학 교우촌에서는 지금도 가마터와 그릇조각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 교우촌은 왕림과 큰 들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고 안양 수리산, 양지 배마실, 안성 미리내, 진천 배티, 아산 걸매리 등과 걸어서 하루 거리에 위치해 박해시 쉽게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 유일 성모성지

남양에서 버스를 내리면 길 건너편에 「로사리오교」라는 자그마한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 다리를 건너면 「순교남양성지」라는 글자가 새겨진 멧돌이 하나 서있고 여기가 바로 남양성지에 들어서는 입구이다.

앞쪽에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된 성지에는 곳곳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있는데 특히 구불구불하게 키가 커올라간 소나무들이 볼만하다. 소나무들 밑둥지에 정성스럽게 감아놓은 새끼줄들은 성지에 담겨진 후손들의 정성을 보여주는 듯해서 흐뭇한 감을 준다.

성지를 들어서는 순례자는 마치 성모님의 품에 안기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성지의 양편과 뒷쪽으로 구릉처럼 나즈막한 동산들이 성지를 감싸안듯이 둘러싸여져있고 그안으로 성지가 들어앉아 있어 아늑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둔덕을 올라가면 눈에 확 들어오는 「로사리오 성모님의 동산」은 남양성지의 자랑이다. 원형으로 펼쳐진 성지 전체가 하나의 묵주형태로 꾸며져 있는데 대형십자고상과 성모상을 비롯해 어른 둘이 팔을 펼쳐야 겨우 안을 수 있는 커다란 돌들로 묵주알을 만들어 놓았다. 마침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에도 여교우 두분이 성지를 빙 둘러선 묵주알을 돌아가며 묵주의 기도를 바치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양성지는 우리나라 유일의 성모성지이다. 원래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무명의 신앙 선조들이 순교한 순교성지인 남양성지는 91년 10월 7일 정식으로 성모님께 봉헌됨으로써 한국교회사상 처음으로 성모 마리아 순례성지로 선포됐다.

성모성지란, 교회가 공적으로 성모성지로 선포한 곳을 의미한다. 현재 전세계에 1천7백29곳이 있는데 그중 성모가 발현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두곳,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각각 한곳이 있고 베트남에는 네곳 필리핀과 인도에는 여섯곳이 각각 있다.

24시간 묵주기도 봉헌

남양성지는 성모성지로 선포된 후 지속적인 기도운동을 벌이고 있다. 묵주의 기도 고리운동은 현재 수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매일 자신이 약속한 시간에 15분간 5단을 바침으로써 24시간 내내 묵주의 기도가 이어지게 하고 있다.

또 1년에 두차례씩 실시되는 피크로스(PIC-ROS)운동은 며칠동안 도보성지순례를 하면서 끊임없이 묵주의 기도를 함으로써 희생과 고통을 봉헌하는 것이다.

그외에도 낙태죄를 속죄하기 위한 기도 모임을 매주 토요일마다 마련하고 있다.

남양성지 순례를 모두 마치면 제부도로 가서 바닷길이 열리는 장관을 목격할 수도 있다. 남양면에서 사강쪽으로 계속 직진하면 30분 정도의 시간으로 제부도에 도착할 수 있다.

제부도에 갈때에는 사전지식이 조금 필요한데 하루에 두번 썰물과 밀물이 반복되고 썰물 때에만 제부도로 들어갈 수 있다. 제부도 서편에 있는 2.5km의 모래밭과 그 뒤의 미류나무숲이 볼만하다. 특히 썰물때마다 6시간씩 계속해서 열리는 바닷길은 자연의 신비를 통해 하느님의 웅장함을 보여준다.

썰물시간이 맞지 않을 때에는 인근 대부도를 찾아갈 수도 있다.

1888년 성당건립

갓등이(왕림)성당에 가기 위해서는 다시 수원역으로 나와야 한다. 터미널에서 발안, 조암, 안중행 완행버스를 타고 15분에서 20분 정도면 수원 가톨릭대학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유서깊은 성당에 이른다. 처음 갓등이 성당이 선 것은 1888년, 그후 초가성당을 1903년 증축하고 기와지붕으로 단장해 71년 기둥과 대들보가 상해 무너질 위험에 처하기 전까지 68년간 보존돼왔다. 71년 현대식 성당을 세웠는데 수원가톨릭대학 건립관계로 자리를 옮겨 88년 1백주년 기념성전으로 세워진 것이 현재의 성당이다.

갓등이는 1839년 앵베르 범 주교가 갓등이 공소에서 기해박해를 피하면서 전교했다는 기록이 있는 유서깊은 교우촌이다. 그 위치는 아산쪽으로 입국한 선교사들이 서울로 가는 길목의 중간에 위치해 선교사들이 하루씩 묵어가기도 했고 교우들이 신부들을 직접 서울까지 안내해 주기도 했다.

한국교회의 수난과 영광을 고스란히 간직한 갓등이 성당은 바로 옆에 사제의 꿈을 키우는 성소의 못자리, 수원 가톨릭대학이 자리잡고 있어 과거의 역사와 미래의 희망을 함께 간직한 신앙의 터라고 할 수 있다.

교통안내

■남양성지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①과천에서 수원쪽으로 오는 경우=과천 의왕간 고속도로를 타고 수원역으로 와서 오산쪽으로 1백50m 직진하면서 나오는 지하도로 들어가서 우회전해서 계속 직진.

②과천에서 군포사거리까지 와서 직진하면 나오는 수인산업도로에서 우회전, 언덕을 올라오면 구반월 사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발안, 비종쪽으로 좌회전해 직진하면 비봉사거리, 우회전해 7~8분 정도 직진.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①군포시 금정역에서 하차, 남양ㆍ사강ㆍ서신행 삼성여객소속 직행버스를 타고 남양에서 내린다.

②수원 전철역에서 내려 수원 시회버스 터미널 상행선에서 남양, 사강, 서신행 삼성여객소속 직행버스를 타고 남양에서 내린다.

■갓등이성당

수원역을 기점으로 할 때 터미널에서 약 20분정도의 간격으로 있는 발안, 조암, 안중행 완행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를 가서 왕림에서 하차하면 수원가톨릭대학 옆의 왕림성당에 도착할 수 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