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 미술인을 찾아서] 국내 타피스트리 제1세대 박수철 교수

이도경 기자
입력일 2012-08-28 수정일 2012-08-28 발행일 2012-09-02 제 2810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느님 만나 하느님 사업에 봉사하며
하느님께 점점 다가가는 제 자신 발견
형성.
박수철 교수는 국내 타피스트리 제1세대로 한국적 정서를 타피스트리에 재현하는데 앞장선 주역이다.

“저와 하느님의 인연은 잘 짜여진 하나의 타피스트리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올 한 올 꿰어진 실들이 한 장의 타피스트리를 완성하듯,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 사업에 봉사하며 결국 하느님께 점점 다가가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40여 년간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섬유미술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지난 8월 정년퇴임한 박수철(보나벤뚜라, 부산 수영본당) 교수는 국내 타피스트리 제1세대로 한국적 정서를 타피스트리에 재현하는데 앞장선 주역이다.

박 교수는 1981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타피스트리 작품을 출품해 대상을 수상하며 예술가로서 창의적인 조형감각을 인정받은 후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학술교류전 등을 통해 섬유조형예술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는 주로 우리나라 기와에서 착안한 회색을 중심으로 은색, 청회색, 검정 등의 색을 사용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1990년 이후로는 붉은색을 조금씩 가미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좀 더 종교적이면서 근원적인 아름다움에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골프공을 붉은 사각형 안에 배치함으로써 생명과 탄생이 주는 기쁨과 경이로움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박 교수는 가톨릭적으로 사각형은 하느님의 몸을, 붉은색은 하느님의 피를 상징하며, 그 안에 있는 둥근 공은 종교적인 깨달음이며,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수철 교수는 1999년부터 11년간 부산가톨릭미술인회 회장을 맡아 결성 당시 20여 명에 불과하던 회원을 100여 명으로 늘렸으며, 정기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부산 가톨릭 미술 발전에 힘썼다.

“1984년 남천본당에 부임해온 정명조 신부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이후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신부님과 의논도 하고 위로도 받는 등 제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하느님 사업에 다방면으로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박 교수는 부산성모병원 조형물, 부산가톨릭대학교 상징 조형물과 특성화거리 디자인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부산교구 손삼석 보좌주교의 문장 제작도 맡았다. 이 밖에도 고 김수환 추기경, 고 정명조 주교 등 한국가톨릭교회 지도자들의 초상화를 타피스트리 작품으로 제작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거창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욕심은 없었지만 제가 꿈꾸고 있는 세계가 실을 통해 재현될 수 있도록 생활하듯 실을 만져왔습니다. 앞으로도 제 능력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에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 타피스트리는 ‘실로 짜여진 회화’를 일컫는 말로, 씨실과 날실로 엮은 섬유예술작품이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