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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생명의 날 특집] 비뚤어진 청소년성, 생명교육으로 풀어나가야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2-08-28 수정일 2012-08-28 발행일 1995-05-28 제 1955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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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차원 대안 정책반영 ”전무”
기존생명단체 적극 활용 절실
가정사목 차원의 대책 필요

성(性)의 유희 앞에 청소년들이 휘청대고 있다. 오늘의 10대에게 사춘기는 낭만과 고민을 통해 성숙을 예비하는 때가 아니라 유혹과 충동에 묻혀 신음하는 어둠의 시기가 되고 있다. 끊일새 없이 분출하는 청소년들의 욕구는 성(性)의 수렁에서 자아를 잃게 하고 병들게 만들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5월 마지막 주일에 지내는 청소년주일과 생명의 날을 기념해,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소년 성문제를 진단, 10대들의 올바른 성교육을 위해 교회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점검해본다.

94년 4월 5일 광주 남부 경찰서는 딸 친구인 10대 6명을 고용, 술시중과 윤락행위를 강요해 오던 단란주점 주인 고순덕씨를 긴급 구속한바 있다.

열흘 후 4월 16일, 이번에는 서울 경찰청 형사기동대가 노모(18)양 등 중학 동창생 4명을 강남구 신사동 일대에서 5~10만원의 화대를 받고 윤락행위를 한 협의로 긴급구속했다. 특히 이들 10대들은 낮에는 학교에서 정상수업을 하고 방과후 부모에게 도서실에 간다는 등으로 속이고 술집을 찾아 충격을 더해주었다.

금년 4월 한달간 있었던 일련의 청소년관련 성범죄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만신창인가를 시사해주고 있다. 더욱이 청소년들의 성(性)에 대한 가치관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그 도가 넘고 있다.

상당수 청소년들은 TV, 영화, 비디오 등 영상매체와 컴퓨터를 통해 성에 대해 은밀히 탐닉하고 있으며, 임신중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구끼리 매혈(買血)을 하고, 학교 길에 지하철 무인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옷과 화장품을 꺼내 밤늦게 배회하는 여중생들의 탈선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성(性)의 상품화 시대는 결국 매춘과 매매춘 사회로 이어지며 자의식이 확립되지 못한 10대들은 가장 손쉽게 돈을 벌수 있는 방법으로 매춘업을 선택한다.

탈선 청소년들만이 성(性)에 눈뜨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94년 문체부가 발행한 「청소년 백서」에 의하면 93년 시ㆍ도 청년 종합상담실을 이용한 청소년들의 상담 사례중「성문제」가 7천8백68건으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학업진로」4천5백1건, 「정신건강」(4천1백50건)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상담실을 이용한 청소년들의 성고민은 주로 △성병 △임신중절문제 △성기능 문제 △성폭력 등 다양하다. 문제는 이들 청소년들을 바르게 선도하고 고민을 해소해줄 사회와 교회의 보호장치가 열악하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가입단체중 청소년상담실을 운영하는 단체는 대한가족협회, 서울청소년지도육성회, 한국 청소년연맹, 서울YMCA, 흥사단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청소년 단체들도 지방지부의 독자적인 청소년상담실을 설치, 운영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을 성적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형사정책연구원 등 많은 단체에서 대안을 제시해왔으나 이 또한 제대로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교회에서도 교구별로 청소년 상담실과 청소년 사목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상담 이론과 실무경험을 겸비한 전문 상담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정부나 교회, 시민단체들이 전문 청소년 상담원을 양성하는 교육훈련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상담의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이루어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행정기관 차원에서 청소년 상담기법을 연구, 개발하고 각 단체를 총괄, 자문, 협력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청소년전문상담기구」를 설립, 운영해야 한다. 교회는 학교 교육뿐 아니라 청소년 성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성교육은 부모의 기본권리이고 의무」라고 강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 권고 「가정 공동체에서 부모는 신뢰와 용기를 가지고 인간생명의 본질적 가치에 관하여 자녀들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컴퓨터 통신 「등대지기」로 청소년 고민을 해결하고 있는 중앙여고 서영창 교사는 「청소년들은 기성사회에 만연된 각종 성(性)공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없으므로 부모가 예방과 저항능력을 배양해줘야 한다」고 피력하고 「교회가 가장사목에 보다 큰 비중과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희망했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생명교육은 행가운참생명학교 틴스타 교육 등 기존의 생명운동단체를 보다 적극 활용, 청소년 성교육이 생리적 측면뿐 아니라 심리적, 윤리적, 영성적 관점에서 가톨릭 성윤리와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형성에 보다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전인적인 청소년 성교육이 실천되기 위해선 우선 사목자들이 먼저 자신의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사목자들이 부부나 청소년들의 성교육에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교구별로 청소년 전담부서를 설치,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성의 의미와 목적, 올바른 성의 가치관을 교육시킬 수 있는 전문적인 프로그램 개발과 과감한 투인 프로그램 개발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가톨릭 청소년 순결 교육 프로그램인 「창조적인 사랑」을 지도하고 있는 보혈선교수녀회 장효은 수녀는 「청소년 순결 교육은 가정 사목 차원 밖에서는 생각할 수 없다」고 결론짓고 「효율적인 가정사목을 실시하기 위해 본당 사목협의회안에 가정 사목부를 설치, 체계적인 가정목사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소년 선도는 국가와 사회, 교회와 언론, 가정과 학교가 밀접한 유대관계를 갖고 서로 정보를 나누며 공동으로 해결책과 대안을 마련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주교회의 가정사목위 총무 송열섭 신부는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윤리 의식 고취를 위해 교황청가정위원회의 지침대로 결혼전까지 청소년기 청년기 결혼직전기로 나눈 3단계 혼인준비교육을 하루빨리 한국 교회와 사회에 정착시켜 나가야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교회는 먼저 가정이 복음화되고 윤리적 바탕을 새롭게 해나감으로써 청소년들이 바로서고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는 원론적 도식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