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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날에 만난 가정] 열두식구가 한집에 사는 정영환씨 가정

입력일 2012-08-28 수정일 2012-08-28 발행일 1995-05-28 제 195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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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남매에 시모까지 대가족이 이뤄
살림 힘들어도 한번도 후회한적 없어
생명 경외심은 하나님 두려하는 것
주님이 원하시면 9남매 모두 봉헌할 터
“아이들을 울타리삼아 지내죠”

경기도 동두천시 일명「골말」이라 불리는 상패마을. 이 동네 678번지 8통 2반 정영환(바오로ㆍ48ㆍ동두천본당)씨 집은 이 지역에서 굳이 주소를 대지 않아도 누구나 가리켜줄수 있을만큼 유명하다. 하나 둘을 낳고 단사하는 것이 보통인 요즘 75년생부터 93년생까지 9명의 아이들을 두고 거기다 시어머니를 포함 12명의 식구들이 대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에서는 가족수가 많은 만큼 매일 벌어지는 일과 동시에 아이들 아침먹이고 학교보내는 일을 전쟁치르듯 하면서 젖먹이부터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까지 뒤치다꺼리를 해주다보면 하루해가 빠듯하다는 안주인 최금순(골롬바 48)씨. 그는 도시는 물론 시골에서 조차 드물게 아홉남매를 낳은 어머니이며 그들을 모두 병원도 아닌 집에서 순산한 대단한 기록의 보유자이다.

맏이 경식(요섭21)군은 현재 군에 있다. 지난 3월 입대, 훈련소 교육을 마치고 경기도 가평에서 근무중이다. 최근 입대후 첫 면회를 알리는 고지서가 날라와 정영환씨 부부는 늠름한 아들 모습을 벌써부터 마음에 그리고 있다.

경식군 밑으로는 대학교 1학년인 둘째 아들 성식(베드로)군이 있고 고등학교 2학년 명숙(안나)양과 양숙(마리아 중3) 창숙(아가다 중2) 의숙(에우독시아 국5) 은숙(율리안나 국4)양이 고만고만한 나이로 차례를 서고 있다. 그뒤로 형 언니 오빠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국민학교 1학년인 광식(사도요한)과 이제 막 세돌을 지낸 막내 효숙(글라라). 다른 집보다 다섯배나 많은 이 아이들은 정씨 부부에게 부부를 지켜주는 하나의 울타리이다.

아이들이 많다보니 둘째 딸과 다섯째딸의 생일이 같고 첫째딸과 넷째 딸은 태여난 날이 하루 차이다. 또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는 과정에서 날짜가 혼동되는 경우도 많다. 일곱째아이까지는 한쪽 가슴일 망정 모유를 먹일수 있었으나 여덟 아홉번째 광식과 효숙은 젖분비가 되지않아 분유를 먹여야 했다. 46세에 막내 딸을 순산한 부인 최씨는 지금도 혹시 아이가 들어서면 주저않고 낳아야한다는 생각이다.

「한번도 산부인과에 가본적이 없습니다. 효숙이 이전에 아이 하나가 임신중 사산됐어요. 그때 병원에 갔었죠」

그런 경험을 합치면 최씨는 아이를 열번이나 가졌던 셈이다. 모르는 이들은 여호아증인 신자가 아닌가 오해를 하기도 했다

구교우 집안 출신으로 어릴적부터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곧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것이라 알고 자랐다는 최씨. 가계가 넉넉치 않으면서도 미련하게 보일만큼 아이가 많은 이유는 그렇게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큰데서 비롯된것이다.

정씨 부부는 하느님께서 자신들에게 주신 선물이라는 생각에 아이들 하나가 그렇게 귀여울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임신했을 때 최씨의 기도는 순산과 함께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아이가 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피임은 거의 생각지 않았다고. 주신대로 거두겠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아이들끼리 서로 돌봐주는 마음도 커서 세살난 효숙이는 거의 언니들 차지다. 둘째 아들 성식군(경원대 1년) 은 「식구가 많아 창피한 적은 없었고 외롭지 않게 재미있게 어린 시절을 지낸 것 같다.」고 대가족의 장점을 말한다. 학교에서 가족상황 조사를 할 때마다 수적인 면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 늘 친구들 눈길을 한몸에 받았다고.

시집올 당시 집안에 숟가락 수가 한 주먹은 되어야 번창한다고 하던 시아버지의 얘기가 그대로 적중돼 버린 지금, 정씨 부부는 아이들 학자금 마련이 힘들지만 몇 년 고비만 넘기면 걱정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피혁회사에 다니는 정영환씨는 월급으로는 군대간 큰 아들을 제외하고라도 11명 식구가 살기가 빠듯하다. 부인 최씨가 직접 가꾸는 밭일과 주위의 도움이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가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 부부는 살림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이 많은 것을 한번도 후회해 본적이 없다고 얘기한다.

지난 85년 부인 최씨는 그 많은 아이를 키우면서도 중풍인 시아버지를 10년 동안 간호, 동두천시로부터 효부상을 받기도 했다.

낙태가 여성의 기본권리라고 까지 여겨지는 현실에 대해 그는 「첫째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며 둘째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것저것을 지시하기 보다 자신들의 원하는 것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키워주는데 관심을 둔다는 정씨 부부. 셋째 딸 창숙이가 성소모임에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이 원하시면 9남매 모두를 봉헌해도 좋겠다는 이들은 「아이들을 울타리 삼아 부자로 살지는 못해도 마음만은 행복하고 여유 있는 성가정을 일구고 싶다」는 바람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