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장애인 주일에 만난 사람] 뇌성마비 아들둔 예비자 김묘분이씨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12-08-27 수정일 2012-08-27 발행일 1995-05-21 제 195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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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도와 신앙뿐입니다”
인내와 사랑으로 길러 서울대 보내
94년「장한어머니」국무총리상수상
뇌성마비 장애인 아들을 서울대학교에 보낸 한 어머니의 눈물겨운 모성애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인간승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본당 예비자 김묘분이(42)씨

9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아들 정훈기(22)군의 서울대학교 임산공학과 합격사실이 발표되던 날 김씨는 여한없이 울었다. 그해 그간의 말못할 마음고생을 보답이라도 하는듯 김씨는 국가에서 제정한「장한 어머니」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74년 12월 16일. 난산끝에 낳은 아들의 질식사. 맥박멈춤. 4시간인 인공호흡. 사망진단. 얼어붙은 땅으로 인해 매장포기. 화장결정.

피곤에 지쳐 쓰러진 어머니 옆에서 훈기군은 화장이 결정된 그날 기적으로 다시 소생했다.

『맥박이 다시 뛰더라구요. 얼굴에 생기가 돌아오는 훈기를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어렵사리 얻은 아들 훈기군은 4살이 되면서 출생당시의 후유증으로 뇌성마비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4살밖에 되지 않는 훈기군이 죽고 싶다는 표현을 몸짓으로 내비쳤을때 김씨는 아들과 같이 자살을 생각했다.

『여러번의 자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훈기가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어머니로서 아들과 함께 잘살아 보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때부터 엄하게 키우기 시작했어요. 자식에게 참으로 엄할 수 있는 것은 부모 밖에 없잖아요』

아들을 업고 학교까지 바래다 주고 담벼락에 기대어 울곤 했던 기억들이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고집이 유달리 센 아들을 때론 나무라고 때론 보듬는 인내와 지속적인 정성이 김씨에게는 필요했다.

장애인인 아들이 원망스럽고 때론 미울때도 있건만 그는 끊임없는 관심과 지칠줄 모르는 사랑의 의지로 아들을 보살펴왔다.

서울대학교 최초의 뇌성마비 장애인 재학생 정훈기군. 더이상 업을 수 없을만큼 성장해 버린 훈기군을 이제 김씨는 기도와 신앙을 통해 보살피고 있다.

『화곡본동본당에서 교리를 받다가 현재는 여러가지 개인사정과 가정문제로 교리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종교를 가톨릭으로 정한 지금 그동안의 도움들이 하느님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고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빠른 시간내에 신앙생활을 다시 했으면 합니다』

김씨는 지금의 보증금 2천만원짜리 방2칸 전셋방에서 10여년을 살아왔다.

이집에서 피어난 김씨의 지순한 내리사랑은 하느님께서 넓은 세상에 일일이 사랑을 전하기 어려워 어머니를 대신 보냈다는 한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생각만 하는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 계속 진실된 인간미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