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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명순례지 특선] 14 공주 황새바위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2-08-27 수정일 2012-08-27 발행일 1995-04-30 제 1951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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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혈의 땅… 충남지역 신앙요람
박해당시 한국교회 “식장부” 
「내포의사도」이존창 등 순교
성지입구에 유물전시관도 마련
가톨릭신문과 함께 떠나는 가족 성지순례
충남 공주는 예부터 많은 사람들이 피를 뿌린 곳이다. 후백제를 일으키기 위하여 수많은 군사들이 일어나서 웅진에서 싸우다가 나당연합군에게 쓰러져 피를 흘렸다.

동학 농민운동 때에는 전라도에서 발호한 수만명이 우금고개를 넘어 공주로 들어오다가 참패, 죽음을 당했다.

공주는 국가적인 면에서 의로운 피를 흘린 곳일 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 2백10여년의 역사에서도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가 뿌려진 거룩한 땅이며 충남지역 신앙 요람지로 전해지고 있다.

역사적인 의혈의 땅

공주는 한국 천주교 순교사 시초부터 끝까지 장엄한 신앙고백의 피를 받았다 조선땅에서 천주교박해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1791년 진산 사건으로 순교한 권상연은 공주에서 이주해 살다가 전주 땅에서 순교했으며, 내포지방의 사도라고 불리는 이존창이 1784년 권일신으로 부터 영세 입교한 후 충청도 지방을 전교할 때 공주지역은 중요한 선교의 거점이 된 곳이다.

공주에는 일찍부터 충청도를 관할하는 관찰사와 공주감영이 있었다. 충청도 각 지역에서 잡힌 천주교인들은 공주감영으로 이송되어 배교를 강요당하고 사형에 처해졌다.

공주에서 순교한 순교자들의 출신지를 보면 홍수 예산 해미 덕산 신창 홍산 연산 청양 보령 진잠 유구 직산 천안 공주 비인 면천 등의 충남지역 신자들과 충북의 청주 진천 연풍 옥천 전라도의 전주 광주 경기도의 죽산 포천 그리고 한양출신의 유배신자들도 있었다.

이들 신자들이 공주감영에서 공개 처형된 사형장이 바로 순례지「황새바위」이다.

순교성지 황새바위는「항쇄바위」「황쇄바위」라고도 불리는데 공주 들머리 언덕에 위치한 바위 위에 소나무가 밑으로 늘어져 있어 황새가 서식했다 해서「황새바위」라 한다.

공개처형된 사형장

또 이곳의 바위가 마치 죄수들의 목에 씌우는 칼인 황쇄 모양과 흡사하게 생겼을 뿐 아니라 목에 큰 칼을 쓴 죄인들이 이 언덕 바위앞으로 끌려 나와 처형당했기에「황쇄바위」라고도 했다는 설이 있다.

「황쇄」에서 쇄는 옛말로써 새와 같다고 풀이해「황쇄바위」라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55년에 발행된 공주천주교회 연혁에 보면 분명히 황새바위라고 명시하고 있어 지금은 황새바위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공주 황새바위에서 순교한 교우들 중 이름 알려진 순교자들만 해도 무려 2백 48명이나 된다.

이중 가장 널리 알려진 순교자로는 병인박해때 공주감영에서 문초를 받으면서 관장이 살을 물어 뜯어 신앙을 증거하라고 명하자 실제로 제 살을 물어 뜯음으로써 배교하지 않고 신앙을 증거한 성 손자선(토마스) 성인과 1810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내포지방의 사도 이단원(존창)이 있다.

황쇄바위로도 불러

현재 공산성을 마주하고 아담하게 조성돼 있는 순교성지 공주 황새 바위에는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념해 공주 교동본당에서 설립한 높이 13.8m의 순교 탑이 우뚝 서있고 공주의 순교자 2백48위의 명패가 새겨져 있는 돌무덤 형태의 경당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순교성지 입구에 유물전시관이 아담하게 마련돼 있다.

박해시대 한국천주교회의 심장으로 불리웠던 공주는 1백여리 안팎으로 주변에 대전을 비롯한 조치원 온양 예산 당진 서산 대천 유구 논산 부여 등이 인접해 있어 자동차 순례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공주는 아울러 순교성지 황새바위뿐 아니라 사적 제12호인 백제시대 대표적인 고대성곽인 공산성과 계룡산, 무령왕릉 등 백제시대 고도(古都)의 정취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문화유적지들이 산재해 있어 순례와 유적지 답사를 겸할 수 있는 흔치 않는 명소이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공주를 순례하려면 천안까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와 천안 외곽도로로 빠져 나와 약 10km를 달리면 대전과 공주 방면 1번 국도가 나온다.

1번 국도를 타고 10여분 달리면 백제주유소 앞에서 왼편으로 대전 조치원 방면 1번

국도와 오른편에 논산, 공주 방면 23번 국도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우회전 23번 국도를 타고 곧바로 공주까지 달리면 된다.

손자선 성인 등 순교

공주 진입시 주의할 점은 T자형 갈림길 표지판이 왼쪽엔 대전 오른쪽엔 청양방면으로 표시돼 있는데 대전방면으로 좌회전해 들어가야 바로 공주로 진입하게 된다.

좌회전한 후 약 1백50m를 직진하면 우편에 철교가 있는데 이 철교를 건너 무령왕릉쪽으로 우회전해 가면 교육청과 공주중학교 맞은편에 황새바위 순교성지가 나온다.

공산성 등 유적 산재

특히 이 철교는 승용차만이 통과할 수 있어 단체 버스를 이용할 경우는 외곽도로로 돌아서 시청 쪽으로 가야 한다.

황새바위 순례시 또 다른 유의점은 평상이 성지를 관리하고 있는 공주 교동본당에서 성지와 유물전시관 입구 문을 잠그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에 사전에 교동본당 사무실(0416-856-0100)에 연락을 취하고 순례를 떠나는 것이 좋다.

또한 사전에 연락을 취할 경우 성지 관리수녀로부터 친절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교동성당을 찾으려면 황새바위에서 제민천 소방도로를 따라 군청방면으로 직진해 오면 군청 바로 옆에 성당이 위치해 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