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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해」 선포 20주년 기획] 달리는 여성 8 - 여지점장 상업은행 이필영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2-08-27 수정일 2012-08-27 발행일 1995-04-30 제 195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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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은행원들의 대모”
요직 거치며 후배들 진로 개척
「결혼각서」폐지 여론화의 주역
“「주인의식」가질 때「일재미」따라”
78년 상업은행 첫 여성대리로 임용, 87년 차장발령 94년 지점장 취임…지난해 초「상업은행 최초의 여지점장」이란 기록으로 매스컴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필영(소피아ㆍ50)씨. 그는 여자행원들의 대모로 불린다.

여행원들의 입지가 몹시도 좁았던 시절부터 일에 대한 열정과 악착같은 노력으로 일관, 「은행원의 꽃」이라 불리는 지점장자리를 거머쥔 이필영씨. 「그간 은행 일이 지루한 적은 한번도 없었고 신나게 일해왔다」면서「그러한 일에 대한 즐거움이 지금의 위치를 갖게 한 원동력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씨가 여행원들의 대모로 불리는 까닭은 은행내 요직을 두루 거치는 능력을 발휘, 여성의 위치를 자리매김 했을 뿐 아니라 여행원들의 지위향상에 누구보다도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여성책임자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은행여성직원들에게 적용됐던 결혼각서의 폐지를 비롯 승진자격시험 자격부여,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여론화시키고 해결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전문직 여성클럽연합연맹 부회장이기도 한 이필영씨는「사랑하는 마음, 뉘우치는 생활, 그늘 없는 얼굴」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30년 은행생활 동안 그는 여직원들의 수많은 수난을 지켜보아야 했지만 74년 결혼각서폐지, 곧 이은 승진자격시험 자격부여 그리고 지난해 비로소 빛을 본 동일호봉제 채택을 통해 이제는 적어도 제도적인 측면에서 여행원들이 성공적인 은행원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조성을 이뤘다. 그런 면에서 이씨는 요즘의 후배들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전문직 여성클럽(BPW)연합연맹 부회장이기도 한 이필영씨는 고교시절부터 늘 염두에 둔「사랑하는 마음 뉘우치는 생활, 그늘 없는 얼굴」을 평상시 좌우명으로 여긴다.

신자로서 아주 기본적인 의무만을 실천하며 살고 있지만 하느님께는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단다. 은행 일을 하게 해주시고 적재적소에서 늘 도움의 손길을 펴주고 계심을 느낀다고.

지점장을 맡은지 1년여가 지난 요즘 그는「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의욕과는 달리 잘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는 겸손한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그룹내에서 내린 지점평가 성적은 종합 3위를 기록, 이씨의 말이 겸손임을 드러내 주고 있다.

이필영씨가 주장하는 일에 대한 마음가짐은 바로「주인의식」을 갖자는 것이다. 일에 끌려 가는 것이 아닌 일을 이끌어 가는 것, 그것은 철저한 직업의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자신의 지점장 승진은 개인의 능력 발휘라는 차원보다 후배여성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주고 보여주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는 그는 그런 면에서「자신의 몫을 다했다」는 생각에 무척 흐뭇하다고 들려줬다.

후배여성들에게 실력을 연마하며 항상 준비 하라고 당부한 이씨는 앞으로 정년까지 큰 대관 없이 점포 장으로서의 맡은 역할을 다하고 싶다며 또한 직원들이 신나게 일하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직장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