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농촌살리기운동 기획] 농촌을 살린다 생명을 살린다 - 생명의 현장에서 사랑을 배운다 2 대전 가톨릭농민회 소들 분회 공동체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2-08-27 수정일 2012-08-27 발행일 1995-04-16 제 1949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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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 대비 91년 5명 모여 결성
돼지사육 첫 실패...... 「채소」로 전환
화훼농준비 “꽃봉오리 희망”
「공동체를 조직해 농사를 함께 짓다 보면 일의 능률은 물론 모든 경비가 절약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요. 또 새로운 농법이나 작물선택에 있어서도 과감하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를 쉽게 가질 수도 있습니다」

우루과이 협상타결이 가시화될 무렵인 지난 91년, 닥쳐올 위기를 최소화하고 뭔가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도를 찾자는 취지로 공동체를 조직한 대전교구 가톨릭농민회 노들 분회 회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바로 노들 분회 공동체는「제풀에 넘어가 용기를 잃기보다는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해보자」는 뜻으로 시작한 가톨릭신자 농민공동체.

충남 당진군 우강면 갈산리에 거주하는 이들 회원들은 신합덕본당 신촌 공소를 중심으로 오랜 신앙생활을 해왔던 신자들로 현재 회장인 이만영(마 지어. 43)씨를 비롯한 5명이 일과 신앙을 함께 가꾸며 공동체를 착실히 운영하고 있다.

「쌀농사 중심의 농업지대였기 때문에 우루과이 협상에 대한 두려움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고 그냥 앉아서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요」

노들 분회 회원들이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첫 사업은 톱밥을 발효시켜 분비물을 처리하는 톱밥 돈사사육법.

물론 모든 회원들이 공동으로 투자해서 생산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하고 약 2백50마리의 어린 돼지를 2천만 원을 들여 구입했다. 그러나 1년을 조금 지나면서 톱밥 발효 돈사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돼지사육이 어렵게 되고 돼지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엄청난 손해를 보고 그만둬야 하는 아픔을 격어야 했다.

돼지사육 실패는 우루과이 협상이라는 압박감과 회원들이 뜻을 같이해 처음으로 시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안겨다 준 실의는 엄청난 것이었다.

의욕만이 앞섰기 때문에 차근차근한 준비가 소홀했고 경험이 없었던 이들 회원들로서는 그 당시의 실패는 커다란 교훈으로 남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돼지사육의 실패를 거울삼아 한번 설치해 놓으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 재배를 시도, 곧바로 오이와 토마토 등 채소를 심는 공동작업에 들어갔다.

「공동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까 자재관리 등 많은 곳에서 운영상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공동체 회원 간의 불화도 노출되는 등 좋지 않은 점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이런 문제는 같은 신앙인의 입장에서 극복할 수 있었고 장점만을 살려 나가기로 했지요」

회원들 간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회원들이 공동사업에 똑같이 투자해야 할 노동력이 회원 각자의 농사일과 맞물려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고 그것이 불만의 소지로 작용했다.

그래서 이들은 공동사업의 방법도 약간 변형을 주게 되었고 회원 각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비닐하우스를 회원당 2백평씩 분할. 나름대로의 책임감을 가지고 경작할 수 있도록 했다.

하우스를 돌보는 작업은 각자에게 맡겨진 일이지만 자재구입이나 생산, 판매 등은 공동으로 이뤄지게 돼 장점만은 그대로 살려나가겠다는 것이 이들 회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들이 생산한 채소류는 회원당 5백만원 정도의 이익을 가져다 주었고 점차 채소류 생산 기술도 늘어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셈이다.

노들 분회 공동체에서 생산한 제품은 완전 무공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들은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한다」는 신앙인의 입장에서 살아 있는 먹을 거리 생산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농약살포를 삼가고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사용, 땅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물론 유기 농에 가까운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일반 농사보다 훨씬 많은 일손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노력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은 자신들의 양심을 지켜가고 있다.

특히 노들 분회 공동체 회원들은 내년부터 시작하게 될 화훼재배에 꿈을 부풀리고 있다. 약 2천 평의 비닐하우스를 이용, 튜울립 재배를 계획하고 있는 회원들은 이미 농촌지도소로부터 지원을 약속 받아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들 회원들은 우루과이 협상으로 피폐해지고 있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직접적인 농업정책은 물론 상대적으로 도시민에 비해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의료보험비의 적절한 균형과 농가 자녀들에 대한 의무교육 확대 등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정책이 수반될 때 농민들의 자발적인 노력 또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만영 회장 등 회원들은 정부와 농민, 도시소비자 등이 합심하면 나름대로의 극복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농촌의 문제가 농민만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농민들이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생산하고 있다는데 가치를 부여해 달라는 설명이다.

또한 회원들이 가장 고충을 겪고 있는 것은 판로문제. 토마토와 채소 등 이들이 생산한 제품은 주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이나 합덕시장 등에 내다 팔지만 소비자들은 농약의 유무 등을 따지기 전에 보기 좋은 제품만을 선호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비록 앞날에 대한 밝은 희망은 없지만 최근 교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농촌 살리기 운동은 자신들에게 많은 격려가 되고 있다는 노들 분회 공동체 회원들. 이들은 이 운동을 계기로 농민과 소비자가 공존공영하자는「생소 불이(生消 不二)」, 농촌과 도시가 함께 하자는「농도 불이(農都 不二) 」정신이 싹틀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