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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는 진행 중… 한국교회와 새로운 복음화] (19)「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 해설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입력일 2012-08-21 수정일 2012-08-21 발행일 2012-08-26 제 280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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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와 호흡하며 시대에 적합한 사제 양성
국가별·전례 의식별로 사제 양성 계획 세우고
온정주의에 기울지 않고 신학생 엄격하게 선발 
학생들 성숙 위해 영적·지적·사목 교육 중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최후만찬 석상에서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1코린 11,24.25)고 명하셨고, 부활 후에 발현하셔서는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 세례를 주고, […]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고 명하셨다. 그러므로 지난 이천년 동안 가톨릭교회는 주님의 명을 실천하기 위해서 사제를 양성해야 하는 중차대한 사명을 지녔으며 오늘날까지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러나 사실 교회 역사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사제를 양성했던 것은 아니다. 중세 초기까지만 해도 각 지역 교회의 주교는 나름의 방식으로 성직 지망자들에게 직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만 교육했다. 사제 양성을 위한 법적인 교육제도를 설정하려는 첫 시도는 제3차 라테란공의회(1179년)에서 였다. 또한 제4차 라테란공의회(1215년)에서도 사제 양성에 대한 결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두 번의 공의회는 정규적이고 체계적인 사제 양성 교육 환경을 마련하여 제시하지는 못했고, 자신의 직무에 대하여 무지한 상태에서 사제로 사는 것을 막고자 사제 교육의 필요성과 교사의 임무 등 최소한의 규정들을 제시하는데 머물렀다. 중세 중기 이후부터는 사회에서 대학교가 설립되기 시작하면서 대학 체제 안에 신학교가 함께 설립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그러나 지역 교회와 함께하지 못하는 가운데, 너무 지적이고 오랜 기간이 필요한 교육과정이었기 때문에 전 교회의 사제 양성에 큰 기여를 하지는 못했다.

사제 양성을 위한 보다 의미 있는 시도는 근세에 이르러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 가톨릭교회는 문예부흥과 인무주의의 출현뿐만 아니라, 종교개혁까지 일어나는 교회 안팎에서의 도전과 직면하면서 커다란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특히 젊은이들이 세속화에 떨어질까 염려하면서 사제 지망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트리엔트공의회(1545~1563년)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여 특히 교구 신학교 설립에 관한 「신학교 교령」을 발표했다. 교령은 그 동안 시행되었던 사제 양성의 전통을 계승하여 정리하면서 교구마다 학교와 기숙사를 함께 개설할 것을 제시함으로써 체계적인 신학교 제도의 기초를 놓았다. 그런 까닭에 교령은 사제 양성에 필요한 지적인 교과과정뿐만 아니라 생활 교육에 관한 규정도 함께 제시했다. 교령이 발표된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교령의 정신에 따라 비교적 일찍부터 많은 곳에서 신학교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또한 17세기경에는 프랑스에서 교구 사제를 양성하는 전문 신학교들이 세워지기 시작하면서 19세기까지 서유럽에 많은 신학교들이 설립됐다. 하지만 위기의식 속에서 마련된 제도였기에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면을 지니면서, 신학교와 신학생이 세상과 소통을 원활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도 지니게 됐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인류는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급변하는 세계와 마주해야만 했다. 이 점은 교회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의 전통과 가치가 위협받으면서 가톨릭교회도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야만 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년)는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에 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 적응과 쇄신을 위한 시도였다. 그중 오늘날에도 사제 양성은 여전히 중요한 주제라는 인식하에서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이 발표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급변하는 세계에 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 적응과 쇄신을 위한 시도였다. 그중 오늘날에도 사제 양성은 여전히 중요한 주제라는 인식하에서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이 발표됐다.
교령은 서론에서 사제 양성과 관련하여 과거에서부터 지켜오던 규범들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밝히면서도 변화된 새 시대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요소들도 필요하다는 점을 천명한다. 또한 교령은 결론에서 트리엔트공의회의 정신을 계승하는 사제 양성의 중책을 사제를 양성하는 관리자들과 교수들에게 맡길 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신학생 자신들에게도 미래 자신의 직무의 중요성을 깨달아 교령의 정신을 잘 받아들여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당부하고 있다.

사제 양성 교령은 총 일곱 개 장에 스물 두 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교령은 무엇보다 먼저 “민족과 지방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 국가별, 또는 전례 의식별로, 사제 양성 계획을 세워야 할 것”(1항)이라고 강조했다. 사제 양성이 통일된 제도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세계교회가 다 똑같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지역교회에 더 적합한 제도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제 성소의 육성을 위해 신학교를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는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사제 성소는 젊은이들에게서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아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 사람들에게서도 발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2~3항). 교령은 제3장에서 대신학교 설립과 관련된 규정들을 설명했다. 학생들의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장상들과 교수들도 훌륭한 인재 중에서 발탁하여야 하며, 신학생 선발에 있어서도 온정주의에 기울지 말고 엄격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5~6항).

또한 사제 양성 교령은 다른 어떤 교육보다도 영적 교육을 제일 먼저 언급하면서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내적 생활과 교회 생활 그리고 독신 생활을 배우고 익히면서 인간 성숙을 도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적 교육을 위해서 때로는 학업을 중단하고 영적 훈련에 전념할 필요도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8~12항). 다음으로 지적 교육을 위한 교과과목의 검토를 강조했다. 교과과목은 교양 과목과 철학 그리고 신학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에서 철학과 신학은 조화를 이루어야만 한다. 여기서 지적 교육도 단순히 이론 교육에만 머물지 말고 학생들이 성숙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13~17항). 그리고 사목 교육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사목직을 준비하는 신학생은 성무에 속하는 일들에 대해서 충분한 교육뿐만 아니라, 실습 교육을 통해서 몸에 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19~21항). 끝으로 교령은 오늘날 강조되고 있는 사제직 안에서의 평생교육에 대해 이미 언급하면서 교회 당국의 책임을 강조했다(22항).

그러므로 사제 양성 교령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서 세계와 소통하고 관계하면서 이 시대에 더 적합한 사제를 양성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열린 지 50년이 지난 지금 공의회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듯이 사제 양성과 관련된 주제도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제 양성 교령 발표 이후 현재까지 교황님뿐만 아니라 가톨릭교육성 및 인류복음화성에서는 사제 양성과 관련된 후속 문헌들을 끊임없이 발표했다. 그중에서 중요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사제 양성의 기본 지침」(가톨릭교육성, 1970년 개정판 1985년)과 「현대의 사제 양성」(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1992년)이다.

「사제 양성의 기본 지침」은 사제 양성 교령 이후 처음 발표된 문헌으로서 교령에서 다루어진 내용들을 모두 수용하면서 더욱 자세하게 확대하여 논하고 있다. 심지어는 새 교회법(1983년)에 따른 개정판을 발표하면서까지 과거의 논의가 현재까지 유효하다는 점을 재천명했다. 한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2천년대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사제 양성에 관한 문헌 「현대의 사제 양성」을 발표하셨다. 이 교황 문헌에서는 사제 양성을 위한 전통적인 주제였던 사제 성소 및 영적, 지적, 사목적 교육과 계속 교육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 직면하는 사제 양성의 어려움과 직무 사제직의 본질과 사명을 자세히 다룬다.

한국 가톨릭교회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제 양성 교령의 정신에 따른 「한국 사제 양성 지침」(2001년)을 이미 마련했다. 이 지침서는 보편 교회의 지침서와 문헌들을 바탕으로 현대의 한국 상황에 더 적합하게 수정되어 제시됐다. 그리고 한국의 모든 대신학교는 이 지침을 중심으로 해서 각 지역 교회에 더 적합한 방향으로 수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다만 지침서를 마련했다고 우리 안에서만 안주해서는 안 되고, 세계교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신학교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제 양성에 관한 공의회의 정신은 세계 도처에서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제 양성 교령의 정신에 따라 「한국 사제 양성 지침」을 마련했으며, 한국의 모든 대신학교는 이 지침을 중심으로 해서 각 지역 교회에 더 적합한 방향으로 수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가 신학생 양성 담당 사제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연수 모습.

전영준 신부
전영준 신부는 1991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교황청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박사(영성신학)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교구 퇴계원본당·가양동본당 주임신부를 거쳐 미국에서 교포사목 활동을 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