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환경의 날 특집]

이주연 (miki@catimes.kr),이지연 ,박지순
입력일 2012-05-29 수정일 2012-05-29 발행일 2012-06-03 제 279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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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은 UN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는 2012년 올해 세계 환경의 날 담화 주제를 ‘우리는 하느님의 동산을 일구며 돌보는 협력자들입니다!’로 정했다. ‘녹색 돌봄’이 교회 구성원들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召命)임을 일깨우면서 교회 구성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모든 창조물을 돌보고 배려하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역설이다. 차제에 본지는 ‘초록문명’ 노력을 통해 그 책임과 실천을 활발히 드러내고 있는 본당(本堂)들을 찾아가 활동 모습을 살펴 보았다.

■ 서울 신월동본당 환경 운동 사업

환경오염 방지·재활용품 나눔 등 전개

서울 신월동본당(주임 나승구 신부)은 환경분과(분과장 조은영)를 중심으로 환경오염 방지와 유기농산물 구입, 재활용품 나눔 등의 활발한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다.

나승구 주임신부는 평소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에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고 버스를 대절해 본당 신자들과 함께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에 참례하기도 했다.

조은영(바오로) 본당 환경분과장은 “주임신부님이 각별히 환경분과 사업을 격려해 주시고 ‘작은 물건 하나라도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아껴 쓰고 나눠 써야 한다’고 강조하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분과는 신월동주민센터와 연계해 환경파괴 성분인 수은을 다량 함유한 폐건전지를 수합해 폐기 기관에 인계하고 있다. 폐식용유도 분리수거 되지 않을 경우 토양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본당 내에 별도의 창고를 마련해 보관 중이다. 조 분과장은 “폐식용유는 앞으로 전문업체에 의뢰해 비누로 만들어 신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월동본당은 매주 둘째, 넷째 주 새벽미사 후에는 본당 명칭이 새겨진 자켓을 입고 성당 주변 환경미화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조 분과장은 “중고등학생들이 꾸준히 새벽 청소에 동참하고 있어 자연스런 환경교육이 되면서 휴지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의식이 심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월동본당은 유기농산물 구입과 헌옷 재활용에서도 모범을 보이고 있다. 2년 전부터 본당에 유기농산물 직매장 ‘하늘 땅 물 벗’을 열어 차익 없이 판매해 농촌 본당을 돕는 것이다. 지난해 배춧값이 폭락했을 때는 농촌 본당에서 배추 한 트럭을 구입, 신자들에게 공짜로 나눠주기도 했다.

헌옷을 모아 환경오염을 막고 아나바다 장터 판매수익금으로 본당 관할 내에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후원하는 것도 환경분과의 주요 사업 중 하나며, 지난 2년간 기증받은 교복 20여 벌을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전달함으로써 교복 구입비를 덜어주고 있다.

<박지순 기자>

서울 신월동본당은 관내에서 헌옷을 수거해 환경오염을 막고 아나바다 장터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 생태교리교육 실시하는 고척동본당 초등부주일학교

“어릴 때부터 자연의 소중함 일깨워요”

“오늘은 무슨 날이죠?”

“생태교리 하는 날이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초등부주일학교 교리교육을 생태교리로 진행하는 서울 고척동본당(주임 남학현 신부). 기자가 찾아간 지난달 26일에도 어김없이 생태교리가 있었다. 오후 3시 어린이미사가 끝나자 유치부부터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나란히 성당 인근 고척근린공원으로 향한다. 5월을 맞아 본당이 마련한 ‘즐거운 불편’ 주제 생태사생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공원에 도착한 학생들은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무를 가꾸는 모습, 더러운 하천과 깨끗한 하천의 모습 등 다양한 생태 관련 그림을 그리면서 학생들은 자연과 한층 가까워진다.

고척동본당 초등부 주일학교가 생태교리를 시작한 것은 올 3월이다. 생태ㆍ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의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남학현 주임신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주일학교를 담당하는 이규동 보좌신부와 교사들은 바로 생태교리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 환경사목위원회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본당 실정에 맞게 △환경단편영화 시청 △상추모종심기 △에코푸드 만들기 △농촌현장체험 △즐거운 불편 발표회 등 1년 커리큘럼을 짰다.

대부분 본당에서 교리교육 중 일부로 생태교육을 하지만 1년 단위로 정례적인 생태교리를 실시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고척동본당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어려움도 적지 않다. 처음 시도하는 교리교육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겪었다. 하지만 보좌신부와 교사들은 책임감을 갖고 교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한 달에 하루 한 시간(111) 불끄기 운동을 할 만큼 생태ㆍ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본당도 주일학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학생들도 생태교리에 흥미를 갖고, 교사들의 지시에 잘 따르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생태교리교육을 진행하는 본당은 주일학교 교육과 더불어 학부모 생태교육도 마련할 계획이다. 주일학교와 가정이 연계돼 생태교육이 병행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본당의 의견이다.

이규동 보좌신부는 “생태계에 대한 책임을 가르치는 생태교리교육을 통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청소년 인권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하느님께서 창조해주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하느님께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올 3월부터 생태교리교육을 실시한 서울 고척동본당 초등부주일학교. 아이들은 생태교리를 통해 하느님과 자연에 한걸음 다가간다.

■ 세종로 녹색 10계명 살기

서울 세종로본당(주임 구본영 신부)에서는 요즘 본당 환경사목팀(팀장 김창신)이 제안한 ‘녹색 10계명’(저탄소 녹색 성장을 위한 녹색 생활 실천과제) 실천이 주요 화두다.

제1계명 ‘온도 1도의 마법 - 내복 입고 넥타이 풀기’에서부터 제2계명 ‘몰래 새는 전기 꽉 잡는 법- 플러그 빼기’, 제3계명 ‘온난화 킬링필드 - 비닐봉투 줄이기’ 등 녹색 환경을 위해 생활 속에서 필수적으로 실천해야 할 10가지 사안들을 선정해서 적극 홍보 중이다.

‘주보’ ‘홈페이지’를 통한 공지를 비롯, 10계명 실천의 독려를 위해 ‘세종로 녹색 생활 실천수기 공모’ 도 진행하고 있다. 오는 9월 10일까지 2000자 이내로 녹색 10계명 실천 사례를 응모한 신자들에게 심사를 통해 상장 및 상품으로 구성된 ‘주임신부상’이 주어진다.

이 같은 세종로본당의 활동은 ‘하느님 창조의 신비와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섬세하게 배려하는 자세로 환경을 보존하고 보호하는 노력은 가장 강력한 신앙의 증거’라는 것이 그 기본적 배경이다. 아울러 환경 문제로 인한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 사회 내 기초적인 교회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본당의 ‘녹색’ 살기는 그만큼 비중이 크다는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전에도 구역장모임, 남성 레지오팀을 중심으로 ‘인왕산 산행길 정화작업’ ‘매일 성당 진입로 쓰레기줍기’ ‘아나바다 장터 운영’ 등 생활 환경 보호운동을 벌여왔으나 이번 ‘녹색 10계명’ 실천 작업은 특히 본당 사회사목위원회내 구성된 환경 사목 팀에 의해 기획, 진행되고 있다는 면에서 보다 조직적이고 자발적인 본당 환경운동의 사례로도 지목되고 있다.

구본영 주임신부는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큰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십계명 내용의 하나라도 신자들이 인식하고 생활 안에서 실천하는 것이 의미있다” 면서 “신자들 스스로 환경보호를 위해 본당에서 실천해가야 할 사안들을 고안해 내고 역할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녹색 환경을 만드는 것은 신자들이 하느님 뜻에 따라 창조 질서 보전에 힘써야 하는 당연한 의무이고 하느님께 대한 정말 좋은 봉헌 행위라 생각한다”고 말한 김창신(미카엘) 환경사목팀장은 “녹색 10계명 실천 사항들을 필두로 앞으로 본당 신자들이 녹색 환경을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서울 세종로본당에서는 요즘 본당 환경사목팀이 제안한 ‘녹색 10계명’ 실천이 주요 화두다. 사진은 본당에서 열린 아나바다 장터 모습.

이주연 (miki@catimes.kr),이지연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