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 학술단체를 찾아서 (3) 한국교부학연구회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2-05-22 수정일 2012-05-22 발행일 2012-05-27 제 279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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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신학 토착화의 견인차 역할
교부문헌 연구·번역 중점
교부학 전공자 양성 위한
고전어 교육 진행할 계획
한국교부학연구회가 지난 2월 제18차 정기모임을 열고 교부 문헌 용례집에 대한 최종 논의를 진행했다.
오늘날 교회가 있게 한 ‘교회의 아버지’들을 일컫는 교부(敎父). 교회 전통에서 특유한 지위를 인정받은 증인들로서 이들의 가르침은 당시 초기교회에서부터 지금까지 모든 시대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만큼 교부들에 대한 연구는 성경과 더불어 ‘모든 신학의 기초’로 알려진다. 성전은 성경과 더불어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을 표명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계시헌장」 제9항에서 보듯 성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교부들의 가르침, 즉 교부들의 문헌 연구는 하느님 계시에 접근하는데 중요한 필요 불가결의 길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1월 17일 설립된 ‘한국교부학연구회(Institutum Patristicum Coreanuum)(회장 이형우 아빠스)’는 이 같은 교부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교부들의 주옥같은 가르침을 신자들에게 소개하는데 회원들의 뜻이 모아지면서 출범을 알리게 됐다.

그간 상대적으로 교부문헌 연구가 극히 미미했던 한국교회 상황에서 교부학연구회의 발족은 성경 연구 및 한국교회 신학의 토착화 등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낭보로 받아들여졌다.

요즘 연구회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활동은 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교부들이 성경 각 구절을 해석한 내용을 모은 「교부들의 성경주해」(Ancient Christian Commentary on Scripture)(총 30권) 번역 작업이다.

「교부들의 성경주해」 원전은 미국 드류대학교가 총서로 제작, 미국 출판계에서도 ‘21세기 대작’으로 칭하는 역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번역 작업 의지는 한국교회 안에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고대 그리스도교 성경 주해서를 출간한다는 면에서, 또 교부들의 지혜와 사상이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 정교회도 공유하고 있는 만큼 그리스도교 일치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교회에 신선한 학문적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창세기」(1~11장), 「이사야서」(1~39장), 「마태오복음」(1~13), 「루카복음」, 「마르코복음」, 「사도행전」, 「요한묵시록」을 출간한 교부학연구회는 올해 「열두 소예언서」, 「잠언/코헬렛/아가」, 「요한복음」(1~10장), 「요한복음」(11~21장)을 내놓을 예정이며, 앞으로도 매년 4~5권씩 발행할 계획을 지니고 있다.

한국교부학연구회의 목표는 ‘신자들에게 교부들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로 하여금 교부들로부터 지혜를 얻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부학 입문서 「내가 사랑한 교부들」(2005년), 「교부학 인명 지명 용례집」(2008년) 발간을 비롯, 「교부들의 가르침」(2002년 9월~2003년 12월),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2005년 3월~2006년)의 가톨릭신문 연재, 2009년 1월 1일부터 「교부들의 성경주해」를 지상중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제18차 정기모임에서는 회원들이 10여 년 동안 준비해온 교부들의 저서명 표기방식 통일안 「교부문헌 용례집」을 최종 확정짓는 성과를 거뒀다. 이 용례집은 조만간 출간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국교부학연구회의 향후 중심 계획은 교부 문헌 번역이다. 구체적으로는 「교부들의 성경주해」가 마무리 되는 시기부터 「교부 문헌」을 집중적으로 번역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교부학 전공자 양성을 위한 3~5년 과정의 ‘고전어 교육’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교부 문헌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전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인데, 현 교육 상황에서는 라틴어, 그리스어 등 고전어 교육이 충분치 않고 그런 배경에서 ‘원전 읽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에서다.

한국교부학연구회 총무 노성기 신부는 “교부 문헌은 교파를 뛰어넘어 모든 그리스도인이 물려받은 그리스도교의 소중한 공동 유산이며, 교회 쇄신도 교부들 문헌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갈 때 가능하다”고 교부 문헌 번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노 신부는 이어 “교부들의 작품을 항상 가까이 한다면, 영성생활과 전례 생활에도 크게 도움이 외고 영적 보화와 순수성을 지닌 교부들의 근본 사상을 익힐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두 차례 정기모임과 학술연구회 개최를 통해 연구 역량을 다지고 있는 연구회는 현재 정회원 31명과 외국에서 교부학 전공 중인 4명의 준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