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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회는 진행 중… 한국교회와 새로운 복음화] (13)「교회의 선교 활동에 관한 교령」 해설

김준철 신부(서울 돈암동본당 주임)
입력일 2012-05-15 수정일 2012-05-15 발행일 2012-05-20 제 279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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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향해 문 열고 함께 걸어가는 교회상 제시
개별 교회 설립·본토인 사제 양성 중요성 강조
사랑·희생의 실천적 증거로 복음 전할 것 명시
독자적 권리·책임 지녀야 할 평신도 역할 정립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세상을 향해 교회의 문을 활짝 연 공의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공의회는 「선교 교령」을 통하여 교회의 선교적 성격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선교 교령」은 교회가 펼치는 선교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방향을 올바로 설정해 준 문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선교 교령」은 서론과 본문 6장 42항,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선교의 신학적·교리적 원칙을 다루며, 2장에서는 선교 활동의 의미에 대해, 3장에서는 선교 활동을 통해 설립되는 개별 교회의 다양한 형태들을 다루고 있다. 이어 4장에서 선교 활동에 임하는 선교사들의 양성과 영성에 대해 말하며 5장에서는 선교 활동의 조정, 6장에서는 하느님 백성을 구성하는 성직자와 각계 각층의 신자들이 선교 활동을 위하여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평신도들이 선교 활동에서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독자적인 권리와 책임을 지니고 자주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을 재인식 시키고 있다.

「선교 교령」은 범위가 매우 넓고 분량도 많기에, 이 글에서는 「선교 교령」에서 가장 중요한 1장과 2장, 그리고 4장만 다루겠다.

즉 선교 활동의 교리적 원칙, 선교 활동의 내용과 방법, 선교 활동의 주체인 선교사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선교의 개념과 참된 목적을 살펴보겠다.

제1장 교리원칙

(1) 성부의 계획(2~4항)

선교하는 것을 자신의 본질적인 사명으로 자각하는 교회는 선교의 기원을 성자와 성령의 파견에 둔다. 그런데 성자와 성령의 파견도 결국 하느님 아버지의 원천적 사랑에서 나온 구원계획에 따른 것이다.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보편적인 것으로 모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함이다.

(2) 그리스도에게서 파견된 교회(5항)

온 세상에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는 의식은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시대부터 무르익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선교 활동으로 생겨난 교회는 모든 시대에 걸쳐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완전한 구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임무를 다해 왔다. 그러므로 세상에 펼쳐야 하는 교회의 선교 활동은 거부할 수도 없고 덜할 수도 없는 현실적 사명이다.

(3) 선교 개념(6항)

교회가 그 기원부터 선교 활동을 펼쳐왔음에도 ‘선교’(missio)라는 말이 공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선교라는 표현 대신 ‘신앙의 전파’, ‘이교도의 개종’, ‘무지한 자들에 대한 종교 교육’, ‘사도적 선포’, ‘복음의 선포’, ‘교회의 부식(扶植)’, ‘그리스도 왕국의 확장’이라는 구절들로 표현되었다. 주목할 것은 지리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결과, 16세기경부터 교회의 선교 의식이 새로워졌다는 점이다. 선교 활동에 대한 열정이 새로이 일었을 뿐 아니라 선교 개념이 단계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선교 개념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새롭게 정의되었다. 즉 선교란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에게 세례를 주는 일뿐만 아니라, 개별 교회를 설립하고 본토인 성직자를 양성하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선교 활동에서 선교사 양성과 선교 협력을 강조하였다.

제2장 선교 활동

(1) 생활과 대화의 증거(11항)

한국과 같이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나라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참된 종교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사랑과 희생 등 실천적 증거가 필요하다.

아울러 선교 활동을 통해 인권의 고귀함과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나아가 상호의무와 이웃에 대해 봉사하도록 해야 한다.

(2) 복음 선포(13항)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구원의 신비가 이해될 수 없다. 즉 선포되고 받아들인 말씀이 신앙에 이르는 길이다. 따라서 선교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씀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해지는 말씀이 생명력 있고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언어여야 하며 전달 방법은 끊임없이 탐구되어야 한다.

(3) 그리스도교 공동체 형성(15항)

새로운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은 선교 활동의 특수한 목적 또는 당면한 목적으로 간주한다. 초대 공동체에서 사도들의 설교는 구체적으로 열매를 맺기 시작하였다. 많은 이들이 회개하였고, 그 결과 새로운 공동체는 늘어갔고 발전할 수 있었다.

(4) 본토인 성직자 육성(16항)

복음이 어느 지역의 문화와 종교 심성 안에 깊게 뿌리 내리고, 동시에 그 지역 문화와 가치관을 복음에 맞게끔 정화해 나가야 할 책임이 모든 지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있다. 이런 복음화 활동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외국인 선교사들이 아닌 본토인 성직자들을 양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신학생들이 교회의 선교 활동의 역사와 목적과 방법을 배우고, 그에 못지않게 자신의 나라의 고유한 전통과 종교, 문화에 대해서도 깊게 연구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5) 교리교사 양성(17항)

평신도 선교사 양성과 더불어 배출해낸 선교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특정한 지역에서 선교 활동에 헌신할 수 있도록 교구 차원에서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그들과 지속적인 유기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 밖에 교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을 선교사로 다른 지역으로 파견하는 것도 검토해보아야 한다. 비록 교구에 부족하더라도 이들을 적극 보내고 또 받아들임으로써 서로의 신앙생활과 선교 활동에 대한 체험과 자신이 몸담은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나눔으로써 서로가 풍요로워질 수 있다(20항).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선교 교령을 통하여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함께 걸어가야 할 교회의 선교 사명을 재정립했다. 특히 선교 지역에서 개별 교회를 설립하고 본토인 성직자를 양성하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사랑과 희생 등 실천적 증거를 통해 그리스도를 드러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지부가 대만으로 파견되는 평신도 선교사들을 위해 봉헌한 파견미사에서 선교사들이 안수 받고 있는 모습.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지부는 1990년부터 해외 평신도 선교사를 양성, 파견하고 있다.

제4장 선교사

(1) 선교사 성소(23항)

모든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그 나름대로 신앙을 전파할 의무가 있지만, 특수한 선교 소명을 가지고, 비그리스도인들에게 직접 복음을 선포하고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설립하는 이들을 양성해야 한다.

(2) 선교 영성(24항)

선교 영성이란 개인의 기도, 사도직, 자기 부정과 고유한 금욕을 통하여 선교사인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해 나가는 생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선교 영성의 첫 번째 특성은 성령께 순응한다는 점이다. 성령께 순응함으로써 하느님, 세상, 자신을 보는 방식이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교 영성의 본질적인 근거는 기도와 관상이다. 기도 안에서 선교사는 개인적·선교적인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식별하게 된다. 기도와 관상은 진리를 식별하게끔 도와준다. 그리고 선교사는 자신을 포기하며 대신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하느님 뜻에 맞추어야 한다. 아울러 선교 영성은 교회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결론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선교 교령」을 통해 교회가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세상과 함께 걸어나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선교 교령은 근대 선교활동에 대한 지침들을 수렴했을 뿐 아니라, 현대 세계의 선교 활동에 대한 원리와 규범을 제시함으로써 교회의 선교 의식을 고취하고 선교 활동을 촉진한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선교 교령」의 정신을 세상에 구현하기 위해 올바른 선교 활동을 통해 세상 모든 민족에게 하느님의 빛을 비추어주고 그들을 참된 길로 이끌어 주어야 하는 사명을 수행해야만 한다.

- 김준철 신부(서울 돈암동본당 주임)

김준철 신부
서울대교구 김준철 신부는 1986년 사제품을 받고 1994년 로마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선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교구 선교국장, 가톨릭교리신학원 원장, 수서·쌍문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 현재 돈암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한 1995년부터 가톨릭대 신학대학 선교학 교수로도 봉직하고 있다.

김준철 신부(서울 돈암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