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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의 성경이야기 (1) 얌 하티콘(지중해) - 카르멜 산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2-04-03 수정일 2012-04-03 발행일 2012-04-08 제 2790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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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야와 바알 예언자의 대결장 ‘카르멜 산’
물은 모든 생명현상의 중심이다. 지구면적의 약 3/4이 물이고 인체의 약 70%가 물로 이뤄져 있으며, 이 물의 순환으로 생명이 유지된다. 성경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물이 등장했다. 천지창조에, 대홍수에, 이집트 탈출에. 또 그리스도의 수많은 기적이 물에서 일어났다. 성경의 터전, 이스라엘에는 3곳의 큰물이 있다. 지중해, 갈릴래아 호수, 사해. 엄밀하게 따지면 세 곳은 모두 다른 성격의 물이지만 히브리어에서는 물이 많이 모인 곳을 통틀어 얌(ים)이라 표현한다. 이제부터 얌을 따라 성경이야기를 만나보자.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다리를 걸치고 절뚝거릴 작정입니까? 주님께서 하느님이시라면 그분을 따르고 바알이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십시오.”

자그마치 3년.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스라엘 임금 아합(기원전 875~853 재위)이 시돈 공주 이제벨과 결혼하면서 바알 신전과 제단을 세우고 바알 숭배를 강요해 하느님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성은 엘리야의 외침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엘리야와 바알의 예언자들의 대결이 시작됐다.

450대 1. 주님의 예언자라곤 엘리야뿐이었다. 먼저 바알의 예언자들이 바알의 이름을 불렀다. 장작 위에 황소를 토막내놓고 아침부터 한낮이 될 때까지 쩔뚝거리며 제단을 돌았지만 아무 소리도 대답도 없었다. 그들은 더 큰소리로 부르며 피가 흐르도록 칼과 창으로 자신들의 몸을 찔렀지만 마찬가지였다.

이제 엘리야가 나섰다. 그는 12개의 돌들로 무너진 주님의 제단을 고쳐 쌓고 도랑을 팠다. 그리고 4개의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워 세 차례나 번제물에 부었다. 그러고 나서 엘리야가 주님을 부르자 주님의 불길이 내려와 물을 흠뻑 적신 번제물과 장작, 돌, 먼지에 이르기까지 모두 삼켜버리고 도랑에 흐르는 물조차 핥아 버렸다. 온 백성이 이것을 보고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부르짖었다.

“주님이야말로 하느님이십니다. 주님이야말로 하느님이십니다.”

엘리야는 시종을 시켜 바다 쪽을 살펴보게 했다. 시종이 일곱번째로 바다를 살펴봤을 때 사람 손바닥만한 작은 구름이 보였다. 곧 큰 비가 내렸다.

그 바다가 바로 지중해(얌 하티콘, ים התיכון), 이스라엘에 면한 유일한 바다다. 지중해를 따라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하이파(Haifa)라는 큰 항구도시가 있다. 이곳에 해발 552m 높이에 동남쪽으로 20km정도 내리뻗은 산줄기가 있는데, 바로 엘리야와 바알의 예언자들이 대결을 벌인 카르멜 산이다. 카르멜 산에는 이 사건을 기념한 가르멜 수도원이 있고, 하이파 쪽 카르멜 산에는 스텔라 마리스(Stella Maris) 가르멜 수도원이 있다. 이 수도원과 수도원에서 3km 떨어진 바트 갈림(Bat-Galim)에는 엘리야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동굴이 있다.

스텔라 마리스 가르멜 수도원 성당 내부. 제대 아래에 엘리야가 살던 곳이라 전해지는 동굴이 있다.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