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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교회를 아십니까?] 20 본보 통해 보는 한국교회 그 때 그 모습

이윤자 취재국장
입력일 2012-04-02 수정일 2012-04-02 발행일 1996-10-20 제 2024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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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에 대한 방침
1932년 10월 1일

『선한 표양은 남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가만히 있어도 남을 잡아다리는 힘이 있고 표양이 악하면 아모리 구변과 별별가지 수단으로 힘써도 효험이 없다』

윗글은 1932년 10월1일자 천주교회보 1면에 게재된 「전교에 대한 방침」7가지 중 제2번에 해당하는 「선한 표양」에 관한 내용이다.

당시 전주 감목대리(監牧代理) 김양홍(金洋洪)신부 명의로 된 이 글은 전교를 위해 신자들이 실천해야 할 여러가지 방안을 제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감목대리 김신부가 제시한 7가지 실천방안은 김신부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평신도 회장들의 피정에서 제안된 의견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32년 당시 평신도 회장들이 『저 불쌍한 외인들을 구하야 낼 의견』으로 제안한 7가지 전교 방침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방침 중 제일 윗자리는 「열심」이었다. ‘열심히 없는 사람은 자기의 구령도 못하거늘 엇지 남의 령혼을 구할 자격이 되랴?’는 것이 그 이유였다.

평신도 회장들은 「열심」과 「선한 표양」에 이어 나머지 5가지 전교방침으로 「물질」「기구」「학식」그리고 「세력」을 들었다. 기구와 권면 학식까지는 쉽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물질과 세력을 전교방침과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듯 했다.

김양홍 신부는 물질과 세력이 전교방침에 필요한 이유에 대한 평신도 회장들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외인들 중에도 십중팔구는 다 가난한 사람들인 고로 만일 넉넉한 물질이 잇스면 여러 방면으로 애긍도 하고…』『과거 역사상으로 성교회가 당당한 세력을 가졌을때 귀화하는 이가 만엇스니 지금이라도 전교상에서 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그러나 이어 김신부는 조선 성교회의 역사적인 전교상황을 진단하면서 전교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보다 신자 각자가 신자답게 잘사는 것이라고 확실하게 정의하고 있다.

『지금 시대에 전교가 잘되고 못되는 여부는 학식유무나 물질다과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남의 앞에 험잡힐일 없을만한 품격을 가지고 순전히 주의 일군이 되어 영혼 하나라도 주께로 인도하는 것을 무상한 락(樂)으로 삼는 그런 일군의 활동에 달렸다. 즉 재리와 명예를 탐하지 아니하고 성심과 전력으로 천주의 성총을 의지하야 인심을 감화시킬 결심을 가진 일군이 있어야 된다』

그로부터 6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전교상 필요한 핵심적 요소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선한 표양」이 바로 그것이다. 열심과 기도, 물질과 학식, 그리고 권면과 세력 등도 전교상 필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험 없이 사는 것. 그리스도의 행로를 따라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대의 전교상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당시 김양홍 신부가 내린 아래의 결론은 전교상 이상기류를 염려하는 오늘의 한국교회 상황속에서 상당한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실시되는 각종 조사에서도 신자로서의 좋은 표양이 가장 좋은 전교방안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성교회 역사의 후기에 해당하는 금일에 와서는 성직자도 만코 기타 일군들이 수십배로 만하졌지만 실상 발전 되는 곳은 몇 곳 뿐이요 그 외에는 다 잠자는 모양이니 이는 다른 연고가 아니라 어느편을 물론하고 열심히 부록하거나 조흔 표양이 별로 없고 그 대신에 악한 표양이 성한 때문이다』

이윤자 취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