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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교회를 아십니까?] 19 본보 통해 보는 한국교회 그 때 그 모습

이윤자 취재국장
입력일 2012-04-02 수정일 2012-04-02 발행일 1996-10-13 제 202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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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청년회의 사명
1930년 7월 1일

천주교회보를 훨씬 뒤로 돌려보았다. 청년 관련 기사가 유독 눈에 많이 들어와 연대를 보니 1930년대였다. 1930년 7월1일자 천주교회보는 「청년과 청년회의 사명」을 1면 머릿기사로 올렸다. 이미 그해 5월 창간 3주년을 맞으며 「고통많은 조선 청년제군에게 드림」이란 제하의 글을 3면 머릿기사로 올린 바 있는 천주교회보의 이 특별한 선택은 당시 조선교회의 청년에 대한 각별한 기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7월1일자 천주교회보 1면 머리기사는 다음과 같이 청년의 중요성을 분석 제시하고 있다. 『사람의 일생을 난호아 유년 소년 청년 장년 노년 이 다섯 시기로 한다면 청년시대는 그 한복판이다. 육신은 가장 근장한 시대이오 정신은 가장 발랄한 시대이다. 이 시대는 힘껏 노력할 시대이오, 사업성취의 기초를 닦을 시대이다』 어디 그 뿐인가. 『한 사회로 보면 청년은 그의 중견인물이 될 자요 발전의 원동력이 될 자이다. 청년이 모든 힘을 다하야 굳세게 활동하는 사회는 륭성할 것이요 청년이 탕일하야 할 일을 게을리 하면 그 사회는 쇠퇴할 것이다. 어느 나라를 보매 먼저 그 나라 청년의 사상과 풍기를 보면 그 나라의 장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연고이다』

이미 위의 글속에 드러나 있지만 이 기사의 초점은 청년, 그리고 청년회가 교회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점에 맞추어져 있다. 성교회의 발전에 청년들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과 더불어 청년기를 넘긴 신자들 역시 이 사실을 명심하고 청년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일제의 압제 밑에서 사상적 혼란기와 영어(囹圄)의 아픔을 겪고 있던 1930년대의 조선은 청년들에 대한 희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윗 기사는 당시 조선의 미래를 양 어깨에 매달고 있던 청년들 가운데 가톨릭교회 청년들 역시 미래 사회와 교회를 책임질 일꾼으로서 그 역할에 대한 분발성 기사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대구교구의 천주교회보와 경성교구의 「별」지(誌)야말로 한구교회 청년운동의 확고한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다. 둘 다 청년들의 모임이 중심이 되어 탄생했고 청년 평신도들의 힘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온갖 어려움과 우여곡절 속에서도 70년이란 세월을 끈질기게 이어온 천주교회보의 70년 역사는 한국교회 청년 평신도들의 자부심의 역사 그 자체라고 말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청년들의 특징 중 하나가 열정이다. 넘치는 힘도 특징일 것이다. 새로움과 미지에 대한 도전은 청년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이라 생각된다.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한국교회는 청년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일깨우는데 앞장섰다. 미래의 교회가 그들의 정신과 손에 달려있음을 적극적으로 선언하고 그들을 향해 교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지금은 다시 한 번 그들을 향해 교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갑자기 훌쩍 큰 어른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피차 좁힐 수 없는 이질감으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일을 위해 우선 청년들을 교회 안으로 불러 모으는 과정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들을 교회 정신으로 무장시키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이미 70여 년 전 우리의 교회는 그 일을 시도한 바 있다. 우리 교회가 교육이라는 과정을 통해 이들을 길러 미래를 준비한다면 엄청난 파도로 몰아닥치는 현대사회의 각종 걸림돌조차도 결코 두렵지 않을 것이다.

이윤자 취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