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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3천년기를 맞기위하여] 23 본당 운영도 전문가 시대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2-03-30 수정일 2012-03-30 발행일 1996-09-08 제 201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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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ㆍ복지 등 전문 영역별 전문가 참여 절실
평신도 전문가들이 소신있게 일할 터 마련을
서울 강남의 한 본당에서는 본당 차원의 의료사목을 펼치기 위해 본당 전 신자들의 교적을 살펴본 결과 약2백여 명의 의사와 한의사들을 찾아냈다.

웬만한 종합병원 몇 개를 운영해도 될 만한 엄청난 의료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 본당도 본당 신부가 처음 의료사목을 제안했을 때는 눈에 띄는 의사들이 없어 어떻게 준비할까 걱정했으나 이처럼 엄청난 의료자원이 본당 신자 중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비록 1만 명이 넘는 대형 본당이자 강남이라는 지역에 위치한 본당이라 타 본당과 차이는 있겠지만 서울 시내 각 본당의 평균 신자수가 5~6천명에 이른다고 볼 때 의사의 경우 한 본당에는 적어도 수십 명씩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각 본당에는 무궁무진한 양질의 자원이 늘려 있는데도 교회는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일부 비전문가 평신도들에 의존한 채 본당 사목과 운영의 전 부분이 맡겨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1~2천명에 달했던 본당 규모가 도시본당의 경우 거의 1만여 명이 넘는 본당으로 대규모화 되고 아울러 사회도 복잡한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신자들이 갖는 직업도 전문화 및 다양화되고 신자들은 그러한 구성원만큼이나 다양하고 전문화된 사목적 요구를 표출하고 있다.

일부 성직자들은 과거와 같은 사제의 권위로서만 본당 사목을 하기에는 이미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며 이제 본당 사목도 전문화된 영역으로 특화시켜 각 구성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종합만물상 형태의 본당 사목에서 전문영역별로 각계 전문가를 활용하는 전문 사목으로 본당 운영방식을 바꾸는 것이 2천년대 복음화 운동의 관건이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인문제와 청소년 문제, 여성, 빈민, 농촌문제 등을 비롯, 건축 세무분야 교육문제 복지 전산시스템 교회유물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할 부분은 엄청나지만 실제 본당 사목에 있어서는 비전문가들이 이러한 모든 것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각 본당에는 본당의 대형화에 비례해서 무수한 양질의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찾아내서 활용하고 교회성장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서울 용산구에서 본당 주임을 맡고 있는 한 신부는 새로운 본당으로 부임해가면 즉시 본당 신자들의 교적을 일일이 살펴, 본당 신자들을 전문 영역별로 구분하고 필요한 자원을 자료화 시키는 작업을 우선 실시한다고 한다. 이렇게 자료화 된 인적자원은 본당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화시켜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이 본당은 현재 본당 세무관계는 세무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신자가 맡도록 하고 건축문제는 건축사가, 본당 복지재단 운영은 복지 관련학과를 졸업하고 실무경험을 가졌던 사람이, 청소년 교육과 교리교육 신자 재교육 등 교육문제는 대학교수와 교육 관련 연구소 연구위원들이 전담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단 본당 신부는 사목적인 부분에서 지도하는 역할 외에는 많은 부문에서 이들 평신도 전문가들이 소신과 책임성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하고 있다.

특히 이 본당 신부는 『전문영역에서 종사하고 있는 각계 전문가들이 몹시 바쁜 게 사실이지만 본당 운영에 그들을 참여시킬 경우 대부분 기쁜 마음으로 시간을 쪼개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일차적으로 각 본당에서는 인적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본당 구성원에 대한 자료화를 먼저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일선 교회 관계자들은 비대해진 본당을 성직자와 수도자, 사무장이 모두 맡아서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평신도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풍토도 조성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먼저 신앙과 교리지식에서 오는 자신감 결여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며 평신도 전문가를 불신하는 일부 사목자들의 잘못된 시각도 고쳐져야 한다고 교회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제3천년기를 맞는 오늘 본당의 대형화로 야기된 교회 운영, 본당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다 능률적이고 합리적인 교회모습을 추구하기 위해선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서 본당 운영의 책임을 공유할 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