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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은…] 29 노란머리 소녀와「도벽」/현 수산나 수녀

현 수산나 수녀ㆍ살레시오 수녀회ㆍ제주 신성여고
입력일 2012-03-27 수정일 2012-03-27 발행일 1996-09-08 제 201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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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죄로 소년원에 가게 될 처지에 놓여있는 한 여중생을 좀 도와주시지 않겠어요? 오늘 저녁 여섯시에 다시 경찰서로 가서 진술서를 써야 하는데, 보호자가 있다면 경찰서에서 데려올 수 있어요』

친구 선생님이 그 학생을 데리고 왔을 때 깜짝 놀랐다. 노랗게 물들인 짧은 머리와 파란 매니큐어를 칠한 짧은 손톱!

『현재 보호자인 친할머니가 잠깐 미국에 간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요. 이 학생의 생활기록부에는 어머니가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고 아버지는 부산에 있습니다. 붙잡혔을 때 자신이 중학생이라고 말했으면 이렇게까지 복잡해지지 않았을 텐데… 이런 모습을 보고 누가 학생이라고 믿겠습니까?』

학기 초부터 학교에 나타나지 않는 이 학생 때문에 애가 타서 이리저리 찾아다니던 담임 선생님은 말했다.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얘기해줄 수 있겠니?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니?』

고개를 푹 숙인채 이빨로 짧은 손톱을 계속 물어뜯고 있던 그 학생은 담임 선생님과 임시 보호자인 이웃집 할머니가 나가자 두려움이 가득찬 표정으로 말했다.

『소년원에 가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용돈이 필요해서 옆집 비디오 가게 아저씨의 돈 이십만원을 훔쳤어요. 그런데 그 아저씨가 버릇을 고친다고 경찰에 신고했어요』

그 학생은 용기를 내어 자신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태어나서 1개월되던 해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어요. 할머니는 자주 몸에 상처가 날만큼 심하게 때려요. 주변 어른들이 어머니는 제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다고 했으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예요. 한 두 번 저를 만나러 온 적이 있어요. 부산에서 알하고 계시는 아버지는 용돈과 학비를 보내주시는데 언젠가 한 두번 찾아 온 적이 있어요. 돈만 주면 아빠예요?』

청소년들이 훔치는 까닭은 대개 기회가 있기 때문에, 또는 마음이 약해서 친구들에게 이끌리거나 충동질을 받아 훔친다고 한다. 또한 저항할 수 없는 충동의 결과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불안」때문에 병적인 도벽을 일으킨다고 한다. 욕구불만인 청소년들이 부모에게서 기대하는 애정의 결핍을 보충하거나 그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서 훔친다는 것이다.

<계속>

현 수산나 수녀ㆍ살레시오 수녀회ㆍ제주 신성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