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손무진 신부가 리비아에서 보내온 편지] 1 지금, 리비아는…

입력일 2012-03-27 수정일 2012-03-27 발행일 1996-09-01 제 2018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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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건설현장 돌며 “동분서주”
지하자원 풍부해도 경제발전은 형편없어
차량 강탈 등 사회분위기 험악, 한국인은 호감적
생필품 태부족… 빈부격차ㆍ부정부패 심해
이 글은 지난해 4월부터 리비아에서 교포사목을 하고 있는 대구대교구 손무진(요한)신부가 본사 사장신부 앞으로 보내 온 편지로 7회에 걸쳐 연재한다.

저는 대구대교구에서 리비아교구로 파견되어 와서 한국인 건설회사 내에 고용되어 있는 우리 한인 신자 공동체를 중심으로 사목하면서 필리핀 신자들과 기타 영어권에 있는 외국인 가톨릭 신자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중국 땅에서 온 조선족 동포들을 향해서 선교 준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이집트와 그리스의 한인신자 공동체까지 방문하여 돌보고 있습니다.

건설현장 돌아다니며 사목

국내 본당 사목처럼 한 곳에 머물러서 사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리비아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건설현장 캠프를 방문하면서 사목을 해야 하므로 사목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먼저 이곳 환경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기후는 지중해성과 사하라 사막성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사막지역의 경우 6∼9월 한 여름에는 섭씨 50도까지도 오를 때가 있으며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한 지역입니다.

미국 경제보복 조치 당해

이곳 리비아는 1970년 카다피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26년간을 사회주의 체제로써 장기 집권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개인의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는 국가로서 모든 것을 국가가 소유하고 경영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의욕이 상실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지난 92년 팬암비행기 테러 폭파사건으로 미국의 보복 조치가 가해져서 국제 항로가 금지되어 있어서 모든 인원과 물자 수송은 이웃 나라인 튀니지아나 이집트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 사정은 상당히 어려운 형편이며 얼마 전부터 개인의 사유재산과 상거래를 허락하여 수정 사회주의 체제를 이루어 나가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백만 명 거주

인구는 약 4백80만 명이지만 제3외국인이 1백만 명 이상 와서 살고 있는 나라로서 제 산업시설, 건설공사들은 외국 기술진에 의해서 움직여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무한히 넓은 대지(남한의 17배)와 해안지역의 지중해성 기후와 열대 사하라 사막의 기후를 모두 갖고 있는 이 나라는 천혜의 석유, 지하자원 속에서 축복받은 나라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국민들의 게으름과 장기집권, 사회주의 체제 때문에 나라가 발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빈부격차 심해

예컨대 미화 1백 불에 공식 환율은 35디나르인데 암달러 시장에서는 3백60디나르로 판매되어 10배가 넘는 인플레 환율 형세를 갖고 있습니다. 국가의 공공요금은 공정 환율로 물가가 고정되어 있으나(예: 전화 전기 수도 버스요금 국내비행기요금 휘발유…) 생필품들은 볼펜 한 자루에서부터 암거래 시세로 거래되기 때문에 국민들의 경제 사정은 매우 어려우며 빈부의 격차와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입니다. 이곳에서 전화 한 번 하려면 우리의 생각과는 너무 다르게 힘든 곳입니다. 국제전화국에 가서 30분 이상 키를 두들겨서 통화가 되는 날은 「운수 좋은날」로 불려지기도 합니다.

이곳에 국제 항로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 나라를 입국하려면 이웃 국가인 튀니지아, 이집트를 통해서 육로로 들어와야 합니다. 2주에 한번씩 KAL이 튀니지아로 운항을 하는데 비행시간은 약 22시간 소요되며 리비아로 다시 입국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로 5∼6시간이 소요됩니다.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약 12개의 검문소를 통과해야 하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집트로 들어오는 데는 약 24시간이 소요됩니다.

사회분위기 험악해

사회분위기는 경제력이 악화로 사나워져 있습니다. 곳곳에서 제 외국인에 대한 차량 강탈사건이 비일비재 합니다. 실제로 이곳 동아건설에서는 약 90여 대의 차량(사막용 사륜구동)을 노상에서 강탈당했습니다. 또한 가끔 「회교 근본주의자」들의 이동으로 밤에는 절대로 혼자 다니지 않고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택시를 타고 캠프를 방문할 경우에는 단골 택시기사나 혹은 나이가 많은 운전자인가를 확인한 후에 탑승합니다. 그래도 대개는 우리 교우분들이 차량봉사를 잘해주고 있으며 요즘은 치안이 조금은 나아진 편입니다. 그리고 장거리로 공소를 방문할 때는 동아건설의 정기노선 버스를 이용해서 다니기 때문에 신변에 대한 위험은 그렇게 느끼지 않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이 한국인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고 대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