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백민관 신부가 엮는 신약성서 해설] 387 떠나기전 마지막 말씀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12-03-26 수정일 2012-03-26 발행일 1996-08-18 제 2016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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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을 받을 때…”
제자들에게 성령을 내리심
루가 24, 44∼49

오늘의 대목은 주님께서 승천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하는 말씀이다. 먼저 성서를 깨우치도록 제자들의 마음을 열어 주시고, 다음으로 구원의 길은 온 세상에까지 닿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신다. 그리고 세번째로 이 일을 담당해야 할 제자들은 주님이 약속하신 성령의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이 말씀을 어디에서 제자들과 만나서 하셨는지 복음서는 명기하지 않았다. 복음서의 순서대로는 부활하신 날 저녁에 토마와 함께 모인 제자들에게 나타났을 때 손발의 못자국을 보이고 음식을 같이 잡수신 장면에 이어 오늘의 마지막 말씀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두 장면은 반드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오늘의 말씀 끝머리에 『너희는 위로부터 권능을 받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라는 말씀을 보면 성령이 내릴때까지 예루살렘에 있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연 제자들은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 예루살렘에 줄곳 머물러 있으면서 기도로써 성령을 기다렸다. 그렇다면 갈릴래아 산 언덕에서 제자들을 만나 함께 예루살렘으로 왔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승천하시기 위하여 제자들을 데리고 베타니아로 가셨다.

예수께서 다시 살아나셔서 40일 동안 사도들에게 자주 나타나시어 여러가지 확실한 증거로 당신이 여전히 살아 계시다는 것을 보여 주셨기 때문에 루가는 더이상 주님이 나타나신 일을 취급할 필요가 없었다. 오직 주님이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 중요하였기 때문에 승천 며칠전에 예루살렘에서 제자들에게 다시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등한시 하였다. 지금에 와서는 예수께서 때때로 여기저기 나타나셨다는것 보다도 예수께서 제자들이 혼자 있는 가운데 그들과 늘 함께 계시다는 것이 복음사가들에게는 중요하다.

사도들로부터 시작하게 될 교회는 이제부터 주님의 말씀을 만방에 전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께서 전에 여러번 말씀하신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예수께서 지상에 계실때에 하신 말씀, 하신 일들은 이제부터 교회의 가보(家寶)로 간직하여 온 세상에 전하여야 한다.

예수의 지상생활은 그 시작과 끝이 성경말씀의 완성으로 꾸며져 있다. 전도생활 시작에 『오늘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고 있는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라고 말씀하시며 일을 시작하셨다. 수난을 눈앞에 두고 『나에 관한 성경 말씀이 다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말씀하시며 형장을 향하셨다. 율법서, 예언서, 시편 등 구약성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하느님의 계시이며 예언들이다. 그러니 구약성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빼고는 무의미하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부터는 예수의 부활이 믿음의 골자를 이룬다.

이제부터 인류구원은 그리스도의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의 연결된 당위성을 믿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예수의 이름으로 전파해야 한다. 제자들은 이 모든 사실들의 증인들이니 이 믿음을 온 세상에 전해야 한다.

『너희는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가 전에 일러준 아버지의 약속을 기다려라… 너희는 이제 성령의 세례를 받을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 사도들은 때가 왔나보다 생각하고 『주님, 주님께서 이스라엘 왕국을 다시 세울 때가 바로 지금입니까?』라고 여쭈었다. 이 세속적인 기대에 대하여 예수께서는 가타부타 대답을 피하시고 그 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결정하시는 일이니 사도들은 거기에 관심을 가지지 말고 기다렸다가 성령을 받는 것이 급선무이다. 성령을 받으면 그들은 모든 것을 영적으로 보고 일할 것이며, 성령의 힘으로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 뿐만 아니라 땅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그 복음을 전파하게 될 것이다.

과연 예수께서 승천하신 후 열흘째되는 날 제자들은 가시적인 표로 성령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 땅에 주님의 복음을 전하였고 급기야는 세계를 상징하는 도시 로마에 입성하게 된다.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