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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3천년기를 맞기위하여] 20 친절한 본당, 친절한 신자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2-03-20 수정일 2012-03-20 발행일 1996-07-14 제 2011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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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친절로 교회 문턱 낮춰야
이웃에 먼저 친절한 행동 보일 때
경직된 교회모습 과감히 부숴야
제3천년기 복음화 운동의 바로미터는「교회의 개방」에 달려있다고 사목자들은 말한다.

사회구조 전체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교회가 그 물결에 적응하고 쇄신하느냐가 복음화의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교회 지도자들이 강조하는「교회의 쇄신과 적응」은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근본적인 정신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한 저명한 교회 지도자는 다가오는 제3천년기를 교회의「제3의 물결」이라고 표현한다.

현대 교회가 대변혁을 일으킨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1의 물결이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짐에 따라 실제적인 사회주의가 몰락하는 과정에서 그 역할을 교회가 주도적으로 해온 것이 제2의 물결이라면, 제3천년기에 새로운 복음화의 물결이 다시한번 밀려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교회내 제3의 물결이 밀려올 제3천년기에 대비해 『사회변혁에 따른 새로운 교회 질서를 모색하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교회 질서로 제시된 여러 제안들 중 하나가 바로「친절한 본당, 친절한 신자」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교회 가르침에 정통한 한 평신도 지도자는『갈수록 심화되는 소비문화에 교회가 적응하고, 사회 체제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선 소비주의에 젖어있는 사람들보다 더 친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 『친절하지 않은 곳에는 어느 누구도 찾지 않는 그런 풍토가 조성될 것』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본당 전교수녀로 일해왔던 한 수도자는『아직까지 일반인들로부터 천주교회가 보수적이고 문턱이 높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며『교회의 본정신으로 돌아가는 귀향운동이 실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회 신학자는 『교회가 양적으로 커짐에 따라 인간적이며 세속적인 경향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보편화되고 인간적인 교회운영은 운영의 묘라는 기술적인 문제까지 낳고 있다』며『사목에 있어 인간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요소를 뛰어 넘는 참다운 그리스도의 정신을 교회 안에서 실현하는 것이 사목자들의 과제』라고 피력했다.

그는『질적인 가치를 지닌 교회의 참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비그리스도인들에게 인생의 길을 제시해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겸손을 드러내는 것이며 겸손은 친절한 모습에서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신학자들과 사목자,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우려하고 염려하고 있듯이 아직까지 교회가 여러 면에서 경직돼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본당 사무실과 교회 행정기관의 불친절, 퉁명스러운 전화 안내, 미사시간 외에는 굳게 잠겨진 성당 등 찾으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한 평신도는 『진정으로 교회가 예수님의 삶을 따라가기 위해 친절을 생활화 한다는 것은 선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며『제3천년기를 준비하면서 양적인 복음화 성장의 지표를 떠나 예수님의 삶을 따라 살아야 할 그리스도인들에게 올바른 가치와 관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이제 교회가 세상 사람들을 모아 「뭔가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포기할 때』라며『교회 구성원들인 평신도들이 먼저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로 이웃을 찾아가는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세상 사람들에게 말로가 아니라 우리의 실제적인 삶을 통해서 교회의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먼저 직장과 사회에서 친절한 신자가 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각 교구별로 이미 다가오는 제3천년기에 대비한 장기적인 사목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나름대로 구체적인 추진을 가시화하고 있다.

『진정한 복음화는 신자들의 삶의 현장에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구체적인 변혁과 쇄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다(현대의 복음선교 참조).

모든 사목적 노력의 최종적 목표가 신앙인 개개인의 복음화에 있다고 할 때 3천년기 신앙인의 삶의 자세로「친절」을 덕목으로 삼아줄 것을 교회 당국에서 제안해 본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