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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제3천년기를 맞기위하여] 19 일터 중심의 사목 필요하다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2-03-20 수정일 2012-03-20 발행일 1996-07-07 제 2010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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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의 미사봉헌 “금상첨화"
직장여건 맞지않아 냉담 ‘부지기수’
동료와의 모임통해 봉사활동 필요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강당에서 매 월 한 차례씩 서울대교구 직장사목 전담신부인 이기양 신부가 주례하는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약 5천여 명의 직원 중 10% 정도인 5백여 명이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롯데백화점에서 미사가 봉헌되고 있는 것은 주일은 물론 오후9시를 넘겨야 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간해선 신앙생활을 할 수 없는 신자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자는 배려에서 나온 서울대교구의 결단이였다.

아무리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성탄 전에 판공을 보려고 애를 써도 영업시간과 주일근무, 더욱 붐비는 성탄시기 등으로 신앙생활의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백화점 신자 직원들에게는 백화점 내에서의 미사봉헌은 그동안 바랬던 숙원사업을 이루게 된 셈이다.

특히 백화점 직원들의 경우 이미 영세한 신자의 경우에도 이런 사정 때문에 교회를 멀리하게 되고 교회에 호감을 갖고 세례받기를 원하는 비신자가 있어도 이들을 이끌어줄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게 현실이였다.

백화점 등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유통업 종사자를 비롯 공단 근로자, 병원직원 등도 모두 이 같은 비슷한 처지에 있다면 직장여건이 맞지 않아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신자수는 엄청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들을 교회로 연결시켜 신앙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일선 사목자들은 여건이 불비한 직장인들이 교회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기 보다는 롯데백화점처럼 그들이 근무하는 직장을 찾아가 그들에게 필요한 사목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방법을 통해 이들 직장인들과 교회와의 관계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본당 중심의 속지주의 사목과 더불어 일터를 중심으로 한 교회, 즉 사람이 있는 곳에 교회가 존재한다는 속인주의 사목형태를 접목, 이 같은 사목적 결함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사목형태는 과거 중세유럽의 농경문화에 배경을 둔 속지주의에 뿌리를 두고있는 반면 첨단의 도시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자기 지역을 벗어나 직장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열정과 시간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도시화에 적응해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 중에서 남성들과 청년층 등 젊은이, 직장 여성, 초중고생의 경우는 일반 가정주부보다는 상대적으로 지역에 위치한 본당을 멀리하기 쉬워지고 교회가 멀어지면 당연히 신앙생활도 소홀해 지기 마련이다.

반면에 가정주부들과 노인들만이 교회에 남아 교회의 대다수 신자를 이루며 현재와 같은 여성화와 노령의 교회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경향마저 앞으로는 위기에 맞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계층이 발표한 95년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와 4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두드러지게 높아진 것으로 알려져 그나마 가정을 지키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본당활동에 나섰던 가정주부들의 수도 크게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교회는 지금 신앙과 삶의 불일치, 교회의 대형화에 따른 신자들의 익명화와 소외현상, 남성 신자와 젊은이들의 부족, 예비신자들의 감소, 냉담자 행방불명자의 증가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바로 그들이 머물고 있는 현장인 직장 사도직의 활성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서울대교구 직장 사목부는 1백80여 개 달하는 이런 직장 사도직 단체를 통해 숨어있는 신자, 교회를 벗어나 사회속에 파묻혀 있는 수많은 신자를 찾아내고 있고 그들을 다시 교회로 얼굴을 돌릴 수 있게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다시 말해 거주 불명자나 냉담자들이 성당에는 나가지 않더라도 직장생활은 하게 된다는 사실만 봐도 직장사목과 같은 일터 중심의 교회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직장 등에서 동료로서 작은 모임을 통해 피정과 교육을 실시하고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이질적인 사람들과 1주일에 한 번씩 본당을 찾아가 만나는 것 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쉬운일이며 삶의 현장에서 신앙과 삶의 일치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교회의 선교열이 가장 왕성한때는 속인주의 사목이 활기를 띨 때였다고 한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셨을 때 사람들을 찾아다니셨고 사도들 역시 세상 곳곳을 돌며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으며 그때가 가장 복음정신에 충실했던 시대」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교회는 교회가 처해있는 사회의 환경을 이해할 때 고립되지 않고 그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다. 본당 중심의 속지주의 틀을 유지하면서 신자생활 연장인 일터 중심의 선교와 소공동체 조직에 기초한 속인주의 사목에 눈을 돌릴 때 현재 처해있는 교회의 어려움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