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백민관 신부가 엮는 신약성서 해설] 381 두번째 제자들에게 나타나심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12-03-19 수정일 2012-03-19 발행일 1996-07-07 제 2010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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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보고야 믿었다 
토마를 통해 제자들의 불신을 꾸짖음
[마르16, 14 요한20, 24~29]

마르코복음서는 예수의 부활 후 발현을 세 번만 기록하고 있다. 막달라의 마리아에게 나타나신 것과 길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신 것, 마지막으로 열한 제자들이 식탁에 앉았을 때에 나타나신 것이다. 이 세 번에 걸친 발현 기사를 쓰면서 한결같이 제자들이 믿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우선 마르코복음서의 마지막 발현 기사를 읽어보자.

「마지막으로 열한 제자가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나타나셔서 마음이 완고하여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은 그들을 꾸짖으셨다. 그들은 예수께서 살아나신 것을 분명히 본 사람들의 말도 믿지 않았던 것이다」(마르 16, 14)

마르코복음서는 이 세 번째 발현 기사를 끝으로 마감하고 몇 마디 제자들을 파견하는 말씀으로 복음서를 끝냈다. 마르코가 세 번만 보도한 것은 각 복음서마다 예수의 부활교리를 신자들에게 제시하는 입장이 다른데서 그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의 부활 후 발현을 갈릴래아를 중심으로 전했고, 루가복음서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보도했는데 이 모든 사정을 정리한 것은 사도 바오로이다.

마르코복음서는 원래 예수께서 나타나신 일을 보도하지 않고 16장 8절에서 부녀자들이 무덤을 찾아 갔던 기사로 끝난다. 고린토 전서가 57년에 쓰여졌고 마르코복음서는 사도 베드로의 순교(64년)후 얼마 안 있어 쓰여졌다고 하니 마르코복음서를 쓸 때는 신자들이 다른 사도들의 설교를 통해 부활에 관한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어서 복음서에 쓸 필요가 없었거나 아니면 부활 부문이 소실되었거나 했을 것이다. 그 후 마태오와 루가가 부활에 관한 사정을 또 보도한 것을 보면 교회가 오랫동안 박해를 받으며 예수의 부활을 강조하며 교우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줄 필요를 느꼈다. 이 필요성을 감안하여 마르코복음서도 예수의 부활을 복음서에 넣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소위 「마르코의 끝 부분」, 16장 9절부터 20절까지가 누군가에 의해 약 150년 이전에 덧붙여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성경에 삽입할 때는 교회가 예수의 부활사실을 널리 알릴 때이고 이 글을 쓴 사람은 부활 후 예수의 발현 사실을 자기 나름대로 요약해서 썼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전해진 마지막 부분에서 「마지막으로 열한 제자가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나타나셔서…」라고 보도한 예수의 발현은 사도 토마가 빠진 제자들 모임이었던 부활날 저녁에 나타나신 후 일주일이 지난 또 다른 모임때 나타나신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고 이 모임에는 토마도 있어서 열한 제자의 모임이 되었다.

토마는 그동안 어디에, 왜 가있었는지 알 수 없다. 하여튼 다른 제자들은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토마는 『내가 내 눈으로 그 분의 손에 난 못자국을 보고 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 보고, 또 내 손을 그 분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가 없소』라고 말하였다.

토마는 동료 제자들을 재촉하여 우리도 주님을 따라가 같이 죽자고 했고 주님이 마지막 고별의 말씀으로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고 하시니, 『주님, 저희는 주님이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겠습니까』라고 따졌던 사람이다. 이렇듯 자기 생각 표명이 분명한 성격의 제자인지라 주님을 뵈었다고 하는 동료들의 말만 가지고는 믿을 수 없다고 한 것도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도 요한이 이 기사를 복음서에 쓴 것은 토마 개인의 신앙태도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고 토마를 통해 제자들 전체의 불신 분위기를 말하려는 것이었다. 그 불신 분위기는 주님의 입김으로 굳은 신앙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주님은 토마가 목격자의 말을 듣고도 믿지않는 점과 기적적인 예수의 모습을 요구한 점에 대하여 토마를 꾸짖었지만 사실 다른 제자들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그들도 모두 보고서 믿은 것이다.

백민관 신부ㆍ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