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연중기획 제3천년기를 맞기위하여] 17 본당을 지역민의 문화공간으로

우재철 기자
입력일 2012-03-19 수정일 2012-03-19 발행일 1996-06-16 제 200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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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향해 “열린공간”으로 활용돼야
좋은 시설 개방… 지역문화 중심으로 
성당 관리ㆍ운영경비 등은 감수해야
「베토벤의 정신적 발달과 음악적 표현」이란 주제로 지난 3월19일 서울 서초동성당에서 마련된 사순절 특강,

이날 서초동성당에는 특강제목이 말해주듯 본당신자들과 지역주민 등 1천여 명이 특강을 듣기 위해 참석했으며 모든 참석자들은 신자유무를 떠나 열린 마음으로 특강을 마련해준 성당 측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히 이날 특강의 경우 강사로 참여한 서울대 의대 조수철 교수를 포함, 많은 특강 참석자들이 비신자였지만 특강 장소가 성당이라는 이유로 비신자 지역주민들이 갖는 성당에 대한 거부감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다.

이 같은 반응은 바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개설했던 적이 있는 서초동성당을 지역주민들이 이미 자신들의 생활터전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초동본당과 같이 본당 내에 문화관이나 교육관을 갖추지 않은 채, 수시로 지역주민과 함께 또는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 지역주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본당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과거 신자들만이 모여 미사를 봉헌하고 친교를 나누는 장소로 인식돼온 본당. 이제는 본당의 개념도 지역주민을 향해 열려 있는 지역센터로서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면 지역과 유리된 본당, 지역주민과 융화되지 않는 본당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일선 사목자들은 지적한다.

특히 일선 사목자들은 「이웃에 살다. 함께 살다」라는 본당의 어원이 말해주듯 본당에 대한 신자들의 잘못된 이해를 고쳐줌으로써 『본당이 신자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신자들을 함께 위해서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가 발달하고 사회가 변화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욕구를 갖게 되고 특별히 문화적인 욕구에 강한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듯 교회는 그 동안 각 본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를 적극 반영, 본당이 지역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이러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강동가톨릭문화원, 명동성당 문화관, 목동문화관 등을 비롯 청파동본당, 구로3동본당, 발산동본당 등 서울과 지방을 막론하고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다.

프로그램도 과거 꽃꽂이와 한자교실, 그림 등 취미교육 위주에서 최근에는 노인과 주부, 청소년, 직장인 등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되고 있고 메이컵과 사진, 외국어 회화, 영화 등으로 점차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각 본당이 결혼식장과 도서관, 비디오 대여점, 영안실, 탁아소 등 지역사회와의 직접적인 나눔의 장으로, 또 지역사회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 많은 관심을 쏟으며 본당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물론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일선 본당에서는 성당관리나 보안, 운영경비 증가 등에 따른 불편으로 난색을 표하는 본당도 없진 않지만 지역사회 속으로 스며들어야 할 교회로서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의무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주일이나 평일에 미사만 봉헌한 뒤 성당문을 굳게 잠구어 둘 것이 아니라 문화공간의 부족으로 고민하는 지역주민들에게 성당의 좋은 시설들을 개방함으로써 교회가 지역사회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본당이 지역사회와 함께 존재하고 호흡하는 지역센터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사회에 교회가 가진 것을 나누어 줄려는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하다.

특히 교회는 불교와 개신교 등 타 종교에 비해 시설 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지역사회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공간들을 확보하고 있다.

한 본당이 관할지역에 깊숙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그 지역 주민과 하나의 문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을 때 가능해 진다고 한 교회 역사학자는 지적한다.

비록 각 본당마다 처해 있는 여건이 넉넉하거나 충분하지 않다 하더라도 본당 나름대로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호흡할려는 작은 정성을 기울여 나갈 때 제3천년기를 맞는 교회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

우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