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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기도] 믿음을 키우기 위한 기획 <14ㆍ끝> 기도의 실천

정하돈 수녀ㆍ대구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입력일 2012-03-12 수정일 2012-03-12 발행일 1996-05-12 제 200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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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앞서 찬미와 감사기도 먼저 해야
화해하고 용서한 후 기도 봉헌하는게 중요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느님께 신뢰하며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해야 한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하느님은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알고 계신다. 부모가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염려해 주듯이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 자신과 온 생을 맡기면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가장 적절한 때에 주시며 돌보아주신다.

『기도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샤를 드 푸꼬는 말했다. 그러므로 기도하는 사람은 하느님보다 아무것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하느님 이외의 것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는 오직 하느님께만 의지하고 신뢰한다. 온 마음과 온 정성과 온 영혼과 온 힘을 다해 주님이신 하느님을 사랑한다.(마태오 22, 34~40참조). 그러므로 기도하는 자는 하느님과 교회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다.

참으로 하느님께 신뢰하는 자는 기도 중에 자신의 뜻을 포기하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예수는 게쎄마니 동산에서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을 눈앞에 두고 무서워 떨며 번민하셨다. 예수는 아버지 하느님께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소서』(마르코 14, 33~36 참조)하고 기도하셨다.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죽으시기 전에 아버지께서 당신을 완전히 버리셨다고 느끼셨던 고통스런 그 순간에도 (마르코 15, 33참조)아버지께 당신의 영혼을 맡기시고 숨을 거두셨다(루가 23, 4참조).

우리도 예수님처럼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그분의 뜻을 찾으며 삶의 십자가를 받아들이게 된다. 기도하는 사람은 언제나 하느님의 뜻에 자신의 뜻을 일치시키고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항구하게 기도해야 한다.

예수는 우리에게 끈기 있고 항구하게 기도하라고 가르치신다. 그러기에 우리는 청하고, 찾고, 두드리면서 기도의 힘을 굳게 믿어야 한다. 재판관이 끈질기게 졸라대는 한 과부의 청을 물리치지 못하고 들어주는 비유에서처럼(루가 18, 1~8)우리도 하느님께 신뢰하는 마음으로 끈기있고 항구하게 간청해야 한다. 『우리가 그분의 뜻에 따라 무엇을 청하면 우리의 청을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청하든 그분이 들어주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또한 그 분께 청한 것들을 (이미)받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1요한 5, 14~15).

▩청원기도에 앞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기도를 먼저 드린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은 보다 더 많은 은총을 받게 된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진심으로 감사할 때 우리는 보다 하느님의 큰 축복을 체험한다.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것은 다만 좋은 일들을 위해서 만이 아니라 때로는 고통스럽고 어려운 것들 안에서도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을 믿고,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선으로 인도하실 수 있음을 굳게 믿으며, 그분의 섭리와 사랑에 감사하는 것이다. 이런 기도는 우리에게서 깊은 신뢰와 믿음이 요구된다.

그런 다음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을 아버지께 간청한다. 공손하게 손을 벌리고 도움을 청하는 이에게는 누구나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도우심과 은총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간청기도를 드릴 때에도 우리의 시선은 우리 자신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내 이웃과 세상 사람들, 그리고 교회의 관심사와 세상의 문제에로 향해야 한다. 이웃과 세상의 고통과 걱정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기도해 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지녀야 한다.

▩남을 용서하며 기도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주의 기도」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해 줌같이 하느님께서 우리 잘못을 용서하여 주시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신다. 용서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할 수 없다고 여러 비유들 안에서 예수는 거듭 거듭 말씀 하신다. : 무자비한 종의 비유(마태오 18,23~34ㆍ35), 빚진 사람의 비유(루가 7, 41 이하), 늦기 전에 화해하라(루가 12, 57 이하), 약은 청지기의 비유(루가 16, 1~8).

하느님의 용서를 이미 체험한 사람만이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용서를 청할 수 있다. 우리가 이미 죄를 용서받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을 용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남을 용서해 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거듭 경험한다. 하느님께 내 죄의 용서를 빌 때마다 내 마음과 생각속에서 아직도 진심으로 용서, 화해하지 못한 사람들(사건이나 상황들까지도)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아직 용서와 화해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한 내 기도는 참된 기도가 되지 못함을 알 때에 고통마저 느끼게 된다. 이 같이 기도가 진정한 기도가 되기 위해서는 기도에 앞서 화해와 용서가 있어야 함을 분명하게 가르치고 계신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해 주는 것과 하느님의 용서를 비는 것은 직결되어 있다. 우리에게 대한 하느님의 용서와 이웃에게 대한 우리의 용서는 동시에 이루어진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죄를 지었으니 죄를 용서하고 또한 죄를 용서받아야만 한다. 용서는 사랑이다! (정하돈,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주의 기도 해설묵상 p. 65~81참고).

정하돈 수녀ㆍ대구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