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긴급진단] 95년 교세통계로 본 한국교회 복음화의 내일

리길재 기자
입력일 2012-03-12 수정일 2012-03-12 발행일 1996-05-12 제 2002호 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신안-생활 일치될 때 복음화 위기 극복
「영성 심화」「신앙 부흥운동」등도 거론
현실문제 적극 참여… 도덕성 대변해야
아직은 전교지역… 지나친 비관은 금물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1995년도 한국 천주교회 통계』결과를 보면 1976년도 이래 20년 만에 신자 증가율이 3%대로 떨어져 제3천년기에 대비한 교회의 복음화 사업에 먹구름이 일고 있다.

위기의 시대

신자 증가율은 1982년도 9.60%를 정점으로 1995년까지 매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복음화 둔화 현상이 누적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1991년도 6. 28%에서 1992년도 4. 90%로 급하락하더니 만 3년 만에 3. 36%를 기록, 5년 만에 평균 2%대가 떨어지는 침체를 보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에 사회 변동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적극적인 사목적 대응과 복음화 둔화현상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 및 체계적인 선교정책 방안이 시급히 수립돼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교회 언론이 통계 수치에만 의존, 한국 교회의 복음화 정책과 성과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비평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평균 매년7~8%의 놀라운 성장율을 보여주었던 70년대와 80년대가 사회적 변동에 따른 특수한 경우였지 결코 현 상황이 복음화 정책에 위기를 의식할 만큼 퇴보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론한다.

오히려 이들은 『신자 증가율 3~4%대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구도』라고 평가한다.

이들은 그 현상을 「신자절대 증가수」로 지적한다.

일례로 신자 1백만 명 시대인 1970년에 보여준 신자절대 증가수 4만여 명 대나 3백만 신자 수의 오늘날 기록하고 있는 12만여 명의 신자 절대 증가수는 결국 같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이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70~80년대 특히 1980년대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 안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70~80년대 이 같이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많은 이들은 「정치적 압제와 경제적 불평등 아래에서 사회정의를 부르짖고 소외 계층에 대한 인권 문제를 거론, 사회로부터 높은 도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복음화율 7.69%

따라서 이들은 한국교회가 복음화 운동을 재활성화하기 위해선 오늘날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대변해줄 구체적인 현실 문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는 총인구 대비 가톨릭 신자 비율이 1995년도에 겨우 7.69%에 달한 전교지역이다. 복음화율이 채 10%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음화 정책의 안정론을 거론한다는 것은 다소 소극적인 발상이라고 하겠다.

또한 복음화 둔화 현상, 즉 신자들이 줄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는 시대이다. 1992년도를 고비로 복음화율 성장도가 둔화 현상을 보이더니 신자 증가율마저 3. 36%로 떨어졌다.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가 1995년도 통계에서 처음으로 공식 집계 발표한 주일미사 참례자 현황을 보면 신자 총 수의 35% 만이 주일을 지킨다고 한다. 아울러 냉담자가 전체의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평균 30%만이 판공성사를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3백 45만 한국 가톨릭 신자 중 1백만 명 미만의 신자만이 정기적으로 주일미사에 참례할 뿐 나머지 2백50여 만 명은 성당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음화 위기의 시대」 「신앙생활 위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따라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와 미래에도「복음화」는 한국교회 최대의 목표이며 과제이어야 한다.

활성화 방안

많은 사람들이 복음화 운동을 활성화하는 구체적인 방편으로 「영성 심화」와 「신앙의 생활화」를 지적한다. 삶과 신앙이 따로 따로인 이분법적인 신앙자세가 아닌 일치된 신앙의 삶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한국 천주교회가 외적으로 성장하고 비대해진 것과 달리 내적으로는 영성이 결핍되어 간다는 지적을 심심찮게 하고 있다. 영성은 교회 고유의 특성이다. 이것을 상실할 때 교회는 그 힘을 쓸 수 없다.

1995년도 통계에 보면 꾸르실료 이수자가 총 8천 5백 87명,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 25만 7천 51명, MBW회원이 2천1백8명, MㆍE회원이 1만3천2백45명, 성령운동 이수자가 3만2천45명으로 집계됐다. 중복의 경우를 배제하더라도 전체 신자 총 수의 9.07%에 불과해 신자들의 영성생활 부족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교회내 중견 평신도 지도자들은 『평신도 운동 단체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신앙 부흥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년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을 기해 일고 있는 순교자 신심 및 현양운동을 복음화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