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신앙과 기도] 믿음을 키우기 위한 기획 13 기도의 대상

정하돈 수녀ㆍ대구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입력일 2012-03-12 수정일 2012-03-12 발행일 1996-05-05 제 200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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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의미와 형태를 요구한다

삶은 인간에게 많은 체험을 가져다 준다. 삶은 우리에게 쾌락과 기쁨, 걱정과 일을 준다.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가진다. 우리는 성장과 좌절, 출생과 죽음을 경험한다. 삶은 우리에게 결정을 요구하면 책임을 지운다. 우리는 모든 것 안에서 전체의 목적과 의미를 묻는다. 삶 전체가 의미와 형태를 요구한다.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질이다.

▩ 기도의 대상은 삶 전체이다

신앙은 삶의 의미와 형태이다. 기도가 없는 삶은 하느님을 섬길 수 없고 신앙을 성장시킬 수 없다.『진정한 기도는 진정한 삶에 대한 감사와 찬양이다. 진정한 기도는 삶에 스며들고, 삶은 진정한 기도로 스며든다』

기도는 우리 삶 안에 뿌리를 내리고 삶 안에서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도는 삶 전체이어야 하고, 기도는 삶 한가운데 자리해야 한다. 기도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삶 안에서 아무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그는 자신의 기도생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즉 기도와 삶이 일치하지 않으면 남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기도가 우리 삶 안에 뿌리를 내리고 삶 안에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모든 일에서 전심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구해야 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 새길 뿐 아니라 복음과 일치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그리스도의 정신, 마음자세, 뜻을 알아듣도록 복음말씀을 자주 묵상해야 한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은 이웃에게 대한 사랑실천이 요구된다.

△기도하는 자는 이웃에게 사랑으로 봉사한다.

기도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그러나 사랑은 감상적이거나 추상적 혹은 정신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다. 예수께서도 배고파하는 백성들에게 먼저 빵을 주셨고, 그런 다음 영원한 생명을 주는 빵에 대해 말씀 하셨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이다. 대화는 어느 한 쪽만이 말하거나 듣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말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는 듣는 것(경청)이며 또한 말하는 것이다.

▩ 들음

인간은 주의 깊게 들음으로써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된다. 우리는 온 마음과 주의를 다해 하느님께로 향하고 귀 기울여 들음으로써 우리의 삶을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

▲하느님이 우리 삶의 구심점이 되도록 그분께 귀 기울여 듣고 또 그분을 찾아야 한다

기도의 기본조건은 신앙이다. 우리 삶에 생명과 의미를 주고 힘이 되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로서의 신앙은 오직 들음으로써만 가능하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즉 만남, 체험, 성서 안에서 하느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하느님을 진지하게 찾는 이는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면 그는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곧 회개이다.

▲우리는 들음으로써 하느님이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고 우리를 변화시키게 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그리고 깊이 자신 안으로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이 활동하실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 드릴 때에만 신뢰와 신앙을 가지게 된다. 하느님의 말씀에 충분히 자리를 드리지 않는 자는 변화시키는 신앙의 힘을 잃어버린다. 그러면 신앙과 기도는 힘이 없고 신빙성이 없다.

▲우리는 들으면서 믿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하느님 말씀에, 고통 받는 이웃들 안에서, 신앙의 형제들 안에서 자신을 열고 바치는 자는 이미 기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 말함

인간은 말로써 자신을 알리고 생각과 견해를 분명하게 하며 구체화한다. 믿는 자 역시 말이 필요하다. 신앙은 확실하게 자기 자신과 이웃과 하느님 앞에서 구체화 되어야만 한다.

▲말하는 가운데 신앙을 분명하게 한다

하느님을 찾는 자는, 하느님께 자신을 의탁한 자는, 하느님의 소리를 들은 자는, 하느님이 자신 안에서 활동하시도록 동의한 자는, 하느님이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심을 믿는 자는 그분에 관해 말하기를 원하고 또한 말을 해야 한다. 즉 그는 자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말로써 포착하고 분명하게 하려한다. 신앙인은 말하는 가운데서 자신의 갈망과 체험들을 정리하게 되며, 말하는 가운데서 신앙의 길을 분명하게 한다.

▲신앙인은 하느님 앞에서 말하는 중에 하느님께 대한 그의 신뢰를 실현한다.

자신의 경험과 체험들을 다른 이와 함께 나누는 것은 신뢰를 드러내는 분명한 표시이다.

기도 안에서 신앙을 실현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온 삶을, 이웃을, 결정들을, 힘과 능력들을,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기도 중에 하느님 앞에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다. 기도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 속에서 나의 온 삶과 생각과 행동들을 그분께 맡기며 그분의 요청과 판단을 받아들일 때 본래의 의미를 가진다. 내가 하느님 앞에서 근본적인 것을 감춘다면 하느님과 나의 기도를 그리고 나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되고 만다.

정하돈 수녀ㆍ대구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