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UN제정 빈곤퇴치의 해 기획] 8 빈곤 악순환 해결책 없나? - 빈곤과의 전쟁(중)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2-03-05 수정일 2012-03-05 발행일 1996-03-10 제 199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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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회 복지활동
438개 복지기관 왕성한 활동
고아원서 시작…해외원조까지
75년 「인성회」설치…91년「사회복지위」로 개칭
교회 능력 인정… 시설위탁 증가
빈곤과의 전쟁 전편(前篇)에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체적 운동으로서 빈민운동과 교회의 빈민사목에 대해 살펴보았다. 빈민사목은 가난한 이들의 외침에 대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응답이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응답으로서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 전반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더 민간기구, 특히 천주교를 포함한 제 종교가 참다운 복지사회를 건설하는데 있어 담당해야 할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이는 최근 국가의 사회복지정책이 민간기구의 참여와 역할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

최근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펴낸 천주교 사회복지 편람에 의하면 현재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하는 기관은 총 4백38개에 이른다. 이는 지난 89년 현재 3백84개와 비교해 54개가 늘어난 것이다.

그 중에서 장애인 복지기관이 1백9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아동복지와 노인복지가 각각 74개, 68개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또 청소년 복지가 43개로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늘어나고 있는 행려자 복지기관과 같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교회 사회복지 활동의 범위는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결핵, 나환우, 노인, 아동, 여성, 의료, 장애인, 청소년, 행려자, 종합복지관 등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려는 교회의 노력은 가장 기본적인 복음적 사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역사

서슬이 시퍼렇던 박해시대부터 교회는 이러한 노력을 해왔다. 1854년 매스트르 신부가 영해회를 설립함으로써 처음으로 고아원 사업을 시작한데 이어 조선교구장 블랑 주교가 서울에 「천주교 고아원」을 세웠고 한국 최초로 근대적 의미에서의 사회복지 활동을 시작했다.

1886년 프랑스와의 조약으로 불완전하게나마 종교의 자유를 얻은 뒤 교회는 다양한 사회복지 활동을 선교사와 수도회 중심으로 추진해왔고 특히 한국전쟁 후에는 외국교회의 원조를 통해 주로 구호사업을 펼쳤다. 60년대와 70년대 중반까지는 사회복지사업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제 개발사업 병행했다.

70년대 후반부터 교회는 산업화와 경제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들을 위한 사회운동에도 눈을 돌렸고 80년대에 들어와서는 외국원조의 감소와 아울러 한국교회 자체의 성장에 힘입어 어느 정도의 자립적인 사회복지 활동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의 절반 이상이 바로 이 당시 시작된 것으로 이 시기는 한국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이 양적으로 급성장하게 되는 중요한 전기가 됐다.

교회 사회복지 활동이 점점 규모와 구성 면에서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전국적 협의와 조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한국교회는 1975년 6월 주교회의 산하에 「인성회」를 설치했고 1991년 10월에는 이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로 개칭해 사회복지 활동을 협의, 조정토록 했다. 나아가 그 이듬해 주교회의에서는 사회복지위원회에 해외원조 기능을 공식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명실공히 국내외의 교회 사회복지 활동을 지원하는 체제를 마련했다.

이렇게 한국 천주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을 총괄적으로 조정, 협의하고 각 교구의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위원회는 교구 및 교구 관할지역의 다양한 복지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교구 사회복지위원회, 그리고 분야별 협의체로 구성되어 있는 전국단체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다가오는 21세기 교회 사회복지 활동의 전망을 구축해 가고 있다.

현황

지난 1990년 이후 거의 모든 교구에는 사회복지를 전담하는 기구, 담당자들이 설치, 임명되어 교구 차원의 사회복지 활동이 활성화 됐으며 각 본당에도 사회복지분과들이 활발하게 설치됐다.

전체적으로 볼 때 한국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은 주로 시설 중심의 사회사업적 접근과 소규모 단체 활동으로 나눠볼 수 있다. 위에서 본대로 현재 교회 내에는 총4백38개의 사회복지시설, 기관, 단체가 운영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은 몇 가지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이 대도시 지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서울대교구가 전체 사회복지시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도권 대구 부산 마산 광주 지역이 다수인데 반해 춘천 원주 청주 안동 지역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근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애인 복지 분야의 활성화로서 80년대 들어서면서 크게 신장되어 현재 복지 활동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한 복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부 정책과 관련되어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들어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가 운영하던 대형 복지시설을 교회에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 분야에서 교회가 지닌 뿌리깊은 전통에 대해 정책 담당자들이 상당 정도 인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역복지 중심의 복지사업으로 정부는 종합복지관을 지어 그 운영권을 교회를 포함한 민간에게 넘겨주고 있는데 이 역시 차후 복지활동의 전망 안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90년대 들어서 특히 주목할 만한 현상 중 하나는 시설의 대형화와 함께 가정에 가까운 소규모 생활 공동체의 증가이다. 이 두 가지 경향은 교회 사회복지 활동의 다변화와 다양성을 드러내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전망

2천년은 모든 면에서 급진적이고도 새로운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기적 분수령이다. 한국교회는 교회 사회복지 활동에 있어서 21세기를 대비, 새로운 세기의 교회사회 복지가 가질 위상과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21세기 가톨릭 사회복지」를 대주제로 2천년까지 매년 전국 연수회를 갖기로 지난 94년 결정했다.

「21세기 가톨릭 사회복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해 7월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제1차년도 전국연수를 시작으로 1999년까지 이어질 이 연구와 실험 작업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적 가르침을 따라 한국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이 새롭게 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