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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기도] 믿음을 키우기 위한 기획 5 신앙(信仰)

정하돈 수녀ㆍ대구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입력일 2012-02-28 수정일 2012-02-28 발행일 1996-02-11 제 1990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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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함께 가고 예수를 따르는 것
“나는 너를 믿는다”는 신뢰에 찬 인격적인 행위
신앙은 그리스도인 삶의 원천이며 중심이다. 신앙은 하느님에 관한 교리지식이나 신학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느님을 믿는 것이요, 전인(全人)이 자유로이 하느님께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다.

하느님은 계시를 통하여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인간을 당신과 일치하도록 초대하시며, 이 일치안에 인간을 받아들이신다(계시헌장 2항). 이런 초대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 바로 신앙이다. 인간은 신앙을 통해서 온전히 자신의 지성과 의지를 하느님께 순종시킨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전체로, 계시하는 하느님께 자유로이 동의를 한다(계시헌장 5항).

한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가짐으로써 그의 삶이 완전히 변하게 되는 곳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신앙이 한 인간의 삶안에서 뿌리까지 흔들어 놓는 것은 어떻게 일어나며, 그것은 또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누가 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믿는다면 그는 그의 전 인격에 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는 그의 자유에, 그의 생의 역상에, 그의 인간관계에, 그의 미래의 계획에까지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그리스도교적 의미에서 신앙이란 그의 마음을 예수 그리스도께 두는 것이다. 베드로가 그와 같은 체험을 하였을 때 『주님,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겠습니까? 당신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지고 계십니다』(요한 6, 68)고 말하였다. 따라서 신앙은 예수와 함께 가고, 예수를 따르는 것이다.

살아계신 하느님께 대한 헌신은 인간의 깊은 내면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신앙은 가장 깊은 개별적인 그리고 인격적인 행위이다. 『나는 너를 믿는다!』이 말은 한 인격, 한 인간에게 대한 믿음을 표현하고 있다. 신앙은 본래 만남과 신뢰의 행위이다. 신앙은 이성, 의지, 감정을 모두 하나로 포함하고 있다. 『나는 너를 믿는다』라는 말은 근본적이고도 포괄적이며, 이는 곧 인격 자체를 의미한다. 이 같이 신앙은 나와 그것, 나와 세상의 그 어떤 것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너와의 만남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인격적인 행위이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나는 믿나이다』라고 함께 고백한다. 신앙과 고백은 분리될 수 없다. 신앙인은 오직 교회를 통해서만 신앙인이 될 수 있고, 신앙을 통해서만 교회의 일원이 된다. 그는 교회의 신앙에 동의하는 가운데 자기 신앙을 고백한다.

내가 누구를 믿는다는 것은 바로 두 인격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이 같은 기본관계는 종교적인 신앙안에서도 적용된다 :『나를 하느님께 맡긴다』-이 말에는 믿음과 신뢰가 표현되었고 인간이 자신을 하느님께 단단히 붙들어 매어 놓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누구를 믿는다는 것은 믿는 그 누구와의 관계를 드러낸다. 내가 누구에게서 특별한 신뢰를 체험한다면, 또는 내가 그에게 『나는 너를 믿는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에 대한 내 신뢰를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내가 행동하는 것 안에서 나는 너를 믿는다』고 하며 신뢰를 나타내는 이런 말은 두 친구 사이에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의심없이 진실되이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도 바울로는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그의 하느님과의 관계를 이 같이 표현하고 있다 :『내가 믿어 온 분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내게 맡겨진 것을 그 날까지 지켜주실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합니다』(2 디모 1, 12).

그리스도교적 신앙의 핵심은 예수의 말씀 안에서 표현되고 있다 :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으시오』(요한 14, 1).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삶의 근원, 삶의 중심, 삶의 목적을 가진 삶의 관계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실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신앙을 찾고 그의 삶 안에서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께 완전히 내맡긴 사람은 여기서 그리고 지금 신앙을 산다. 신앙이란 마치 황금시기가 이미 지나버린 것처럼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신앙은 미래의 환상속으로 도피하지도 않는다. 신앙은 사랑처럼 오직 현재안에서만 살아있다. 누구나가 『나는 사랑했었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곧 관계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며, 혹은 『나는 사랑할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단지 원의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신앙은 오직 현재안에서만 살 수 있다.

신앙은 『살아 있는 하느님과의 관계』이며 우정이다. 즉 신앙이란 『하느님께로 향한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에 조용히 귀기울여 듣는다. 그분을 향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그분을 닮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분이 누구이신지 어디서 또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우리는 종종 신앙과 불신앙 사이에서 싸움과 갈등을 체험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셨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습이시다. 이것이 하느님에 대한 - 유일하게 가능한 - 확실한 표현이다 : 예수를 보는 자는 하느님을 본다(요한 14, 9).

우리의 신앙은 완전히 그리스도의 인격을 믿는 것이고, 그분 없이는 하느님에 대한 질문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사도 바울로는 이 같이 말한다 : 내가 입으로 예수를 고백하고, 그분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네 마음안에서 믿으면, 너는 네가 알 수 없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즉 그분이 하느님이시고 그분이 네게 가까이 계시다는 것을!(로마 10, 9∼10 참조). 이와 같이 신앙은 하느님의 말씀으로써 인격안에서 믿어지는 것이므로 예수 그리스도안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은 하느님이 보내신 그분의 아들을 믿는 것이다 :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으시오』(요한 14,1). 예수 그리스도는 강생하신 말씀이며 하느님이시다.『일찍이 아무도 하느님을 보지 못했다. 아버지의 품안에 계시는 외아들, 하느님이신 그분이 알려 주셨다』(요한 1, 18). 예수만이 아버지를 보았기 때문에(요한 6, 46 참조) 그분만이 아버지를 알고 또한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실 수 있다(마태오 11, 27 참조).

정하돈 수녀ㆍ대구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